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구단에게 그저 감사할 따름이다."
박규남 성남 단장은 안익수 감독 영입 직후 부산 아이파크 구단과 구단주 정몽규 프로축구연맹 총재에게 거듭 감사를 표했다. 안 감독의 성남행은 양구단 최고위층의 극적인 교감으로 성립됐다. 박 단장이 정 총재를 직접 찾아가, 도움을 청했다.
성남의 절박한 상황을 허심탄회하게 털어놓았다. 지난 24년간 한국축구를 위해 약 2000억 원을 쏟아부은 문선명 구단주가 세상을 떠났다. 여자축구 충남 일화가 해체됐다. 피스컵, 피스퀸컵도 폐지됐다. 겉으로 내색하지 않았지만 성남 일화에도 불안감이 엄습했다. 1989년 창단돼 7차례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리며 K-리그의 역사가 된 성남만은 괜찮을 것이라는 긍정론도 있었지만, 올시즌 그룹B로 추락하면서 위기감은 더욱 고조됐다. '3년 내에 결과물을 내놓지 못할 경우 시민구단 전환 혹은 팀 해체의 수순을 밟을 수 있다'는 흉흉한 이야기들도 흘러나왔다.
박 단장은 신태용 감독의 자진사퇴 후 '안익수 카드'가 유일하고 유력한 해결책이라는 판단을 내렸다. 팀이 흔들리는 순간, 선수로서 리그 3연패, 코치로서 리그 3연패를 이뤘고, 카리스마와 성실성을 갖춘 지도자를 원했다. 정 총재를 직접 찾아갔다. 9일 K-리그 단장들이 클럽월드컵 관전을 위해 나고야로 떠나기 직전이었다. "내손으로 일군 성남 일화가 내 눈앞에서 무너지는 모습을 볼 수 없다"는 절박함을 호소했다. 정 총재는 깊은 고민끝에 박 단장의 요청을 수용했다. 구단의 명운을 건 SOS로 받아들였다. 성남의 절박함에 대한 리그 전체 차원의 이해이자 배려였다.
박 단장은 "정 총재께서 '안 감독을 어렵게 보내드린다. 어려운 선택이었던 만큼 성남이 팀을 잘 추스러서 반드시 K-리그에서 멋지게 살아남아주기 바란다'고 하시더라"며 고마움을 표했다. 팬들의 아쉬움, 비난여론과는 무관하게 양팀의 신뢰는 한층 공고해졌다. 안 감독 역시 14일 성남 구단을 처음 찾은 자리에서 "성남이 좋은 상황이었다면 결코 돌아오지 않았을 것"이라면서 "분명한 건 부산보다 성남이 더 어려운 상황에 있다는 점이다. 더 어려운 선택을 했다는 점에서 팬들에게 이해를 구한다"고 했다.
한편 발등에 불이 떨어진 부산은 새 감독 선임 작업으로 바쁘다. 안 감독과 김인완 수석코치가 각각 성남, 대전의 사령탑으로 선임됐고, 백기홍 코치, 신의손 GK코치는 잔류했다. 뒤돌아보거나 아쉬워 할 틈이 없다. 안병모 부산 단장은 "내년에는 3팀이 강등된다. 프로축구 30년사에 가장 혹독하고 치열한 한해가 될 것"이라고 전제했다. "팀을 안정적으로 이끌어줄 경험많은 중견 사령탑"에 무게중심을 뒀다. 최우선 목표는 역시 '생존'이다. "안정적으로 팀을 꾸려나가는 가운데 있는 전력을 극대화해줄 수 있는 감독, 생존을 담보해줄 수 있는 감독"을 원했다. 2007년 황선홍 감독을 선임하며 젊은 사령탑 트렌드를 주도했던 부산은 위기관리와 전술운용, 선수단 운영에 능한 베테랑 사령탑을 최종 후보군에 올려놓았다. 30명 가까운 후보 리스트를 2~3명의 후보로 압축했다. 빠른 시일 내 새 감독 선임을 마치고, 시즌 준비에 들어갈 예정이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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