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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연한 입시비리, 체육특기생 선발 방식 감독 권한 줄인다

by 노주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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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반 고교야구 선수를 둔 학부모들은 3학년이 되면 자녀의 진로를 놓고 고민한다. 초등학교 때부터 야구만한 아들이 프로 신인드래프트 지명을 받지 못할 것 같아 걱정이다. 한해 고교야구팀(54개)에선 400~500명 정도가 졸업한다. 그중 프로팀으로 직행할 수 있는 선수는 고작 10%. 40~50명선이다. 나머지는 야구를 계속하려면 대학에 입학하는 길 밖에 없다. 아들의 실력이 출중하지 않을 경우 부모의 걱정은 깊어지게 마련이다. 자연스럽게 청탁을 하게 된다. 소속팀 감독, 지인들을 통한다. 간혹 전문 브로커의 꼬임에 빠지는 경우도 있다. 그 과정에서 불법적인 돈이 오갈 수밖에 없다. 지금은 아들이 야구를 그만 둔 한 학부형은 "감독님을 통해서 명문대 진학 얘기가 오갔다. 수 천만원을 마련할 여유가 없어 결국 진학 얘기가 오가다 말았다"면서 "나중에 알았지만 평판이 좀 떨어지는 대학에 들어가려고 해도 200만~300만원은 기본적으로 필요했다"고 말했다. 대학팀 감독을 만나 식사 한번 대접하는데 보통 수백만원은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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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 선수를 둔 학부모 중 여유가 없을 경우 돈 때문에 허리가 휜다. 고교 3년 동안 매달 100~200만원이 든다. 게다가 특기자 전형으로 진학할 때 음성적으로 뒷돈이 들어갔다. 그 과정에서 배달사고가 나는 경우도 있다. 브로커(고교팀 감독 등)가 학부모에게서 받은 돈의 일부를 떼먹고 일부를 대학 감독에게 전달한다. 그러면서 선수의 대학 입학이 취소되고 열받은 학부모가 당사자들을 상대로 송사를 벌이는 웃지 못할 일도 자주 터진다.

이게 우리 아마야구판의 슬픈 자화상이다. 비단 야구만의 문제도 아니다. 깨끗하고 순수해야 할 아마스포츠는 진학을 위한 '검은돈'이 판치는 병폐가 뿌리깊게 박혀있다. 인천지검이 최근 고려대 감독을 지낸 양승호 전 롯데 감독을 입시비리로 긴급체포했다. 연세대 사령탑 정진호 전 LG코치도 체포됐다. 검찰의 이런 움직임에 아마야구 지도자들이 떨고 있다. 일부에선 검찰이 잠잠해지면 또 똑같은 일이 반복될 것이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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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발 방식이 바뀐다

지금과 같은 체육 특기자 선발 방식에선 대학 감독들의 입김이 너무 세다. 서울 소재 A대학의 경우 2013년 신입생 선발에서 야구 특기자 8명을 뽑았다. 체육 특기생은 수시 전형에서 주로 뽑는데 감독이 전권을 행사한다. 각 대학체육위원회에서 감독을 관리하고 있지만 선수 평가는 전적으로 감독에게 믿고 맡길 수밖에 없다고 한다. 그러다보니 감독 주변에 불법적인 유혹이 꼬이기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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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교육평가원은 지난 2000년대 초반, 전국대회 4강 진출팀에게만 주었던 대학 특기자 자격을 없애고 대학 자율에 맡겼다. 취지는 좋았다. 성적 지상주의에 빠진 고교야구를 바꾸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었다. 또 최근에는 주말리그제가 시작되면서 공부하는 운동 선수를 길러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받고 있다.

