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하자마자 부인과 생이별이다. 도대체 무슨 일일까. NC 창단 후 1,2호 결혼식을 치른 정성기와 황덕균의 얘기다.
신생구단 NC는 젊다. 선수단 구성부터 그렇다. 시즌 종료 뒤 진행된 기존 구단으로부터 보호선수 20인 외 1명씩 특별지명, 그리고 FA(자유계약선수) 영입 전까지는 단 한 명의 유부남도 없던 팀이다. 지난 1월31일 2012시즌 선수등록 시 선수 전원이 총각이라는 진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창단 1,2호 결혼식을 치른 정성기(33)와 황덕균(29)은 NC에선 고참 서열이다. 두 명 모두 NC에서 야구인생 2막을 열어가고 있다. 지난해 NC의 공개 트라이아웃에서 합격한 뒤 재기의 기회를 잡았다. 그리고 오랜 시간을 기다려준 동갑내기 여자친구들에게 다짐했다. NC에서 첫 시즌을 당당히 보내고 결혼하기로.
정성기는 애틀랜타에 입단했지만 빅리그 무대를 밟지 못하고 2009년 한국으로 돌아왔다. 드래프트 참가 없이 해외 진출 시 귀국 후 2년간 뛸 수 없다는 규정에 그라운드를 밟지 못했다. 올시즌 퓨처스리그(2군)에서 성적은 2승 2세이브 11홀드 평균자책점 3.83. 사이드암투수로 NC의 허리를 든든히 책임졌다.
황덕균은 2002 신인드래프트서 2차 4라운드 전체 33순위로 두산에 입단했지만, 이듬해 방출된 뒤 야구판을 아예 떠났다. 사회인야구에서 다른 이들을 가르치고, 아마추어로 직접 뛰었다. 황덕균은 계속해서 프로팀의 문을 두드렸지만 실패를 거듭했다. 하지만 지난해 일본 독립리그로 가 간사이리그 스프링컵 최우수 선수상을 수상하며 재기에 성공했다. 올시즌 성적은 10승3패 1홀드 평균자책점 3.30. 퓨처스리그 남부리그 다승 2위에 올랐다.
두 사람은 모두 지난해 NC 입단 후 한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됐다. 보란듯이 결혼에 골인했다. 4년 선배인 정성기가 11월24일에 먼저 식을 올렸고, 지난 2일에는 황덕균이 뒤를 이었다.
일주일 사이로 결혼식을 잡은 이유도 있었다. 바로 '동반 신혼여행'이다. 시즌 내내 함께 하는 시간이 많다 보니 예비 신부들마저 친해졌고, 황덕균 커플의 제안으로 결혼식 날짜까지 맞췄다.
두 커플은 2주 가까이 하와이와 라스베이거스로 신혼여행을 다녀왔다. 다른 이들보다 긴 여행이었다. 이유는 바로 곧장 이어지는 '훈련' 때문이었다.
보통 프로야구선수들의 결혼식은 11월 말에서 12월에 집중돼 있다. 이 기간 식을 올리고 신혼살림을 차린 뒤 1월부터는 스프링캠프에 합류해 몸을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성기와 황덕균은 신혼집을 제대로 구경도 못한 채 강원도 평창으로 떠났다. 자비로 번외훈련을 자청한 것이다.
둘은 지난 18일부터 강원도 평창의 한 재활센터에서 운동을 시작했다. 내년 시즌 1군 마운드를 밟기 위해 부지런히 몸을 만들기 시작한 것이다. 올시즌 데뷔 시즌을 보낸 신인 이형범과 최근 KIA에서 방출돼 NC에 입단한 변강득과 함께 평창으로 향했다.
아침부터 밤까지 훈련은 쉴 새 없이 진행된다. 오전과 오후엔 러닝과 웨이트 트레이닝, 체력 훈련을 소화한다. 야간엔 실내연습장에서 캐치볼을 한다. 훈련 공간이 넓어 매서운 한파에도 모든 걸 실내에서 해결할 수 있어 이곳을 선택했다.
이형범과 변강득은 아직 총각. 둘은 신나게 운동에만 집중하고 있다. 하지만 달콤한 신혼을 보내야 할 정성기와 황덕균은 독수공방하는 아내 생각만 하면 가슴이 아프다.
이런 둘을 그냥 내버려 둘 수 없었을까. 두 아내는 크리스마스 때 함께 평창을 찾는 깜짝 이벤트를 선보였다. 아직 결혼 1개월차지만, '내조'에 팔을 걷어붙였다.
정성기는 "결혼하자마자 떨어지게 돼 아내들이 가장 힘들 것이다. 하지만 우리 둘 다 나이가 많다 보니 무조건 열심히 할 수밖에 없다. 와이프도 어느 정도 알고 있으니 묵묵히 '열심히 해'라고만 말한다"며 웃었다.
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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