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뽑히면 아시안게임에도 발탁될 확률이 높잖아요."
2012 시즌이 막판으로 치달은 10월, 제3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 선발에 대한 얘기가 나올 때 한 구단의 선수가 꺼낸 이야기다. 국가대표 선발 시스템상, 어느 대회에라도 한 번 대표팀에 이름을 올리면 다음 대회 선수 선발 때 우선적으로 뽑힐 확률이 높다는 뜻이다. 국제대회는 실력도 실력이지만 경험이 중시된다는게 증명되는 대목이다.
중요한건 여기서 최근 프로선수들의 태극마크에 대한 인식이 바뀌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는 것이다. WBC는 세계 최고의 야구선수들이 실력을 겨루는, 그야말로 세계 최고의 야구 축제다. 야구선수라면 국가대표 유니폼을 입고 최고의 선수들과 실력을 겨루고 싶어하는 것이 당연한 듯 보인다. 대회에 나가 우승의 주역이 된다면 명예 뿐 아니라 금전적인 보상도 받을 수 있다.
병역 면제 혜택은 프로선수들이 돈을 주고도 살 수 없는 최고의 혜택이다. 선수생활의 최절정기인 20대 중후반 2년의 공백을 없앨 수 있다. 단순히 2년간 야구를 하며 연봉을 받는게 전부가 아니다. 2년간 좋은 성적을 거둔다면 그만큼 FA 대박을 터뜨릴 기회를 빨리 잡게 된다. 더욱 장기적으로 보자. FA 계약 시기를 앞당기면 비교적 젊은 나이에 또 한 번의 FA 기회를 노려볼 수 있다. 최근 홍성흔(두산) 이진영 정성훈(이상 LG) 등 몸관리를 철저히 한 30대 중반의 선수들이 제2의 FA 대박을 터뜨린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세 사람 모두 국제대회 활약으로 병역을 면제받은 케이스다.
때문에 올림픽,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선수들은 "국가대표 유니폼을 입고 싶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공개적으로 병역 얘기를 꺼낸 선수들도 많았다. 이를 부정적인 시각으로 볼 수만은 없다. 자신이 가진 능력을 이용, 합법적으로 면제 혜택을 받는 것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WBC에는 병역 혜택이 없다는 것이다. 선수들이 대회에 꼭 참가해야겠다는 동력이 없어졌다. 대회에 참가하는 선수도 열심히 뛸 의욕이 생기지 않는다. 위의 사례처럼 단순히 이번 WBC는 아시안게임 대표 발탁을 위한 징검다리 밖에 되지 않는게 현실이다.
여기저기서 이번 WBC를 앞두고 애국심을 강조한다. 하지만 지금의 프로야구 선수들은 의식은 이미 야구 선진국인 미국, 일본과 비슷한 수준으로 프로화 돼있는게 현실이다. 단순히 애국심만으로는 국가대표 유니폼을 반길 선수는 거의 없다는 뜻이다.
여기서 생각나는 선수가 SK 정우람이다. 정우람은 한국시리즈가 끝난 후 공개적으로 "WBC에 꼭 출전하고 싶다"고 밝혔다. 그는 군미필 선수다. 하지만 85년생인 정우람은 나이가 차 WBC에 출전하더라도 2014 아시안게임이 열리기 전 무조건 입대를 해야했다. 정우람은 순수하게 국가대표 유니폼이 입고 싶었던 것이다. 하지만 정우람은 선택을 받지 못했다. 이후, 좌완투수들이 줄줄이 불참을 선언했다. 정우람이 필요했다. 하지만 마음이 돌아선 정우람은 입대를 선택했다. 그렇게 26일 훈련소에 입소했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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