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자 명단을 알 수가 없었다. 영화 홍보로 물들던 멘트도 모두 사라졌다. 그리고 식상한 축하 무대도 청룡에서는 볼 수 없었다
혼전에 혼전을 거듭하던 심사는 시상식 시작을 불과 2시간 앞둔 30일 오후 7시에야 끝이 났다. 그리고 수상 결과가 담긴 기사가 송고된 시각이 오후 9시 30분. 시상식이 시작된 뒤에도 특별취재반에 참여한 대부분의 기자들까지도 결과를 몰랐을 정도로 철통 보안이 유지됐다.
그러다 보니 올해 시상식엔 재미가 넘쳤다. 무엇보다 시상식의 단골 메뉴인 영화 홍보가 사라진 점이 특징. 식상한 인사 멘트 대신 톡톡 튀는 진행과 개념 소감이 이어졌다. 신인여우상을 시상한 류승룡과 김지영은 리셉션장에서부터 서로 입을 맞추며 대본에도 없던 애드리브로 시상식장에 폭소탄을 터뜨렸다.
'좌석 난입' 퍼포먼스를 보였던 가수 장기하의 공연엔 공효진 등 여배우들도 즐기는 분위기. 또 박정현-김범수의 듀엣 무대, 인순이의 열정에 가득찬 공연은 객석의 스타들을 흥분시키게 충분했다.
남우주연상 시상자로 나선 문채원은 "1부가 끝날 때 옆자리 선후배들과 '벌써 끝났어'라는 말을 주고 받았다"며 "청룡은 특별하다는 말을 종종 들었지만, 올해 시상식은 더욱 특별하고 재미있다"고 말하기도.
더불어 준비되지 않은 스타들의 감동 멘트가 이어졌다. 임수정은 무대 뒤에서도 눈물을 흘렸고, 감독상 시상자로 나선 류승완 감독은 봉투를 열어보고 깜짝 놀라더니 침묵 뒤 "대박입니다"라는 말을 외쳤다. 정지영 감독의 수상 첫마디 또한 "뜻밖입니다"였다. 대배우 안성기의 촬영조명기술상 시상도 청룡이었기에 가능했던 카드. 청룡의 러브콜에 흔쾌히 OK사인을 보낸 안성기는 이날 카메라 뒤에서 구슬땀 흘리는 스태프들의 노고를 특별 언급하며, 국민배우다운 모습을 보여줬다.
한편 이날 시상식엔 영화계 거물들이 한자리에 모이며 한국영화 최고 축제다운 위용을 과시했다. '레드 2'를 촬영 중인 이병헌을 제외하곤 후보 전원이 참석하는 또 한번의 기록을 세운 것은 청룡으로선 당연한 일. 후보뿐아니다. 김재중은 서울 건대 인근에서 영화 '자카이 온다' 홍보 행사가 오후 7시 30분이 넘어서 끝났는데, 총알같이 달려왔다.
심재명 명필름 대표를 비롯해 안수현 케이퍼필름 대표, 원동연 리얼라이즈픽쳐스 대표 등 충무로 유명 제작자들이 행사장을 빛냈다. 바른손 김민숙 대표를 비롯해 양근환 키이스트 부사장, 손석우 BH엔터테인먼트의 대표 등 매니지먼트 업계의 큰별들도 대거 떴다.
이정혁 기자 jjangg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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