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시즌이 시작됐다. 9개월간의 장기레이스를 끝낸 선수들은 달콤한 휴가를 계획하고 있다.
'제주의 수비수' 허재원(28)은 특별한 경험을 앞두고 있다. 한국을 대표해 경기를 치르게 됐다. A대표팀 얘기가 아니다. 허재원이 만든 친목팀은 9일 캄보디아의 올림피크 스타디움에서 캄보디아 대표팀과 경기를 갖는다. 허재원 외에 정성민(강원) 강우람(대전) 등 K-리거들도 함께 한다. 현지에서는 이번 경기를 앞두고 대대적인 홍보를 하고 있다고 한다. 축구 열기만큼은 어느 나라 부럽지 않은 캄보디아다. '아시아 최강' 한국 프로 선수의 방문에 나라가 들썩이고 있다. 캄보디아 전역에 중계방송까지 된다.
허재원이 캄보디아까지 가게 되는 사연은 이렇다. 2년 전 허재원은 친구들과 친목 단체 '풀타임'을 만들었다. 비시즌 동안 단순히 쉬기만 하지말고 마음 맞는 사람끼리 웃으면서 축구를 하자는게 취지였다. 무조건 90분을 뛰자는 의미에서 이름도 '풀타임'으로 지었다. '감독' 허재원은 "감독이라고 전술 같은게 중요하지 않다. 무조건 선수들에게 출장 시간을 늘려주는게 감독으로서 해야하는 일이다. 그러다보니 공격수가 수비도 보고 하는 상황이 벌어진다"며 웃었다. 처음에는 허재원의 모교인 광운대학교 출신을 중심으로 운영됐다. 괜찮은 사람을 한두명씩 추가시키다보니 어느덧 30명이 넘는 모임으로 발전했다. 수원의 김두현도 비시즌에는 풀타임 회원이다.
풀타임은 많이 모이면 일주일에 다섯번 까지 모인다. 비시즌에는 거의 매일 얼굴을 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회비 만원을 걷어서 운동장 대여비, 사우나비, 식비로 충당한다. 모두 술을 싫어해서 술자리는 만들지 않는다. 상대팀은 다양하다. 고려대OB, 고등학교팀 등과 경기를 했다. 그러던 중 우연한 기회에 캄보디아 축구협회와 연이 닿았다.
총무로 있는 강우람의 지인이 캄보디아 축구협회에서 일하고 있었다. 강우람이 지인에 '풀타임' 존재를 말했더니, '프로 선수들만 모아서 올 수 있냐'는 제안을 받았다. 훈련장과 호텔을 제공한다는 조건이었다.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축구 후진국인 캄보디아에 재능기부를 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었다. 허재원은 '풀타임' 회원 중 프로 선수들만 추려서 7일 캄보디아로 향한다. 전 소속팀 광주와 현 소속팀 제주 선수들에게 참가 제의를 했지만, 갑작스럽게 잡힌 일정이라 함께할수 없었다며 아쉬워 했다. 허재원은 "좋은 기회에 선행을 할 수 있어 기쁘다. 앞으로도 기회가 있다면 계속해서 좋은 일을 하고 싶다"고 했다.
본의 아니게 '국가대표'가 된 허재원은 뜻깊은 휴가를 시작하게 됐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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