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도 찬바람은 매섭기만 하다. 무려 10년째 안방에서 남의 잔치를 바라만 봐야 했다. 하지만 그 누구도 '내년엔 4강'을 성급하게 외치는 이는 없다. 또다시 '겨울에만 강하다'는 비아냥을 듣기 싫어서다. 10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한 LG 얘기다.
프로야구 최고 인기구단 중 하나인 LG는 비시즌 동안 많은 주목을 받는다. '이번엔 다르겠지'라는 팬들과 언론의 관심이 쏟아진다. 하지만 매번 실망만을 안겼다. '오버한다'는 인식이 생길까봐 이젠 부담스럽기만 하다.
올해 LG에서 첫 시즌을 보낸 김무관 타격코치도 마무리 훈련 성과에 대해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다른 이들과 마찬가지로 섣불리 '희망'을 언급하지 않았다.
그는 타격 분야에 특화된 코치다. 웬만한 감독들보다 오랜 시간 지도자생활을 했지만, 스페셜리스트로서 롱런하고 있다. 코치 경력만 20년이 넘는다. 처음 겪은 LG 선수들을 그 누구보다 냉정하게 바라볼 수 있는 위치에 있다.
"이대형 정의윤 오지환, 셋에게 달렸죠." 마무리훈련 성과에 대해 묻자 그는 나지막이 답했다. 아직 결과를 언급할 단계가 아니란 것이다. 대신 LG 타선의 향방이 셋에게 달렸다는 말로 갈음했다.
실제로 진주 마무리훈련 내내 김 코치는 셋에게 매달려 '집중과외'를 펼쳤다. 사실 이대형은 지난해 이맘때부터 김 코치의 집중 조련을 받았다. 타고난 빠른 발에 방망이 실력까지 겸비하면 리그 최고의 1번타자가 될 수 있었다. 하지만 '2%' 이상 부족했다. 매년 타격폼은 바뀌었고, 맞히는데 급급한 나머지 스윙이 제대로 이뤄지지도 않았다. 빠른 발에 특화된 플레이가 오히려 성장을 더디게 만든 것이다.
혹독한 조련의 결과는? 오히려 안 좋았다. 이대형은 101경기서 타율 1할7푼8리라는 데뷔 후 최악의 부진에 시달려야만 했다. 출루율 역시 남들 타율보다 못한 2할5푼3리였다.
김 코치는 "타격은 습관대로 하게 돼 있다. 나쁜 습관을 고치려면 고집을 버려야 하는데 시즌 중엔 쉽지 않았던 것 같다"라며 "나쁜 습관이 배있다면 배 이상 연습해야 한다. 다른 선수들이 어쩌다가 3할을 치는 게 아니다. 좋은 습관이 배있을 때 성적이 뒤따르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제 이대형은 스탠스를 좁혔고, 방망이도 짧게 잡고 있다. 또다시 과거의 습관이 나올지 모르지만, 11월 한 달 간은 정확도를 높이는데 집중했다. 김 코치는 나머진 이대형의 몫이라며 혹독한 훈련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정의윤과 오지환 역시 마찬가지다. 고교 시절 최고의 거포 유망주였던 정의윤은 하체를 활용하는 법을 집중적으로 익혔다. 상체 위주로 스윙하면서 높은 볼이나 변화구 대처가 좋지 않았다면, 이제 중심을 단단히 잡고 배트를 돌리고 있다.
오지환은 시즌 중반부터 1번타자로 기용되면서 들쭉날쭉하던 스윙이 점차 안정됐다. 이제 향상된 컨택트 능력을 자리잡게 하는 게 과제다. 김 코치는 "내년 뿐만이 아니라, 향후 수년간의 LG 성적이 셋에게 달렸다"고 강조했다.
김기태 감독은 1군 멤버인데도 경남 진주까지 내려와 마무리훈련을 소화한 이대형 정의윤 오지환에게 고마움을 표한 바 있다. 하지만 이들이 성장해야 LG 타선도 살아난다. 30대 베테랑 일색의 LG 라인업에서 마지막 남은 젊은 피, 이대형 정의윤 오지환이 성장해야 LG도 산다.
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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