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원더스로 1군에 가는 일은 없을 겁니다."
허 민 구단주는 '괴짜'로 불릴 만하다. 정치에 입문할 것만 같았던 서울대 총학생회장 출신. 하지만 그는 과감히 게임 사업에 뛰어들었다. 19차례의 사업 실패 끝에 터뜨린 '대박'. 그는 갑자기 회사를 팔고 미국으로 떠났다. 미국에서 한 공부는 사업이 아닌 음악. 버클리 음대에서 정말로 음악을 배웠다.
게다가 어렸을 때부터 심취해있던 너클볼을 배우기 위해 전설의 너클볼러 필 니크로를 찾아가 제자가 됐다. 그리고 돌아온 고국. 그는 '프로야구'라는 제도권이 아닌 독립야구단을 만든다. 수익이 0인 완벽한 '기부'를 위한 구단이다.
기부를 위해 만든 '야구사관학교', 성공적 안착
사실 고양원더스가 출범할 때만 해도, 독립구단에 대한 우려 섞인 시선이 있었다. 국내에 독립리그는 존재하지도 않았다. 그렇다고 정식으로 출범한 팀이 사회인야구에서 뛸 수도 없는 법. 한국야구위원회(KBO)의 적극적인 지원으로 퓨처스(2군)팀들과 교류전을 갖게 됐지만, '실력차'에 대한 우려가 컸다.
하지만 고양원더스는 '야신' 김성근 감독의 지휘 아래 교류전 48경기에서 20승7무21패라는 놀라운 성적을 거뒀다. 5할 승률에 살짝 못 미치는 성적. 이뿐만이 아니다. 총 5명의 선수를 프로팀에 보냈다. 잠재력은 있지만 기회를 부여받지 못한 인재를 발굴해내겠단 창단 취지를 완벽히 달성해냈다. '야구사관학교' 역할을 해낸 것이다.
허 구단주는 프로야구 OB모임인 일구회가 선정하는 2012 일구상에서 대상을 수상했다. 그는 "이런 큰 상을 받을 자격이 없는 저에게 상을 주신다는 말을 듣고 처음엔 고사했다. 기부를 목적으로 만든 구단인데 상을 받는 게 맞나 싶었다. 이 상은 제 개인이 아닌 고양원더스란 팀에게 주시는 걸로 알겠다"는 수상소감을 밝혔다.
시상식이 끝난 뒤 허 구단주는 못다 한 이야길 이어갔다. "사실 오늘 현장에 계셨던 김기태 감독님께 정말 감사드린다는 말을 하고 싶어요." LG 사령탑인 김 감독은 8개 구단 중 처음으로 고양원더스 선수를 영입해 1군 데뷔까지 시킨 주인공. 왼손투수 이희성에 이어 내야수 김영관까지, 유일하게 2명을 영입한 구단이다.
그는 "고양원더스에서 데려온 2명의 선수를 1군 무대에 세웠다. 신임 감독이 그런 용병술을 쓰는 게 쉽지 않을 것이다. 성공과 실패를 떠나 자신만의 스타일로 운영하는 데 상당한 충격을 받았다"고 털어놨다.
고양원더스로 프로 진출? "그럴 일 없습니다"
고양원더스가 낸 성과, 그리고 김성근 감독에 대한 KT의 러브콜. 이쯤 되면 고양원더스가 프로팀 편입을 노리는 것이 아니냐는 얘기가 나올 수 밖에 없다.
KT는 수원과 함께 가장 먼저 10구단 창단을 공식 선언했다. 동시에 그룹 고위층에서 고양원더스와 재계약한 김 감독을 모시고 싶다는 의사를 내비쳤다. 게다가 신생팀의 경우, 선수선발부터 2군리그 참가 등 1군 무대에 오르기까지 2년에서 3년 정도의 시간이 소요될 수 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10구단을 어느 쪽에서 유치하든 선수층이 어느 정도 형성된 고양원더스는 매력적인 카드가 될 수 밖에 없다. 현실적으로 고양원더스 인수나 선수단을 받는 것을 고려할 수 있다.
하지만 허 민 구단주는 "고양원더스로 1군에 가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1군 도전에 대해서 아직 생각해본 건 아니지만, 고양원더스는 그 대상이 아니란 것이다. '기부'라는 본래 취지를 지켜내겠단 의지였다.
또한 허 구단주는 김 감독에 대한 KT의 구애에 대해 불편한 감정을 드러냈다. 그는 "쉽게 말하자면, 김감독님과 내가 결혼한 사이다. 근데 멀쩡한 부부 앞에서 공개적으로 '결혼하겠다'고 말할 수 있다는 사실에 놀랐다"고 말했다. 10구단 창단은 두 팔 벌려 환영할 일이지만, KT의 발언은 김 감독과 고양원더스에 대한 예의가 아니었다고 했다.
수천억원대 자산을 가진 청년 갑부는 당당했다. "살면서 돈을 쓰면서 가장 잘한 일이 독립구단을 만든 것"이라며 싱글벙글 웃었다. 그의 말대로 고양원더스를 통한 기부는 계속될 것이다.
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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