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혹하다고 해야 할까.
프로배구 현대캐피탈이 시즌 초반 첫 고비를 맞았다. 숙명의, 신흥 라이벌과 네 경기 연속 맞붙어야 하는 웃지 못할 상황이 발생했다. 현대캐피탈은 18일 삼성화재와 올시즌 첫 슈퍼매치를 치른다. 22일 1라운드 최종전에선 대한항공과 한판 승부를 벌인다. 얄궂은 일정이다. 현대캐피탈은 28일 2라운드 첫 경기를 대한항공과 펼쳐야 한다. 이어 12월 2일 삼성화재와 다시 외나무다리에서 만나게 된다. 하종화 현대캐피탈 감독과 선수들은 일명 '데스 레이스'(죽음의 경주)를 어떤 자세로 임할까.
하 감독은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는 자세다. 하 감독은 "넘어야 할 산이다. 부담이 안된다면 거짓말이다"며 허탈한 웃음을 지었다. 그러면서도 "어차피 맞붙어야 할 팀이다. 질 때 지더라도 자신있게 붙어봐야 한다. 아직 시즌 초반이다. 강팀들과의 4연전은 시즌 장기레이스를 위해 준비하는 과정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당장 18일 삼성화재를 먼저 넘을 묘수를 찾아야 한다. 하 감독은 "레오를 막을 방법을 고민 중이다. 레오만 꼭 막는다기보다 삼성화재의 단점을 연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밀한 분석이 필요하겠지만, 이미 답은 나와있다. 하 감독은 "현대캐피탈만의 플레이를 펼쳐야 한다. 치고 박고 했을 때 상대가 잘하면 어쩔 수 없다. 그러나 우리가 스스로 경기를 망친다면 답이 없다. 범실을 줄여야 한다"고 설명했다.
라이벌전에선 외국인선수의 충돌도 볼만하다. 2006~2007시즌 이후 삼성화재는 레안드로-안젤코-가빈을 이용해 현대캐피탈의 코를 납작하게 했다. 지난 7시즌 동안 현대캐피탈은 단 한번도 상대 전적에서 삼성화재를 앞선 적이 없다. 숀 루니 이후 로드리게스-소토-수니아스 등 외국인 농사 실패의 성적표만 받아들고 있다. 미차 가스파리니(슬로베니아)가 어둠의 패배 고리를 끊어줘야 한다. 가스파리니는 역시 '승부사'다웠다. "상대 팀도 나에 대해 분석할 것이다. 레오가 잘하든 내가 잘하든 이기는 것에 중점을 둘 것"이라며 당찬 포부를 드러냈다.
'토종 거포' 문성민은 담담함을 보였다. 문성민은 "가장 강한 두팀과 맞붙는다. 삼성화재는 조직력이 좋은 팀이다. 새 외국인선수 레오를 어떻게 막느냐가 관건이다"면서 "대한항공과도 많이 경기를 해봤다. 지난시즌 플레이오프 때의 기억을 되살려야 할 것"이라고 답했다.
뭐니뭐니해도 라이벌전에선 여러가지 요소가 승부를 좌우한다. 그 중 하나가 풍부한 경험이다. 베테랑들이 보여줘야 할 몫이다. 현대캐피탈은 장영기가 담당할 전망이다. 장영기는 "삼성화재와 대한항공은 기선과 범실의 싸움이다. 기싸움에서 누가 밀리지 않느냐에 따라 승부가 갈린다. 좀 더 우리가 단점을 보강하고 코트에서 밝은 모습을 보여준다면 기싸움에서 밀리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항상 라이벌전은 수많은 이야깃거리가 양산됐다. 현대캐피탈이 넘어야 할 4개의 봉우리에선 어떤 스토리가 쏟아져 나올지 기대된다.
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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