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
2m33에 달하는 거구의 외국인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에 비해 한없이 작아 보이는 국내 선수가 모래판에 나란히 오르자 관중들이 탄성을 내질렀다.
샅바를 매고 모래판에 오른 외국인 선수는 미국 출신의 커티스 존슨(32)이다. 존슨은 28일 전남 영광 스포티움에서 열린 2012년 세계 씨름 친선교류전에 해외선수 연합팀 최종주자로 나서 가장 낮은 체급인 금강급의 안태민(25·장수군청)과 맞붙었다.
존슨이 이국의 전통 스포츠와 인연을 맺은 것은 불과 2년 전이다. 나이트클럽 지배인으로 근무하고 있는 뉴저지에서 2010년 열린 미국 한인체육회에 선을 보인 씨름대회가 계기가 됐다. 씨름에 도전한 존슨은 그해 10월 처음 출전한 뉴욕씨름대회에서 우승했다. 경력은 일천했지만, 대학시절 농구선수로 활약했던 운동신경과 거구가 최대 무기였다. 이전까지 가장 큰 신장을 자랑했던 '테크노골리앗' 최홍만(2m18)보다도 15cm가 큰 체격이다. 제 자리에서 손을 뻗으면 3m5 높이의 농구 림을 잡을 수 있을 정도다. 대한씨름협회는 2011년부터 체중 상한제(160㎏ 이하)를 도입했다. 하지만 천하장사 씨름대회에는 이 규정을 적용하지 않아 존슨의 출전이 가능해졌다. 존슨은 지난해 세계 씨름 친선교류전에 출전해 자신보다 50cm, 70㎏ 차이가 나는 안태민을 가볍게 제압할 것으로 점쳐졌다. 그러나 결과는 무릎메치기 기술을 구사한 안태민의 승리로 돌아갔다.
지난해와 같은 방심은 없었다. 1년을 와신상담한 존슨은 강해졌다. 첫 판에서 안태민을 번쩍 들어올린 뒤 결국 밀어치기로 첫 승을 거두며 한층 성장한 실력을 과시했다. 하지만 둘째 판에서는 안태민의 돌려치기에 단번에 넘어가면서 기술 씨름의 매운 맛을 톡톡히 봤다. 마지막 셋째 판에서 존슨이 꺼내든 무기는 밀어치기였다. 고개를 숙인 채 안태민을 그대로 누르면서 승부가 마무리 되는 듯 했다. 하지만 끝까지 버티던 안태민의 돌려치기에 모래판에 나뒹굴면서 올해도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은 다윗의 승리로 마무리가 됐다. 팬들은 멋쩍은 웃음을 지으며 퇴장하는 존슨에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며 노력에 화답했다. 존슨은 "지난해 패한 뒤 나름대로 많이 노력을 했지만, 안태민이 더욱 강해졌다"고 고개를 흔들었다. 그러면서도 "앞으로 더 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도록 열심이 노력할 것"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한편, 이날 세계 친선교류전에서는 한국의 씨름과 루차 카나리아(스페인), 부흐(몽골) 세계 각지의 전통씨름이 한판승부를 펼쳤다. 선수들은 씨름 선발팀과 해외 선수 연합팀으로 나뉘어 매 경기마다 각 종목 전통 룰에 따라 맞대결을 펼쳐 볼거리를 선사했다.
영광=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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