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러움, 그 자체였다.
김호곤 울산 현대 감독(61)은 이미 20년 전부터 클럽월드컵을 관전해왔다. 1992년 바르셀로나올림픽 코치와 연세대 감독을 겸임할 때부터다. 거의 한 해도 빠지지 않고 일본 나고야와 요코하마를 찾았다. 자연스럽게 세계축구의 흐름을 파악할 수 있었다. 세계적인 선수들의 몸놀림을 현장에서 직접 관전한다는 것도 흥분되는 일이었다.
당시 대회 명칭은 클럽월드컵이 아니었다. 인터컨티넨탈컵이었다. 1955년 유럽에서 챔피언스컵(현 챔피언스리그)이 시작됐다. 인터컨티넨탈컵은 유럽과 남미 클럽 챔피언 대항전을 개최하기 위해 각국이 적극적으로 나서 1960년부터 정기적으로 열리게 됐다. 김 감독은 "과거에만 해도 유럽 대표와 남미 대표, 두 팀만 경기를 했다. 대학 감독 시절부터 보러다녔는데 부럽기만 했다. 아시아 클럽들도 세계 무대에서 경쟁력을 시험해볼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었다"고 회상했다.
2000년, 김 감독의 바람은 현실로 이어졌다. 규모가 확대된 대회에 아시아 클럽 챔피언도 참가할 수 있게 됐다. 2005년 클럽월드컵으로 대회 명칭을 바꾼 뒤 이듬해부터는 아시아에 속하던 오세아니아가 따로 떨어져나오면서 6개 대륙 클럽 챔피언들이 진검승부를 펼치는 그림이 그려졌다.
김 감독은 또 다른 부러움이 생겼다. 자신이 팀을 이끌고 대회에 출전하고 싶었다. 그러나 녹록지 않았다. 2009년 울산의 지휘봉을 잡은 뒤 굴욕을 맛봤다.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조별예선에서 탈락했다. 그해 아시아를 정복한 포항의 선전만 지켜봤다. 2010년에도 성남의 활약만 일본에서 축하해줘야 했다.
하지만 더 이상 구경꾼이 아니다. 2012년, 당당하게 클럽월드컵 출전 자격을 획득했다. 퍼펙트 우승으로 아시아 정상에 섰다. 조별리그와 토너먼트 등 12경기에서 단 한 경기도 패하지 않았다. 움크리고 있다가 순식간에 상대의 허점을 파고드는 '철퇴축구'의 위력을 제대로 발휘했다.
꿈을 이룬 김 감독의 관록이 또 다시 세계 무대에서 빛을 발할 때가 왔다. 김 감독은 '현미경 분석'으로 이미 6강 상대 북중미 대표 몬테레이(멕시코)를 파헤치고 있다. 이미 선수들에게 상대 팀의 장단점이 담긴 CD를 한 장씩 나눠주었다. 5일 일본에 도착한 뒤에는 A4 용지에 쓴 분석 자료를 나눠줄 예정이다. 아시아 최고의 클럽으로 발돋움할 수 있었던 원동력인 분석의 힘이 세계 무대에서도 통하리라 믿고 있다.
클럽월드컵을 떠나기 전 아쉬움도 있었다. 김 감독은 선수들에게 잊지 못할 추억을 선물하고 싶었다. 주장 곽태휘를 불러 결혼한 선수들의 아내들을 모두 일본에 데려가자는 제안을 했다. 1986년 멕시코월드컵 대표팀 코치 시절을 떠올렸다. 멕시코 현지에서 영국과 친선경기를 하는데 영국대표팀에는 선수 아내들이 남편들을 응원하고 있었다. 김 감독은 선수 아내들에게도 자부심을 심어주고 싶었다. 세계 무대에서 뛰는 남편들의 듬직한 모습을 현장에서 보여주고 싶었다. 또 1년 간 '내조의 여왕'으로 남편들을 뒷바라지한 아내들의 스트레스 해소의 의미도 담겨있었다. 하지만 미혼 선수들과의 형평성 문제가 발생했다. 결국 김 감독은 뜻을 접었다. 그러나 다른 방법을 연구 중이다. 아시아 챔피언이 되기까지 고생한 선수들과의 아름다운 추억을 영원히 간직하기 위해서 말이다.
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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