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균이 형한테 등 떠밀렸어요."
프로야구판에 새로운 몸개그의 달인이 등장했다. 주인공은 한화 내야수 이여상(28)이다.
이여상의 진가가 알려진 것은 지난 2일 수원구장에서 벌어진 양준혁재단 희망더하기 자선야구대회에서다.
통일팀으로 출전한 이여상은 7회초 왼쪽 타석에 들어서 삼성 박한이의 흉내를 내며 팬들의 배꼽을 잡게 했다.
이어 9회초 마지막 타석에서는 똑같이 왼쪽 타석에 들어서더니 이날 자선대회를 주최한 양준혁 이사장의 흉내를 그대로 냈다.
특유의 만세타법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타격을 한 뒤 1루 달려가는 '허둥지둥 주법'까지 너무 똑같아 폭탄 웃음을 유도했다. 마치 양준혁 빙의가 된 듯 너무 정교한 '동작모사'에 모두가 혀를 내둘렀다.
이쯤되면 야구계의 새로운 몸개그 종결자로 인정받을 만했다. 그동안 프로야구 몸개그의 대명사는 삼성 박석민였는데 강력한 라이벌이 등장한 것이다.
이여상이 이처럼 자신을 망가뜨려 자선대회의 즐거움을 업그레이드시켜주기까지 숨은 사연이 있었다.
이날 경기가 4회를 넘겼을 때였다. 통일팀 덕아웃의 선수들은 조금씩 술렁거렸다. 대회 시작과 달리 경기 흐름과 관중석 분위기가 살짝 지루해지기 시작한 것이다.
선수들 사이에서 "명색이 잔칫날인데 분위기 꺼지면 안된다. 누군가 뭐라도 해야겠다"는 말이 흘러 나왔다. 이 때 이여상은 SK 최 정이 이전 타석에서 보여준 것처럼 좌타자로 나서볼까 생각했다.
최 정과 마찬가지로 우투-우타인 이여상으로서는 선뜻 떠오를 수밖에 없는 볼거리 아이디어였다.
그러자 옆에 있던 소속팀 선배 김태균이 이여상을 꼬드겼다. "야, 너 그거 잘하잖아. 한 번 보여드려라." 결국 이여상은 옆에서 감언이설로 재촉하는 김태균으로 하여금 등을 떠밀려 몸개그를 선사하게 됐다.
막상 선배들의 타격 흉내를 내고 나니 '대박'이었다. 그렇다고 기대 이상의 반응이었을까. 알고보면 그것도 아니다. 한화 선수들에 따르면 예견된 결과였다는 것이다.
이여상은 그동안 경기중에 개그솜씨를 발휘할 기회를 얻지 못해서 그렇지 선수단 내부에서는 이미 소문난 몸개그의 달인이라고 한다. 김태균이 이여상을 강력추천한 이유이기도 하다.
이여상은 평소 팀 훈련을 할 때 선수들이 지친 기색을 보이거나 분위기가 가라앉았다 싶으면 코칭스태프와 동료들 앞에서 '재롱'을 부린다.
그의 장기가 바로 선배들의 타격 흉내를 내는 것이다. 김태균 강동우를 비롯해 롯데로 트레이드된 장성호가 이여상의 몸개그의 단골 소재였다고 한다.
눈썰미가 좋은 이여상이 싱크로율 100%의 솜씨로 선배들을 패러디하면 선수단 분위기는 금세 웃음바다가 되고 만다는 게 선수들의 증언이다.
평소 갈고 닦아놓은 숨은 재주를 갖고 있던 이여상으로서는 양준혁 자선대회에서 보여준 몸개그는 식은 죽 먹기나 다름없었다고 한다.
그도 그럴것이 이번에 보여준 박한이-양준혁 '동작모사'는 사전에 준비한 것도 없이, 즉흥적으로 만들어진 '작품'이라고 한다. 몸개그가 몸에 배어있었기에 자연스럽게 가능했던 결과였다.
이여상은 "팀내에서 몰래 하다가 막상 많은 분들이 보는 앞에서 '쇼'를 하려고 하니 속으로 무척 쑥스러웠다"면서도 "자선대회인 만큼 야구팬들께 즐거움을 선사했다면 그것으로 다행"이라고 말했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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