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를 시작한 것이 가장 행복한 일이다."
'거미손' 이운재(39)가 정든 그라운드를 떠났다.
이운재는 17일 서울 강남구 라마다서울호텔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은퇴를 공식 선언했다. 이운재는 "내일이면 다시 훈련 장비를 갖춰 운동장으로 가게 될지 모르겠다. 하지만 지금이 떠나야 할 때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비록 몸은 운동장을 떠나지만 나의 고향은 잔디 냄새 가득한 운동장"이라면서 "기회가 된다면 후배들에게 나의 재능을 나눠줄 것이다. 다시 뵙기를 기대하며 모든 분들께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고 작별 인사를 건넸다.
1995년 수원 창단멤버로 입단한 이운재는 이듬해부터 2010년까지 수원에서만 15시즌을 뛰면서 각종 대회에서 20여차례 우승을 일궈내면서 '미스터 블루'라는 별명을 얻었다. 2008년에는 K-리그 우승과 더불어 골키퍼 최초로 최우수선수(MVP)에 선정되는 기쁨도 누렸다. 그러나 2010년 시즌 종료 후 수원을 떠나 전남 드래곤즈로 이적하면서 다른 길을 걷게 됐다. 올 시즌에는 자신을 영입했던 정해성 감독이 성적부진을 이유로 사퇴하면서 심적으로 흔들렸다. 올 시즌 뒤 전남이 이운재와 재계약 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드러내면서 이운재는 현역 연장과 은퇴의 기로에서 고민하게 됐다. 이에 대해 이운재는 "정 감독이 경질된 뒤부터 '떠나야 할 때'라는 생각을 했다. 전남이 강등경쟁을 하고 있는 와중에 속내를 드러내기는 힘들었다"면서 "이쯤에서 선수생활을 그만두는 것이 미래와 지금까지의 인생을 위해 좋다는 판단을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가장 기뻤던 일과 슬펐던 일에 대해 묻자 "축구를 한 것 자체가 나에게는 큰 기쁨이었다. 축구를 시작할 때가 가장 행복했고, 떠나는 이 순간이 슬프다기보다 좀 아쉽다"고 말했다.
이운재는 향후 휴식을 취하면서 미래를 구상하겠다는 뜻을 드러냈다. 일각에서는 친정팀 수원에서 지도자 생활을 시작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하지만 그는 "아직 지도자로 나설 지에 대한 고민은 아직 해보지 않았다. 수원과도 이야기를 나눈 것이 없다. 미래는 천천히 구상해 볼 생각"이라고 했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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