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왕자', '갈매기의 꿈' 다음에 만나는 우리 시대의 우화. '내 안의 코뿔소'(지은이 올리버 반틀레, 엑스오북스)는 서구의 매체들이 평했듯이 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 리처드 바크의 '갈매기의 꿈'을 잇는 성장소설풍 우화다.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을 낳은 독일문학의 전통적 장르 '교양소설(성장소설)'의 틀을 취하고 있는 이 책은 우리 자신은 물론 우리와 관계 맺는 모든 존재를 덜 힘들게 했을 '내 마음의 비밀'을 하나하나 찾아간다.
소설가 김훈은 예리하게도 이 작품에 대해 "할아버지와 손자, 두 코뿔소가 여행을 통해서 자신과 화해함으로써 삶의 고통과 미움을 극복하고 저 자신을 해방시키는 마음의 행로를 보여준다"고 압축했다. 예측하기 힘든 마음의 행로를 따라가는 이 '로드 무비'를 감상하다 보면 인생에서 가장 먼저, 무엇보다 정확하게 알아야 할 것이 무엇인지 생각하게 된다.
힘 꽤나 쓰고 저 잘난 멋에 사는 '우리의' 요피는 툭하면 짜증 내고, 사소한 일로 다투는 신경질쟁이다. 훌훌 털어버릴 만도 한 옛날 일에 얽매여 남 탓하고, 감당 못할 세상사와 힘겨루기를 하느라 지쳐 자신이 꿈꿨던 미래는 외면한 채 현실에 안주하려 한다.
하루하루 삭막한 삶을 살아가던 요피 앞에 생존 사실조차 확인되지 않던 할아버지 '메루'가 벼락처럼 나타난다. 메루는 늙어서 기력은 떨어졌으나 산전수전 다 겪은 '현자'다. 우리 인생이 그렇듯이 요피는 메루와 함께 예정에 없던 '자아 찾기 여행'에 나선다. 강과 산과 초원과 황무지와 계곡과 사막을 지나 최종 목적지 바다를 향해 나아가는 동안 요피는 툭하면 짜증과 심술과 분노와 미움으로 자신과 타인에게 상처를 준다.
그런 요피의 모습에서 자신의 과거를 떠올리는 할아버지 메루는 요피에게 분노가 마음을 얼마나 피폐하게 하는지, 두려움은 어디서 오는지, 우리 힘으로 바꿀 수 없는 것들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나 자신과 타인을 용서할 때 얼마나 평화로워지는지, 왜 끝까지 꿈을 갖고 살아야 하는지, 조근조근 들려준다. 이 책은 요피가 자신의 진정한 모습을 스스로 되돌아보고, 잊고 있었던 꿈과 소망을 찾아가는 여정을 통해 우리가 모르는 우리의 마음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그 마음을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 생각하게 한다.
캐릭터의 리얼리티와 판타지
이 작품은 우리가 일상에서 흔히 만나는 캐릭터들을 통해 스스로를 되돌아보게 한다. 알고는 있지만 낯설기만 한 동물 코뿔소는, 우리가 다 아는 것 같지만 제대로 알지 못하는 '우리 자신'을 상징한다. 그래서 '내 안의 코뿔소'를 두 눈 감고 들여다보는 것은 곧 우리 내면을 들여다보는 것이다.
한시도 마음이 평화롭지 못하고 늘 뭔가에 불만이 가득한 요피. 그렇지만 그는 한편으론 순진하고 호기심 많으며 우직한 데다 유머도 있다. 요피와 완전 다른 캐릭터 메루는 여유 있고 온화하며 지혜롭고 인내심 있는 우리들의 할아버지 같은 존재다.
사랑스럽고 매력적이지만 매사에 똑부러지는 요피의 아내 사라, 자애롭고도 지혜로운 요피의 할머니 미라, 어릴 적 꿈을 버리지 않고 고군분투하는 요피의 친구 안트로스, 자기의 잔재주만 믿고 요피와 안트로스 사이를 이간질하는 백로 수루…. 이외에도 새로운 사건이 전개될 때마다 감초처럼 등장하는 두꺼비, 사자, 거북이, 코끼리가 이야기의 모티브를 제공한다.
무엇보다 이 작품에서 눈길을 끄는 캐릭터는 동물우화에서는 보기 힘든 '꿈귀신'이다. 이 '꿈귀신'은 영화 '스타워즈'의 악역 '다스 베이더' 같은 캐릭터로 우리 마음속에 늘 살아 있는 '악의 세력'이다. 모든 사람들의 마음속에 들어앉아 있는 이 캐릭터는 상황에 따라 자유자재로 변신하면서 사람들의 꿈을 빨아마시고, 그것도 모자라 우리의 기억과 생각을 과장하고, 조작하면서 우리 내면에 분노와 미움과 공포와 좌절감을 만들어낸다.
천둥벌거숭이 요피는 물론 지혜로운 할아버지 메루까지 제마음대로 휘둘러대는 이 악역이 바로 우리 스스로도 어쩌지 못하는 우리의 마음을 쥐락펴락하는 존재다. 대적하기 쉽지 않은 이 캐릭터에 맞서 자기 마음의 주인이 되려는 요피의 힘겨운 노력과 메루의 지혜로운 해법이야말로 작가가 전하려고 하는 메시지다.
동양의 정신세계로 마음의 문제를 풀어내는 서양의 우화
서양의 언론인이자 작가인 올리버 반틀레는 현명하게도 '마음의 문제'를 풀어가는 해법을 동양의 정신세계에서 찾고 있다. 에피소드의 주요 모티브를 동양적 세계관에서 빌려오고 있는 것이다. 세상사의 번뇌에서 벗어나기 위해 하루를 명상으로 시작하는 주인공의 모습에서부터, 만물과 다투지 않고 낮은 곳으로 흐르는 물처럼 살라는 노자의 메시지, 내가 원하지 않는 것을 상대에게 행하지 말라는 공자의 가르침이 잔잔히 흐르고 있다.
작가는 이같은 메시지를 정교하게 설정해 놓은 에피소드 속에 배치해 놓고는 속도감 있게 이야기를 끌고 간다. 이를 위해 장황한 수식어나 지루한 묘사, 복잡한 이야기 구도 대신 간결하지만 핵심을 찌르는 대화체를 채택했다. 하드보일드식 짧은 문장과 목적성 뚜렷한 이야기 전개 덕분에 메시지는 명료하며 캐릭터들의 미묘한 감정 변화가 긴장감을 은근히 자아낸다.
나성률 기자 nas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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