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키부터 반납 받아야겠네요."
롯데 정민태 투수코치는 연거푸 한숨을 내쉬었다. 롯데 유니폼을 입고 훈련을 시작한지 보름 정도밖에 지나지 않은 시점. 의욕에 불탔다. 여기에 지난달 29일 1박2일간 선수들과 납회행사를 치르며 "내년 시즌 함께 잘해보자"라고 의지를 다진게 불과 몇일 전이다. 하지만 3일 투수 고원준의 음주 교통사고가 터지고 말았다.
다른 투수도 아닌 고원준이기에 정 코치의 속은 타들어갔다. 2010년 고원준이 넥센에 신인으로 입단하며 두 사람의 인연은 시작됐다. 정 코치의 지도 아래 고원준은 프로무대에서 손꼽히는 유망주 투수로 이름을 알렸다. 고원준이 롯데로 트레이드돼 두 사람은 잠시 이별했지만 정 코치가 롯데 유니폼을 입으며 재회했다. 정 코치가 롯데 합류 후 첫 인터뷰에서 "원준이가 소식을 보고 맨 먼저 전화해 좋아했다"는 얘기를 했을 정도로 두 사람의 관계는 특별했다.
특히 부산에서 혼자 지내야하는 정 코치는 오피스텔 방까지 고원준과 같은 건물에 얻었다. 아끼는 젊은 제자 관리를 위한 차원이었다. 실제로 정 코치는 틈틈이 고원준의 방을 방문하거나 전화로 확인을 하며 성심성의껏 제자를 챙겼다. 그 와중에 새벽 음주사고가 났으니 정 코치의 억장이 무너졌다. 아무리 '관리'에 들어가겠다고 했지만 다 큰 성인, 그것도 억대 연봉을 받는 프로선수의 일거수일투족을 24시간 감시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정 코치는 "11시, 12시까지 챙긴다고 챙겼는데 새벽에 이런 일이 벌어져버리니 뭐라고 말을 해야할 지 모르겠다"며 안타까워했다. 이어 "일단 자동차 키부터 반납받아야 할 것 같다. 올시즌 중에는 절대로 운전을 못하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
공인이나 마찬가지인 프로야구 선수로서 음주운전은 어떻게든 용서받을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정 코치는 부모의 마음으로 고원준이 다치기라도 했을까 걱정이 됐다고 한다. 소식을 듣자마자 같은 건물 주차장에 내려가 고원준의 차 상태부터 살폈다. 차의 상태를 보면 어느정도의 큰 사고인지 짐작할 수 있기 때문. 정 코치는 "다행히 차가 살짝 긁힌 정도였다"면서 "다치지 않은 것은 다행이다. 하지만 사고의 경중을 떠나 프로선수로서 음주운전은 용납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답답한 마음에 쉽게 얘기를 이어가지 못한 정 코치는 "구단의 징계가 있을 것이다. 본인이 뼈저리게 반성하고 앞으로 어떻게 행동해야 할 지 느껴야 한다"며 "만약 다시 한 번 이런 일이 발생한다면 그 때는 본인이 모든 책임을 져야한다. 자기 하고 싶은대로 다 하고 산다면 프로선수로서의 자격이 없다"는 뼈있는 충고를 남겼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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