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현대오일뱅크 K-리그 대상, 그라운드 전사들이 축구로 단련된 탄탄한 몸매, 감춰둔 '슈트발'을 뽐냈다. 뜨거운 땀에 젖은 유니폼 대신 모처럼 단정한 정장에 넥타이를 매고 한껏 멋을 냈다. 여가수와의 무대를 앞둔 슈트 협찬, '개그 마스코트' 브라우니 대동 등 시상식 패션에 대한 유쾌한 뒷얘기도 넘쳐났다.
'드레스 코드' 미션 수행은?
축구연맹은 이번 시상식에서 팀 컬러를 염두에 둔 드레스코드를 지정했었다. 서울, 포항, 부산 등 빨간색이 상징색인 구단선수들은 넥타이, 보타이 등으로 미션을 완수했다. '황카카' 황진성의 센스는 가장 눈에 띄었다. 코미디프로그램 '개그콘서트'의 마스코트 브라우니를 대동하고 포토월에 섰다. 브라우니에게 빨간색 포항 유니폼을 입히는 '센스'를 보여줬다. 소녀팬들이 뜨겁게 열광했다. 지난해에도 베스트 드레서다운 패션을 보여준 이동국은 이날도 브라운색의 세련된 슈트룩을 선보였다. 오른쪽 재킷 칼라 아래 비장의 '초록색 브로치'를 달아주는 센스를 보여줬다. "나만 알아보게 달았다"며 웃었다. 부산 아이파크의 '꽃미남 삼총사' 박종우 한지호 이범영은 이날 단골 역삼동 헤어숍에서 함께 머리에 힘을 주고(?) 왔다. 팀 컬러인 빨간색 넥타이로 드레스코드도 맞췄다. 체크슈트에 포켓치프까지 단정하게 갖춰입은 한지호는 "첫 시상식 참가를 앞두고 직접 양복을 골라 구입했다. 포켓치프는 원래 달려있던 것"이라며 웃었다. 일찌감치 도착해 헤어드라이중이던 '선배' 김창수의 노타이를 보자마자 '삼총사'는 한꺼번에 압력을 행사했다. "형, 빨간색, 넥타이는요?" 수수하고 담담한 스타일의 김창수는 이날 베스트 수비수에 선정됐다. MVP 데얀과 함께 무대에 오른 몇 안되는 노타이족이었다.
지나와 깜짝 듀엣 윤석영의 패션토크
이날 섹시 여가수 지나와의 깜짝 듀엣으로 화제가 된 전남의 명품풀백 윤석영(22)은 '귀여운 남자친구' 패션을 선보였다. 팬미팅에서 버스커버스커의 '정말로 사랑한다면'을 불러 뜨거운 인기를 모았던 윤석영은 일주일전 '시상식 듀엣 미션'을 부여받았다. 그라운드에 나서는 틈틈이 남몰래 노래연습을 했다. 1일 광주전을 마친 다음날 오전 슈트 피팅에 나섰다. 더클래스, 시슬리옴므 등 인기 패션 브랜드들이 '그라운드 대세남'에게 협찬을 자청했다. 당초 세련된 느낌의 베이지색 의상을 준비했으나, 이날 밤 지나와 첫 듀엣곡 연습을 하며 마음을 바꾸었다. 별과 권정열의 듀엣곡 '귀여워'에 맞는 '귀여운' 이미지의 의상을 선보였다. 네이비 재킷 안에 네이비 카디건, 블루 셔츠를 받쳐입었다. 네이비 보타이로 귀여운 남자친구의 이미지를 강조했다.
패셔니스타 명장들의 패션토크
감독들의 패션대결 역시 볼 만했다. 오후 2시경 김호곤 울산 현대 감독이 그레이색 슈트에 베이지색 롱코트, 머플러를 두르고 시상식장 로비로 들어섰다. 가장 먼저 김 감독을 반긴 건 소녀팬들의 비명이었다. 아시아 정상에 선 김 감독에게 셀카 촬영을 요구했다. 소녀팬의 적극적인 대시에 김 감독은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곧이어 김 감독을 반긴 건 '패셔니스타' 박경훈 제주 유나이티드 감독이었다. 박 감독이 "오! 아시아 최고 감독님 패션으로 오셨다"라고 농담하며 '대선배' 김 감독을 반겼다. "어디 박 감독 앞에서 패션을 말하겠냐"며 슬며시 빼는 듯하던 김 감독은 싫지 않은 듯 은근한 패션토크를 이어갔다. "실은 내가 요새 살이 너무 빠져서 요새 맞는 옷이 없어. 이건 가을쯤에 새로 산 옷이야. 이번에 처음 입었네"라며 웃었다. "원래 넥타이도 잘 안하는데 오늘은 넥타이도 하고 왔어. 이거 한 10년 된 거야"라며 핑크빛 넥타이를 가리켰다. 박 감독이 슈트 팬츠를 한번 접어올린 것을 본 김 감독은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요즘 패션은 바지가 길면 안돼"라더니 발을 들어 구두 위로 살짝 올라온 팬츠 기장을 보여줬다. 평소 패션에 조예가 깊은 김 감독은 패션쇼 나들이도 자주 하는 편이다. 김신욱(울산)이 옆을 지나가자 김 감독은 애제자의 패션을 평가하기 시작했다. "신욱이, 예전보다 많이 좋아졌어. 많이 세련돼졌어"라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신욱이가 덩치는 큰데 옷은 나보다 작게 입어"라는 세심한 설명도 곁들였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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