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환의 영웅' 라이언 록티가 터키 이스탄불에서 펼쳐진 세계쇼트코스수영선수권 개인혼영 100-200m에서 세계신기록을 수립했다. 28세의 노장으로서 지치지 않는 에너지를 보여줬다. "나는 아직 젊고 섹시하다"며 자신감을 표했다. '박태환의 라이벌' 쑨양은 지난달 아시아수영선수권 자유형 200-400-1500m에서 금메달 3개를 휨쓸었다. 대회신기록을 모조리 갈아치웠다. 내년 1월 호주로 직행, 데니스 코터렐 감독과 5주훈련에 돌입한다. 지난 2년간 중국이 쑨양에게 투자한 돈은 20억원이 넘는다. 쑨양과 코치, 훈련 파트너 등 '쑨양 팀'의 해외 전훈 비용은 1000만 위안(약 17억7000만원) 이상이다. 전폭적인 지원속에 쑨양보다 세살 어린 17세의 하오윤 역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쇼트코스선수권 남자자유형 400m에서 폭풍성장을 보여줬다. 파울 비더만에 이어 2위에 올랐다.런던올림픽 자유형 200m금메달리스트 야닉 아넬 역시 지난달 프랑스쇼트코스선수권 남자자유형 400m에서 세계기록을 찍으며 건재를 과시했다.
런던올림픽 이후 4개월, 박태환의 경쟁자들은 여전히 승승장구하고 있다. 런던올림픽은 수영선수로서 하나의 과정이었을 뿐, 여전히 최고의 환경에서 훈련에만 집중하며 각종 대회에 출전해 기량을 뽐내고 있다. '행복한 수영선수'로서의 삶을 즐기고 있다.
'수영 불모지' 대한민국에서 나고 자란 '400m의 레전드' 박태환(23·단국대 대학원)이 처한 현실과 비교된다. 그동안은 후원사의 전폭적인 지원속에 걱정없이 운동했다. 런던올림픽에서 2개의 은메달을 딴 직후인 지난 10월 SK텔레콤이 계약종료를 선언했다. 박태환은 후원과 무관하게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 출전 계획을 공식발표했다. "수영 없는 삶은 생각해본 적이 없다"고 했다. "우리나라에서 열리는 아시안게임에서 작은 도움이라도 될 수 있다면 출전해 좋은 결과를 얻고 싶다"며 눈빛을 빛냈다. 선수로서 욕심을 감추지 않았다. 더 큰 미래를 위한 준비로 학업과 수영의 병행을 목표삼았다. 자신의 수영멘토인 마이클 볼 감독을 만나기 위해 호주행 비행기에 올랐다. 방학엔 볼 감독의 클럽에서 훈련하고, 학기중엔 볼 감독의 프로그램에 따라 국내 훈련을 하기로 했다. 충분히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
그러나 국내 훈련 환경은 여전히 열악하다. 지난 4년간 SK텔레콤의 전폭적인 후원 아래 수영에만 전념할 수 있었던 박태환에게는 또다른 시련이다. 대한민국의 뜨거운 기쁨이자 자부심이었던 수영 영웅에게 유난히 외롭고 추운 겨울이다. 런던올림픽 이후 3개월 넘게 물속에 들어가지 않았다. 선수생활을 시작한 이후 이렇게 오래 쉰 적은 처음이다. 마음을 잡기가 쉽지 않았다. 선수용 규격을 갖추고, 훈련에만 집중할 수 있는 장소, 한레인을 통째로 내줄 수 있는 수영장을 찾는 일도 힘들었다. 나홀로 훈련할 경우 능률도 오르지 않고, 쉽게 지친다. 수영 종목의 특성상 훈련파트너도 절실했다. 가족들은 수소문 끝에 젊고 실력있는 지도자 박태근 전 방글라데시 경영대표팀 감독에게 도움을 청했다. 박태환의 국내 훈련에 도움을 주기로 했다. 현대자동차가 사원체육관을 빌려주기로 했다. 현대차 수영장, 한체대, 서울체고 수영장을 오가며 훈련해야 한다.
후원사는 여전히 안갯속이다. 많은 기업들이 관심을 보였지만, 어려운 경제상황 속에 여전히 주판알을 튕기고 있는 눈치다. 수영연맹이나 국가적 차원의 노력도 찾아보기 힘들다. 금메달에만 환호했을 뿐, 정작 스포츠 영웅을 만들고 지켜내는 과정에는 무심하다. 박태환은 선수로서 자신의 본분에만 충실할 생각이다. '가족의 힘'과 '팬들의 응원'으로 굳세게 버텨내고 있다. 내년 1월 호주 전훈을 앞두고 17일부터 본격적인 몸만들기에 들어간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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