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커룸 격려방문이 두려워요."
프로농구 서울 SK가 행복한 자금난에 빠졌다.
올시즌 선두 돌풍을 일으키는 등 10년 만에 최고의 성적을 낸 것이 자금난의 원인이었다.
구단 프런트들에 행복한 고민을 안겨준 자금난의 발원지는 인센티브다.
프로농구는 과도한 돈경쟁을 방지하기 위해 매시즌 정규리그 기간동안 총액 6000만원 한도 안에서 선수들에게 별도 수당을 지급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다.
이른바 인센티브 명목으로 연승, 라운드별 성적 등에 따라 선수들에게 용돈을 챙겨주는 것이다.
프로의 세계에서 수당받고 싫어할 선수가 없으니 경기력과 팀 분위기를 끌어올리는데 인센티브만큼 요긴한 것이 없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SK는 올시즌 현재까지 팀 성적이 너무 좋았던 까닭에 정해진 인센티브가 고갈되기 시작했다.
당초 정해진 6000만원에서 3분의2 가량이 이미 소진됐고, 남은 돈은 1000만원 남짓이라고 한다.
SK는 올시즌 연승과 라운드별 6강 이내 성적을 유지했을 경우 인센티브를 적용하고 있다. 성적이 워낙 좋았으니 인센티브 금고도 바닥을 드러내기 시작한 것이다.
SK 직원들은 "그동안 인센티브 소모분이 2000만원을 넘긴 적이 없었는데 이렇게 인센티브가 모자라 걱정하는 것은 처음인 것 같다"고 입을 모은다.
이제 3라운드가 끝나는 마당이라 정규리그 전체 일정의 절반밖에 돌지 않았는데 인센티브가 고갈됐으니 서서히 앞날이 걱정되는 것이다.
이 때문에 장지탁 사무국장은 경기가 끝난 뒤 라커룸을 방문하는 것도 두려워졌다며 행복한 하소연을 한다.
보통 구단 단장과 사무국장이 경기 뒤 라커룸을 방문하는 경우는 중요한 경기에 승리했거나 연승을 달렸을 때다. 으레 단장의 격려사가 끝나면 선수들 사이에서는 '인센티브 쏘시지요'라는 쾌성이 울려퍼지게 마련이다.
이제 돈이 떨어졌으니 모른 척하고 나올 수밖에 없다. 그래서 라커룸을 슬슬 피하게 되는 것이다. 잘나가는 선두팀이기에 느낄 수 있는 고민이다.
하지만 SK가 묘안을 찾았다. 플레이오프에 진출했던 다른 팀에게 자문을 구했더니 해결책이 나온 것이다.
일종의 약속어음을 발행하는 것이란다. 플레이오프때 지급하는 인센티브는 6000만원 한도 규정을 적용받지 않는다는 점을 절묘하게 활용한 것이다.
남은 돈이 모자란다고 당장 인센티브를 축소시키면 선수들의 사기가 떨어질 수 있다. 그래서 인센티브를 정상적으로 지급한 것으로 치되, 6000만원 초과분은 플레이오프로 미뤄서 외상지급을 하기로 했다.
SK는 "우리 선수들이 인센티브 받아서 공부 잘하는 게 아니라, 공부 잘해서 인센티브 자꾸 받게 됐다는 사실이 중요하다"며 웃음을 감추지 못했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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