타율 2할9푼, 31홈런, 105타점, 장타율 5할6푼1리. 넥센 히어로즈 1루수 박병호는 133경기 전 게임에 출전해 최고의 활약을 펼치면서 정규시즌 MVP로 뽑혔다. 힘이 좋은 만년 유망주라는 꼬리표를 떼고 한국 프로야구 최고의 슬러거로 거듭났다.
오랜 기간 힘든 시간을 보낸 박병호는 겸손하다. 목소리를 높이는 스타일이 아니다. 그런데 딱 한 번 아쉬움을 나타낸 적이 있다. 지난 7월 올스타전에 출전하지 못했을 때다. 팬 투표를 통해서는 어렵더라도, 감독 추천으로 나갈 줄 알았는데 기회가 오지 않았다. 부모님과 아내가 관중석에서 지켜보고 있는 가운데 올스타전에 서고 싶었던 박병호다.
내년 3월 열리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박병호는 그동안 몇차례 WBC 대표로 뛰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프로 입단후 한 번도 대표를 못해봤기에, 대표팀에 대한 꿈이 있었다. 자격도 충분하다고 볼 수 있다. 한국 프로야구 최고의 타자, 최고의 1루수로 인정을 받은 박병호가 아닌가.
그러나 박병호는 12일 발표된 WBC 대표팀 예비명단 28명 안에 들지 못했다. 강타자가 몰려 있는 1루수는 처음부터 관심이 집중됐다. 박병호가 이름을 올리지 못한 가운데, 이대호(오릭스 버팔로스)와 이승엽(삼성) 김태균(한화)이 포함됐다. 죄다 한국야구를 대표하는 간판타자들이다.
한국야구위원회(KBO) 기술위원이면서 대표팀 코치를 맡은 양상문 전 롯데 감독은 "1루수 4명을 놓고 누구를 뽑을 지 고민이 컸다. 1루수 선발 때문에 회의가 길어졌다. 정규시즌 MVP 박병호를 제외하는 문제를 놓고 오랫동안 갑론을박이 있었다"고 했다.
4명 모두 대표선수로서 부족함이 없다. 그러나 엔트리는 정해져 있고, 포지션
을 고려해야 한다. 4명 중 3명을 뽑아 1명은 1루수, 1명은 지명타자로 내세우고, 나머지 1명은 대타로 활용한다는 구상이다.
이대호와 이승엽 김태균은 그동안 WBC와 올림픽 등 국제대회에서 좋은 활약으로 대표팀에 기여했다. 양 코치는 4명 중에서 누구를 뺄 것인가에서 시작한 게 아니라, 누가 더 대표팀 전력에 도움이 되는 지에 무게를 두고 한 명씩 더해갔다고 설명했다.
양 코치는 "상대 선발 투수가 좌완인지 우완인지 두 가지 상황을 가정해 놓고 타순을 짜봤다. 가장 먼저 리스트에 이름을 올린 게 이대호였고, 이승엽과 김태균이 뒤이어 포함됐다. 박병호가 부족한 게 있어서가 아니라 나머지 선수들이 워낙 좋아 빠진 것이다"고 했다.
결국 대표 선발의 기준은 경험이었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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