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축구 선수라고 가정해보자. 다른 팀으로 옮기려고 할때 가장 고려해야 할 요소가 무엇일까.
팀전력. 역사, 재정, 감독 등 다양한 요소를 꼽을 수 있겠다. 그 중에서도 첫번째는 '적응'이다. 특히 타리그로 이적할때 적응여부는 더욱 중요해진다. 최근들어 많이 기조가 바뀌기는 했지만, 얼마전까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는 브라질 선수들의 무덤이었다. 영국 특유의 우울한 날씨와 거친 플레이 스타일 때문이었다. 브라질 선수들은 잉글랜드 무대에 적응하지 못했다. 개인기술은 리그 최고 수준이었지만, 적응하지 못하면 아무 소용이 없었다.
독일에서 성공신화를 써내려가고 있는 구자철의 성공공식 역시 적응이었다. 구자철은 분데스리가 공식 홈페이지와의 인터뷰에서 "독일과 한국은 정신력을 중시하는 면이 상당히 비슷하다. 이 때문에 적응하는데는 큰 도움이 된다"고 고백했다. 구자철이 처음부터 순조롭게 독일 생활에 적응한 것은 아니다. 규모가 크고 스타가 많은 볼프스부르크는 개인적인 성향이 강한 팀이었다. 활발하고 리더십이 강한 구자철은 낯선 환경에 잘 적응하지 못했다. 지난 1월 아우크스부르크로의 임대는 터닝포인트가 됐다. 실력은 떨어지지만 가족적인 아우크스부르크의 분위기가 마음에 들었다. 빠르게 적응을 마친 구자철은 15경기에서 5골을 넣으며 팀을 잔류시켰다. 아우크스부르크에서 임대생활을 연장하는데도 가족적인 분위기가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했다. 구자철은 "내가 아우크스부르크로 온 중요한 이유가 몇 가지 있다"며, "구단의 환경, 팀 분위기, 그리고 동료와의 관계는 중요하다. 볼프스부르크에 있었을 때는 모든 게 새로웠다. 그러나 아우크스부르크에서는 충분한 시간을 두고 적응할 수 있었다"고 했다.
자신감이 붙은 구자철은 더욱 적극적으로 독일생활에 임하고 있다. 독일어를 배우는데도 열심이다. 그는 "독일에서의 생활은 행복하다. 특히 아우크스부르크에서의 생활이 더욱 그렇다. 이곳은 이제 나의 고향이나 마찬가지"라며 웃었다.
구자철은 부상에서 돌아온 이후 '에이스'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아우크스부르크(17위·승점 8·1승5무9패)는 또다시 강등권으로 떨어져 있지만, 구자철은 최근 출전한 네 경기에서 두 골을 터뜨리며 득점력 빈곤에 시달리던 팀에 활력소를 불어넣고 있다. 아우크스부르크는 8일 분데스리가 선두를 달리고 있는 바이에른 뮌헨을 상대한다. 바이에른 뮌헨은 의심할 여지없는 분데스리가 최강이다. 그러나 구자철은 지난 시즌 바이에른 뮌헨을 상대로 골을 넣은 기분좋은 기억을 갖고 있다. 이번 경기에서도 그의 활약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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