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떨리기보다는 재밌던데요."
고예닮(18) 박민수(18· 이상 수원농생고) 김한솔(17) 정동명(17·이상 서울체고) 이준호(17·충북체고) 김진권(16·울산 대현고) 등 고등학생 에이스 6명으로 구성된 대한민국 체조대표팀의 생애 첫 시니어 국제무대 참가 소감은 그랬다. 대한민국 남자체조의 미래다. 떨지도, '쫄지도' 않았다. 담담하고 씩씩하게 맞섰다. 용감함을 보여줬다.
이들은 지난 11일 중국 푸톈에서 펼쳐진 아시아체조선수권 남자단체전에서 중국(361.500점) 일본(346.600점) 북한(346.500점)에 이어 4위에 올랐다. 총점 346.300으로, 2위 일본에 0.3점, 3위 북한에 0.
2점 모자랐다. 아깝게 메달을 놓쳤다. '백전노장 베테랑' 1진들이 출전한 북한과 일본은 가슴을 쓸어내렸다. 하마터면 한국에서 온 앳된 얼굴의 비범한 고등학생들에게 질 뻔했다.
대한체조협회는 아시아선수권을 차세대의 첫 시험대로 삼았다. 런던올림픽 멤버인 김지훈 김승일 김수면 양학선 김희훈 대신, 1994~1996년생 고등학생으로 출전명단을 구성했다. 올림픽, 세계선수권에 비해 부담없는 아시아선수권은 좋은 기회였다. 단체전 직후 '고딩' 한국대표팀의 선전은 아시아 체조인들 사이에 단연 이슈였다. 북한 체조인들도 "하마터면 망신당할 뻔했다" "어떻게 하나같이 인물이 잘생겼냐"며 덕담을 건넸다. 김대원 대한체조협회 전무는 "아시아체조연맹 회장도 고등학생 대표팀이라는 말에 깜짝 놀라더라. 뉴페이스들에 대한 관심과 기대가 크다"고 귀띔했다.
이튿날 만난 6명의 소년들은 전날 경기를 복기하느라 바빴다. 호텔 로비에 붙어있는 기록지를 보며, 성적을 확인했다. 북한과 0.2점 차라는 사실은 알았지만, 일본과 0.3점 차이라는 사실은 뒤늦게 알았다. 아쉬움이 더 커졌다. "네가 마루에서 착지만 잘했어도…" "아, 철봉에서 실수를 하지 말았어야 하는데…" 서로를 탓했다가, 자신을 탓했다가 재잘재잘 허물없이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에서 환상 팀워크가 그대로 전해졌다.
멋모르고 출전한 첫 대회에서 가능성을 확인했다. 고예닮은 개인종합에서 동메달을 따냈다. 중국이 1~3위를 휩쓴 가운데 고예닮(4위) 이준호(5위) 박민수(7위) 등 한국선수 3명이 톱10에 이름을 올렸다. 국가별 쿼터 적용(2명)에 따라, 고예닮이 3위, 이준호가 4위에 올랐다. 8명이 진출하는 개인종목별 결승에도 안마 링을 제외한 도마(이준호), 마루(이준호, 김한솔), 철봉(고예닮) 평행봉(정동명)종목에 골고루 이름을 올렸다.
첫 시니어 무대 도전에 대해 선수들은 일제히 "재밌었다" "떨리기보다 설???며 씩씩한 소감을 밝혔다. 마루, 도마 등 소위 '뛰는 종목'에 능한 김한솔은 "팀 분위기가 정말 좋았다. 도마에서의 실수가 아쉽지만 이 또한 좋은 경험이 됐다"며 웃었다. 체중이 39㎏에 불과한 '당찬 막내' 김진권은 '안마 능력자'다. 지난 10월 전국체전에서 형들을 제치고 금메달을 따냈다. "체전보다는 덜 떨리더라"며 강심장 본능을 드러냈다. 운동 욕심도 많다. "작은 키가 링 종목에는 유리하다. 스무살 지난 다음에 키가 컸으면 좋겠다"며 환하게 웃었다. 평행봉 도마 등 3종목에 나서 무결점 연기를 선보인 정동명은 "늘 관중이 없는 데서 연기하다 사람이 많은 포디움에 섰는데 떨리기보다 설??? 뛸수록 몸이 풀리는 느낌이었다"며 첫 시니어 무대 데뷔소감을 전했다. 도마, 마루 2종목 결승에 진출한 이준호는 지난 전국체전에서 라이벌 고예닮을 누르고 개인종합 1위에 오른 에이스다. "지난달 체전에서 경쟁할 때는 서로 눈치도 많이 봤었는데 한팀으로 뛰니 팀워크가 정말 좋았다. 아시안게임까지 쭉 함께가서 금메달을 따고 싶다"는 목표를 밝혔다. 개인종합 랭킹 7위에 오른 박민수는 전국체전에서 고예닮과 함께 수원농생고의 단체전 우승을 이끌었다. "내년에 유니버시아드, 세계선수권에 도전할 수 있도록 기술도 체력도 더 열심히 단련하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단체전 메달을 못따 아쉽지만 그 아쉬움이 다음에 더 잘할 수 있는 힘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개인종합 동메달을 따낸 고예닮 역시 "아시아선수권은 출발의 의미다. 첫 도전에서 모두 잘해낸 것같다"라며 웃었다.
두려움 없는 '고딩' 대표팀의 당당한 도전은 스스로에게도, 선후배들에게도, 북한 일본 등 라이벌들에게도 강력한 자극제가 됐다. '도마의 신' 양학선의 첫 올림픽 금메달의 기운을 이어갈 황금세대가 떴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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