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요르카전은 박주영(27·셀타비고)에 중대기로였다.
9월 23일(한국시각) 헤타페전에서 마수걸이 골을 넣은 뒤 주가를 올렸다. 그러나 이후 두 달간 침묵하면서 열기가 식었다. 설상가상으로 부상까지 겹쳤다. 헤타페전 득점 뒤 끓어 올랐던 스페인 언론도 입을 다물었다. 팀의 부진까지 겹치면서 파코 에레라 셀타비고 감독의 무한신뢰에도 금이 갔다. 에레라 감독은 "박주영이 우리가 기대했던 수준에 100% 맞춰 주지 못하고 있다. 박주영에게 무엇인가 빠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고 일갈했다. 박주영은 아스널 유니폼을 입고 있던 지난 시즌 볼턴과의 리그컵에서 역전 결승골을 터뜨린 뒤 아르센 벵거 감독의 신뢰를 얻는 듯 했으나, 이후 침묵하면서 남은 일정을 리저브팀에서 보내는 굴욕을 겪어야 했다. 최근까지의 상황은 아스널에서의 악몽을 떠올리기에 충분해 보였다.
일희일비 하지 않았다. 박주영은 에레라 감독의 발언 뒤 솔직하게 자신의 마음을 털어 놓았다. "모든 선수들이 압박감을 느낀다. 나도 모든 경기에 뛰면서 많은 골을 넣고 싶다. 하지만 특별한 압박감은 아니다. 매번 훈련장에서나 집이나 호텔로 돌아오면 어떻게 골을 넣고 어떻게 뛸지 생각한다." 의연함도 잃지 않았다. 그는 라요 바예카노와의 리그 11라운드 결장에 대해 "감독이 주는 기회는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출전 시간은 선수가 아닌 감독이 정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나는 1분이든 2분이든 10분이든 최선을 다해야 한다. 그게 전부다. 중요한 것은 내 최고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다. 단 1분이라도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활약을 다짐했다.
에레라 감독은 19일 홈구장 발라이도스 스타디움에서 가진 마요르카와의 12라운드 박주영을 선발 출격시켰다. 충격 요법의 효과를 기대했다. 기대는 적중했다. 박주영은 팀이 0-1로 뒤지고 있던 후반 11분 이아고 아스파스의 크로스를 동점골로 연결했다. 헤타페전 이후 두 달여 만이자 리그 7경기 만에 맛본 귀중한 득점이었다. 이 골로 셀타비고는 마요르카와 1대1 무승부로 경기를 마무리 했다. 리그 2연패 부진에서 탈출한 순간이었다.
마요르카전을 통해 박주영은 한 숨을 돌리게 될 전망이다. 에레라 감독은 박주영이 후반 초반까지 부진하자 벤치에서 대체 공격수를 불러 교체 준비를 했다. 정황상 교체 대상은 박주영이었다. 그러나 박주영이 동점골을 성공시키자 주력 공격수 크론델리와 아스파스를 빼고 박주영에 기회를 부여했다. 이 경기의 활약 여부가 박주영의 향후 주전 경쟁 구도에 얼마나 지대한 영향을 끼칠 수 있었을 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에레라 감독은 마요르카전에서 드러난 박주영의 활약을 바탕으로 다시 신뢰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공격자원이 부족한 현실에서 박주영을 빼고 대안을 찾기는 쉽지 않은게 사실이다. 마요르카전을 통해 가능성을 본 만큼 당분간 기회를 더 부여할 가능성이 크다.
박주영은 마요르카전 득점으로 새로운 자신감을 충전하게 될 전망이다. 마요르카전 풀타임 출전으로 부상에서 완전히 회복됐음을 증명했고, 득점까지 얻으면서 마음 고생을 털어냈다. 전체적인 경기력은 100% 만족하기 힘들었지만, 후반전에서의 활약은 향후 기대감을 갖기에 충분했다. 마요르카전 득점은 '아시아 선수의 무덤'으로 불리우는 스페인에서 생존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충전하기에 충분한 소득이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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