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시켜야 하나요. 다 알아서 하는거죠."
리더십에는 여러 형태가 있다. 강력한 카리스마를 앞세워 구성원을 굴복시키는 유형도 있고, 혹은 합리적인 비전을 제시해 구성원의 자발적인 행진을 이끌어내는 유형도 있다. 또 굳이 앞에서 이끌려 하지 않고, 묵묵히 자신의 일에 몰두하는 솔선수범의 유형도 있다. 많은 유형이 있지만, 정답은 없다. 그때그때 조직이 처한 상황에 따라 이러한 리더십의 유형은 다양하게 나타나야 바람직하다.
대표적인 단체 종목인 프로야구에서도 리더십이 중요하게 강조된다. 감독과 코치가 어떻게 선수들을 이끌어나가는 지가 매우 중요하다. 성적과 바로 연결될 수도 있다. 또 선수 사이에서도 리더십있게 동료들을 이끌어나가는 선수가 있는 것이 유리하다. 위기 상황에 쉽게 대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야구는 새 시즌이 시작되기 전에 주장을 뽑는다. 선수들 가운데 리더를 미리 선정해 조직력을 강화하려는 목적이다.
2일 오후 대전 한밭야구장에서 2012 프로야구 한화와 KIA의 경기가 열렸다. 6회초 1사 만루서 KIA 김상훈이 우중월 만루홈런을 친 후 환호하며 홈으로 들어서고 있다.대전=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 2012.09.02.
KIA 포수 김상훈은 벌써 세 번째 주장을 맡고 있다. 'V10'을 달성했던 2009년 팀의 캡틴으로 우승샴페인을 터트렸던 김상훈은 2010년 스프링캠프가 진행되던 중 최희섭으로부터 다시 주장 자리를 넘겨받아 2년 연속 주장을 지냈다. 2011~2012시즌에는 후배 포수인 차일목에게 주장 자리를 물려줬다가 다시 2013시즌 주장으로 뽑혔다. 주장으로서 팀이 좋은 성적을 내도록 앞장서야 한다는 점과 개인적으로 이제는 명예회복을 해야할 시기라는 점 때문에 김상훈의 양 어깨는 지금 무겁기만 하다.
그러나 김상훈은 이 두 가지 짐에 눌리지 않고 있다. 후배들을 잘 이끌어가는 법과 개인적으로 좋은 성적을 내는 것이 결코 두 가지 서로 다른 미션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결국 이 두 개의 짐은 하나의 방법으로 해결할 수 있었다. 김상훈이 찾은 답은 바로 '솔선수범'이다.
오키나와 마무리 캠프를 마치고 지난 11월말 귀국한 김상훈은 곧바로 거의 매일같이 야구장을 찾는다. 개인 훈련을 위해서다. 김상훈은 "내년에는 나도 뭔가를 좀 보여줘야 하지 않겠나"라며 "그간의 부진을 만회하려면 열심히 준비해야 한다. 다행히 몸 상태가 아주 좋다"고 밝혔다.
누구에게 따로 말한 것은 아니다. 그저 스스로 혼자 열심히 나와 훈련에 임했을 뿐이다. 그런데도 선수들은 알아서 운동장에 나와 개인 훈련을 하고 들어간다고 한다. 김상훈은 "누가 꼭 하라고 하지 않아도 알아서 필요한 훈련들을 하고 있다. 나 역시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12월 비활동기간에 선수들이 자율적으로 훈련하는 것은 사실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다.
그러나 아무래도 새로 주장을 맡은 베테랑 선수가 야구장에 나와 땀을 흘린다는 소식을 들으면 어린 선수들도 자연스럽게 훈련장에 나타날 수 밖에 없다. 김상훈 주장의 솔선수범형 리더십이 선수들의 행동을 이끌어내는 셈이다.
김상훈은 "나는 말을 많이 하는 편이 아니다. 내 할 일을 열심히 하면 후배들도 따라오게 돼 있다"며 자신의 주장 역할을 밝혔다. 이어 김상훈은 "그간 개인적으로 너무 못해와서 내년이야말로 자존심을 좀 세워보겠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금 땀을 흘려야 한다"고 다짐했다. '솔선수범형 리더' 김상훈이 2013시즌 선수단을 어떻게 이끌어갈 지 기대된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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