2013년 대학 수시 전형에서 탈락한 B군은 "예전보다 선발 기준이 모호한 것 같다. 전적으로 대학 감독님의 눈에 들면 입학하기 때문에 탈락할 경우 부모님을 원망하는 선수도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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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기자 전형의 변화가 불가피하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최근 대학스포츠총장협의회가 목소리를 내 2014년 대입 전형에서 조금 변화가 있었다. 그동안 특기자 전형의 전부를 감독이 뽑았다면 내년 대입에선 정원의 30%는 이전 방식 대로, 나머지 70%를 일반 전형을 통해 선발키로 방식을 바꿨다. 또 세부적으로 주관적인 감정이 들어갈 수 있는 면접을 없애고 경기실적 등의 반영 비율을 높이기로 했다. 강신욱 총장협의회 집행위원장(단국대)은 "감독의 선발 권한을 인정하는 동시에 비리를 줄이기 위해선 제도적인 개선이 가장 시급하다"고 말했다.

지도자들의 신분은 안정시키고 처벌을 강화

지도자들은 이런 비리사건이 터질 때마다 볼멘소리를 한다. 자신들의 서글픈 처지를 알아달라는 것이다. 현재 대학야구연맹에 등록된 33개 대학 야구팀의 지도자들 다수가 대학 임직원 신분이 아니다. 1년 단위로 비정규직 계약을 하는 경우가 태반이다.

그렇다고 연고대 야구부 감독의 가정 형편이 어렵다고 보는 것은 무리가 있다. 그들이 검은돈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건 고질적인 도덕불감증 때문이다. 이미 다수가 그래 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또 감독 혼자가 아니라 관리 감독해야 할 대학 당국도 연루가 돼 있다는 얘기가 파다하다.

대학도 할말이 있다. 프로스포츠가 인기를 누리면서 대학스포츠는 시간이 지날수록 고사 위기로 내몰리고 있다. 90년대까지만 해도 고교 유망주들을 대학으로 모셔오는 과정에서 억대의 스카우트비를 투자했다. 동문회끼리 경쟁이 붙어 대학 스포츠팀에 많은 돈을 지원했다. 그런 호황은 옛말이다. 대학과 감독들은 지원이 예전같지 않지만 좋은 선수를 뽑아 성적을 내야 한다. 그래야 또 제자들을 프로팀에 취직시킬 수 있다. 한 명의 좋은 선수를 데려오기 위해 끼워넣기를 불가피하게 받아 주는 경우도 생긴다. 그 과정에서 대학은 A급 선수에게 주기로 한 스카우트비를 끼워넣기식으로 입학하는 선수의 학부모가 부담토록 하는 경우도 있다. 돈이 학부모들 사이에서만 오가기 때문에 적발하기도 힘든 경우다.

또 솜방망이 징계도 문제다. 이미 입시비리로 문제를 빚은 재발 위험성인 높은 야구인들이 야구판에서 얼굴을 들고 다닌다. 대한야구협회, 대학야구연맹, 그리고 대학스포츠총장협의회는 이번 검찰 수사가 마무리 되는 대로 관련자들에게 강한 징계를 내려야 할 것이다. 일부에선 제명 처리까지 고민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대학 간판에 목숨거는 학부모들이 변해야 한다

대학 졸업장이라도 꼭 받게 해주어야 한다는 극성맞은 학부모들 역시 문제다. 부모들은 자식의 야구 실력에 객관적인 평가를 내릴 줄 알아야 한다. 고교 3학년 전에 자식의 향후 진로에 대한 명확한 로드맵을 그릴 필요가 있다. 야구를 계속 시킬지 아니면 야구를 포기하고 새로운 인생을 살게 도와줄 지를 정하는 것이다. 프로무대에 가서 야구선수로 성공시키고 싶다면 계속 지원하는게 맞다. 하지만 벌써 야구선수로 발전 가능성이 없다는 평가가 나왔는데도 다른 걸 할 게 없기 때문에 야구를 고집해온 게 다반사다. 이런 판단 시기를 놓치면 비리 유혹에 빠져들게 마련이다.

고교 감독들도 학부모들에게 선수들의 실력과 향후 발전 가능성에 대한 좀더 면밀하게 알려줄 의무가 있다. 정확한 진로를 선택해야 좁은 대학 관문을 통과하는 과정에서 불필요한 경쟁이 줄어 든다. 또 오가는 검은돈도 줄 것이다. 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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