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직 배우에게만 허락된 길, 그래서 더 특별하고 아름다운 길이 있다. 화려한 드레스 자락이 스치는 레드카펫. 가장 빛나는 모습으로 붉은 융단 위에 선 배우들은 수많은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으며 절정의 순간을 만끽한다. 매년 청룡영화상도 쌀쌀한 늦가을 밤을 뜨겁게 달구는 레드카펫 퍼레이드로 시상식의 막을 올린다. 올해로 서른셋. 성숙해진 나이만큼 청룡영화상에선 잊지 못할 레드카펫 명장면이 수없이 탄생했다. 영원으로 간직된 찬란한 순간을 키워드로 되짚어 봤다.
훈훈…또 하나의 가족
레드카펫은 홀로 있어도 빛나지만 여럿이 함께하면 더 밝아진다. 함께 걷는 발걸음 또한 든든하다. 지난 해 청룡영화상 시상식을 찾은 공유는 영화 '도가니'에서 함께한 아역배우들의 손을 잡고 레드카펫을 걸었다. '삼촌 미소'와 함께 아역들을 돌보는 공유의 모습은 영화 속 장면과 겹쳐지며 흐뭇한 미소를 짓게 했다. 인기스타상을 수상한 후엔 "'도가니'가 철저하게 외로운 영화라고 생각했는데 그 생각이 제 오만이라는 걸 깨닫게 해준 470만 관객들께 감사하다"고 말해 감동을 안겼다. 2010년에도 '아저씨' 커플이 팬들의 환호를 받았다. '아저씨'에서 우정을 나눈 원빈과 김새론은 그해 열린 모든 시상식에 함께 등장해 상을 싹쓸이했다. 이들의 커플룩 퍼레이드를 보는 재미도 쏠쏠했다. 2009년에는 '과속스캔들'의 할아버지 차태현, 엄마 박보영, 손자 왕석현이 인기를 독차지했다. 이날 차태현과 왕석현은 시상자로 나서 만점 활약을 펼쳤고 박보영은 신인여우상을 받으면서 3대 대가족에게 더 없이 경사스러운 날이 됐다.
아찔…여배우의 노출은 무죄
레드카펫의 꽃은 역시 여배우다. 세련된 자태와 고혹적인 분위기를 돋보이게 하는 품격 있는 노출은 여배우만의 특권이기도 하다. 레드카펫을 뒤흔든 아찔한 그녀들이 있어 청룡영화상 시상식이 더욱 빛났다. 특히 2007년 시상식에선 유난히 아슬아슬한 순간이 많았다. 가슴라인과 등을 훤히 드러내고 붉은 립스틱으로 포인트를 준 김윤진은 지적이면서도 섹시한 분위기로 시상식을 압도했다. 전에 없던 김윤진의 파격적인 노출은 시상식 이후로도 두고두고 화제가 될 정도로 화끈했다. 적절한 수위의 지능적인 노출을 선보여온 김소연도 이날은 등과 옆선을 드러낸 황금빛 드레스로 서구적인 몸매를 한껏 부각시키며 플레시 세례를 독점했다. 언제 어디서나 돋보이는 세련된 자태는 드레스보다 빛났다. 그리고 당시 풋풋한 신인이던 박시연도 늘씬한 몸매에 글래머러스한 가슴을 부각시킨 블랙 드레스를 선보여 시상식의 베스트 드레서로 뽑혔다. 이같은 여배우들의 레드카펫 노출은 이미지 변신의 계기가 되기도 한다. 지금으로부터 약 10년 전인 2004년, 막 아역배우에서 벗어난 김민정은 청룡영화상에서 가슴 부위만을 살짝 가린 파격 드레스로 성숙미를 뽐내며 성인 연기자로 성공적인 변신을 이뤄냈다.
전설…레드카펫 역사는 계속된다
14년째 청룡영화상의 안방을 지키고 있는 김혜수는 레드카펫의 살아 있는 전설이다. 때론 포인트 노출로, 때론 눈을 둘 곳 없이 과감한 노출로, 매번 강약을 달리하는 김혜수의 노련한 드레스 전략은 그녀가 왜 레드카펫의 여신으로 군림할 수 있었는지 느끼게 한다. 여러 남자 파트너와의 탁월한 조화도 김혜수이기에 가능했다. 언제나 김혜수의 육감적인 몸매보다 더 돋보이는 것은 그녀의 당당함이다. 김혜수는 시상식에서 허리를 숙여 인사를 할 때도 좀처럼 손으로 가슴을 가리는 일이 없다. 자칫 드레스가 흘러내리기라도 할까봐 조심스러워하느라 팬들의 환호를 제대로 즐기지 못하는 다른 여배우들과는 차원이 다른 품격이다. 팬들의 시선을 즐기는 김혜수의 여유와 자신감은 그녀가 왜 여배우들의 '워너비'인지를 증명한다. 올해 김혜수가 어떤 모습으로 레드카펫의 역사를 새롭게 쓰게 될지 영화팬들의 기대가 크다. '포스트 김혜수'는 당분간 없을 듯하다.
김표향 기자 suza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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