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의 서정원 감독 선택은 파격이다. 그동안 수원은 최고의 감독만을 선임했다. 창단 감독이었던 김 호 감독(1996~2003년)과 그 뒤를 이은 차범근 감독(2004~2010년) 모두 연륜과 능력, 스타성을 갖춘 감독이었다. 2010년 선임된 윤성효 감독은 이름값에서는 전임 감독들에 밀렸다. 하지만 숭실대를 대학 최강팀으로 만든 능력을 인정받았다.
전임 감독들에 비해 서 감독은 초보다. 올림픽대표팀과 A대표팀, 수원에서 코치만 했다. 단 한번도 팀의 수장이 된 적이 없다. 그럼에도 수원은 서 감독에게 지휘봉을 맡겼다. 3년 계약을 해 시간도 넉넉하게 주었다. 이유가 있다. 수원은 서 감독이 몰고 올 '구단 안팎의 변화'를 기대하고 있다.
수원은 올 시즌 만신창이가 됐다. 모기업인 삼성전자의 막대한 지원에도 불구하고 4위에 그쳤다. 내년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진출권을 손에 넣었지만 과정이 탐탁지 않았다. 3위 포항이 FA컵에서 우승한 덕분에 얻은 어부지리였다. 자존심을 구긴 선수단도, 팬들도 모두 가슴에 큰 상처를 받았다. 서 감독은 상처를 치유할 적임자다. 올해 1년간 수석코치로서 선수들을 잘 이해하고 다독였다. 어머니처럼 부드러운 리더십을 발휘해 땅에 떨어진 선수들의 자존심을 끌어올릴 참이다.
동시에 팀 내에 스며든 '수원병' 퇴출에도 나선다. 수원은 최고 선수들에게 최고 대우를 한다. 때문에 수원 선수들은 다른 팀 선수들에 비해 많은 연봉을 받는다. 하지만 올 시즌은 역효과가 났다. 선수들의 마음 속에는 자부심이 아닌 자만심이 자리했다. 승부에 대한 집념도 사라졌다. 7월 포항 원정에서 0대5 대패를 당하는 등 굴욕을 겪은 것도 모두 '수원병'이 도졌기 때문이었다.
'수원병'의 해결책을 찾기 위해 서 감독은 20일 독일로 향했다. '은사' 디트마르 크라머 감독과 만난다. 1991년 바르셀로나올림픽대표팀 사령탑을 맡았던 크라머 감독은 서 감독과 줄곧 관계를 맺으면서 큰 도움을 줬다. 1998년 스트라스부르(프랑스), 2005년 잘츠부르크(오스트리아) 이적도 그의 작품이다. 지난해 독일 보훔에서 지도자 연수를 받은 것도 크라머 감독의 도움 덕분이었다. 백전노장인 크라머 감독은 선수들의 심리를 꿰뚫어보는데 능하다. 서 감독은 출국전 "지도자로서 가져야 할 마음가짐 등 여러가지 조언을 듣고 올 것"이라고 밝혔다.
서 감독 부임으로 K-리그에 대한 팬들의 관심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서 감독은 최용수 서울 감독, 황선홍 포항 감독 등과 함께 젊은 40대 감독으로서 신선한 바람몰이를 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수원과 서울이 펼치는 K-리그 슈퍼매치는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서 감독은 슈퍼매치의 전신인 지지대 더비(서울이 연고이전 하기 전 안양에 있을 때 수원과 펼쳤던 라이벌전. 수원과 안양 사이에 있는 지지대라는 고개에서 이름을 따왔다)에 불을 지핀 주인공이다. 현역시절 서 감독은 안양에서 활약했다. 1998년 프랑스 스트라스부르로 진출한 서 감독은 1999년 K-리그로 돌아왔다. 문제는 복귀팀이 안양이 아닌 수원이었다는 점이다. 이적료 문제가 불거지면서 양 팀은 법정공방까지 벌였다. 분노한 안양팬들은 수원과의 경기를 앞두고 서정원의 이름이 새겨진 유니폼을 불태우기까지 했다. 당시의 앙금은 여전하다. 슈퍼매치의 열기는 내년시즌 더욱 후끈 달아오를 것이다.
이 건 기자 bbadagu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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