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움 없이 잘되고 있습니다."
삼성 관계자는 현재 진행중인 연봉협상에 대해 이렇게 대답했다.
으레 프로 스포츠판에서는 '우승 후유증'이라는 게 있다. 우승한 팀이 차기 시즌 연봉협상을 할 때 적잖이 진통을 겪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선수 입장에서는 우승이라는 최고 결과물을 앞세워 연봉 인상에 대한 기대치를 높일 수밖에 없다.
프로야구 한국시리즈에서 2연패를 달성한 삼성은 이런 '우승 후유증'이 더욱 커질 것이란 관측도 무리는 아니다.
하지만 현재까지는 별다른 후유증이 없어 보인다. 삼성은 18일까지 FA(자유계약선수)를 포함한 재계약 대상 선수 79명 가운데 59명(74.7%)과 재계약을 마쳤다.
예상대로 2년 연속 통합우승에 대한 대가로 연봉을 섭섭지 않게 올려 선수들의 기를 살려줬다. 에이스 장원삼은 종전 연봉 2억2500만원에서 1억7500만원(77.8% 인상) 오른 4억원에 도장을 찍었고, 조동찬은 1억1000만원에서 1억5000만원으로 36.4% 인상률을 기록했다. 권오준 또한 1억5000만원에서 3000만원 오른 1억8000만원에 계약했다.
차세대 기대주들도 대박을 건졌다. 사이드암 2년차 심창민은 2400만원에서 150%나 오른 6000만원을 받았고, 진갑용의 뒤를 이을 포수 이지영도 100% 인상된 6000만원에 사인했다.
이제 남은 이는 이승엽을 비롯해 윤성환 배영수 박석민 등 간판급 선수들이다. 특히 시선을 끄는 이가 이승엽이다. 이승엽은 지난 시즌 순수연봉 8억원에 옵션 3억원을 받았다.
최근 한화 김태균이 동결된 금액인 연봉 15억원에 계약하면서 연봉 랭킹 1위를 유지한 상태다. 김태균 다음 주자가 이승엽으로 10억원 대열에 올라설지 관심사다.
삼성 구단은 이승엽과의 연봉협상 전망에 대해 "별다른 어려움은 없다. 순조롭게 잘 진행될 것"이라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이같은 삼성 관계자의 발언과 그동안 다른 삼성 선수들의 연봉 인상폭을 종합해 보면 이승엽이 10억원을 돌파하는 데에는 무리가 없을 것처럼 보인다. 25%만 올려줘도 10억원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변수가 없는 것은 아니다. 삼성의 또다른 관계자는 "우승에 공헌한 것은 사실이지만 개인적인 성적으로 고려하거나 다른 선수에 비해 월등하게 높았던 이승엽의 기존 연봉 수준을 볼 때 심사숙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승엽의 연봉 인상폭이 예상보다 적어질 수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삼성은 전통적으로 연봉인상 정책을 써왔지만 일부 선수의 연봉을 삭감하는 등 냉정한 잣대를 들이대기도 했다.
이승엽은 올시즌 126경기에 출전해 타점(85점)·득점(84점) 3위, 최다안타 4위(150개), 홈런 5위(21개), 타율(0.307)·장타율(0.502) 6위, 출루율(0.384) 10위의 기록을 남겼다. 한국시리즈에서는 MVP(최우수선수)에 뽑히는 영광도 안았다.
이승엽과 마찬가지로 126경기에 출전한 김태균은 타율 1위(0.363), 출루율 1위(0.474), 최다안타 3위(151개), 장타율 4위(0.536), 타점 6위(80점), 홈런 9위(16개)로 이승엽과 엇비슷한 개인 성적표를 내밀었지만 팀 성적에서는 크게 불리했다.
삼성 구단은 이승엽에 대해 한국시리즈 우승에 공헌한 점은 인정하지만 정규리그에서 구단의 기대치에 미흡했던 부분이 있지 않은지 따져보자는 입장인 듯하다.
그러면서 이 관계자는 "이승엽의 평소 성품으로 볼 때 무리한 연봉 인상을 요구하지는 않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결국 이승엽의 연봉협상에 대해 "순조롭게 잘 진행되고 있다"는 화법에는 연봉 인상폭을 만족시켜줘서가 아니라 이승엽의 양보를 끌어낼 자신이 있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그렇다 하더라도 이승엽이 팀내에서 차지하는 상징적인 비중이나 통합우승 과정에서 보여준 숨은 공헌도 등을 생각하면 구단측이 마냥 인색해질 수 없다는 게 지배적인 평가다.
잔여 재계약 선수 가운데 최대어인 이승엽이 과연 어떤 합의점을 도출할지 관심이 모아진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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