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전국 대학교수들이 2013년 새해 희망의 사자성어로 '제구포신(除舊布新)'을 선정했다. 묵은 것을 제거하고, 새로운 것을 펼쳐낸다는 뜻으로 새해에는 2012년과는 다른 새 희망이 널리 퍼지길 기원하는 의미가 담겨있다. 흔히 연말에 자주 쓰는 '송구영신(送舊迎新)'이라는 사자성어도 '옛 것을 보내고, 새로운 것을 맞이한다'는 뜻으로 제구포신과 비슷하게 활용된다.
이러한 '제구포신' 그리고 '송구영신'의 의미를 야구계에도 적용할 수 있을 것 같다. 2012년 한국 프로야구는 그야말로 최전성기를 맞이했다. 사상 최대인 750만 관중이 입장하며 뜨거운 성원을 보내준 덕분이다. 하지만 지나간 영광에만 도취해서는 새로운 희망동력을 찾을 수 없다. 지나간 2012은 이제 떠나보내고, 2013년 새 판을 준비해야 한다. 새롭게 맞이하게 될 2013년에는 우리 야구계에 어떤 흥미진진한 볼거리들이 벌어질까. 굵직한 7개의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를 뽑아봤다.
제10구단의 주인공은 과연 누구
선발주자 KT·수원의 압승일까. 후발주자 부영·전북의 역전일까. 프로야구 제10구단 창단이 연말에 극적으로 한국야구위원회(KBO) 이사회에서 승인되자 본격적으로 창단 유치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일찌감치 제10구단 창단에 관심을 표명했던 KT·수원은 풍부한 자금력과 흥행 가능성 등을 무기로 제10구단 유치의 당위성을 설명한다. 다소 늦게 참가한 부영·전북은 '지역안배론'으로 맞공세를 펴고 있다. 후발주자임을 감안해 매우 공격적인 홍보에 나섰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KT·수원쪽이 앞서있다는 평가가 주를 이루고 있다. 두 유치 경쟁조는 7일까지 KBO에 회원가입신청서를 내야한다. 그런 후에 KBO가 정한 평가위원들이 이를 토대로 평가해 연고지와 운영 기업을 선정하게 된다. 모든 결정은 1월 안에 판가름 난다.
WBC, 영광을 이어갈 수 있을까
제10구단 창단 경쟁과 함께 연말을 가장 뜨겁게 달궜던 소식은 바로 제3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 구성과 관련한 내용이었다. 워낙에 앞선 두 차례의 대회에서 한국이 뛰어난 성적을 거둔터라 내년 3월에 열리는 제3회 대회에 쏠린 팬들의 관심이 뜨거웠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3회 대회의 전망은 그리 밝지 않다. 일단 류현진 김광현 봉중근 추신수 등 앞선 대회에서 대표팀의 핵심 전력 역할을 해줬던 선수들이 대거 빠져 있다. 게다가 대진 일정도 썩 좋은 편이 아니라 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류중일 감독의 고민이 깊어만 간다.
1군 첫 참가 NC, 어떤 역할 하려나
2013년에는 프로야구 출범 이래 처음으로 9개 구단이 1군 리그를 치른다. 제9구단 NC다이노스는 2012년 2군 리그에서 '워밍업'을 거친 뒤 2013시즌에 곧바로 1군 리그에 돌입한다. 젊은 구단의 역동성을 노련한 김경문 감독이 어떻게 이끌어낼 지가 최대 관심사다. 잘하면 프로야구계의 신선한 아이돌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형님들' 사이에서 이리저리 채이기만 하는 '동네북'신세가 될 가능성도 크다. 관건은 '빠른 적응'이다. 신인들과 FA로 팀을 만든데다 3명의 외국인 선수를 데려온 만큼 초반에 기세를 타면 새로운 활력소 역할을 톡톡히 할 것으로 보인다.
돌아온 승부사 김응용, 뉴 트렌드 따라잡나
'코끼리 감독', 그가 돌아왔다. 한국 프로야구 불세출의 명장이자 통산최다승 및 한국시리즈 최다 우승 기록을 갖고 있는 김응용 감독의 복귀는 신선한 충격이었다. 명문 구단 삼성 라이온즈의 사장에서 물러난 김 감독은 '삼성 전 사장'이라는 호칭을 달갑게 생각하지 않았다. 마음만은 언제나 현역, 뜨거운 '승부사'였기 때문이다. 결국 김 감독은 한화 감독으로 현장에 복귀했다. 돌아온 명장은 해야할 일이 많다. 2004년을 마지막으로 무려 8년을 떠났던 현장이다. 방대한 야구지식과 승부사 기질은 여전하지만, 새롭게 바뀐 야구 트렌드에는 다소 취약할 수 밖에 없다. 풍부한 경험을 어떻게 바뀐 현실에 적용시키느냐가 김 감독의 최우선 해결과제가 될 것이다.
레전드 총집결 KIA, 명가부활 가능한가
언제부턴가 '레전드'라는 단어가 야구계에 유행처럼 번졌다. 과거 스타플레이어로서 많은 대기록을 수립하고, 야구계에 이정표를 남긴 은퇴 선수를 뜻하는 명예로운 칭호다. 그런데 KIA 코칭스태프에는 이런 희귀한 '레전드'들이 세 명이나 모였다. 선동열 감독과 이순철 수석코치에 이어 한대화 전 한화 감독까지 최근 2군 감독직을 맡아 타이거즈 유니폼을 입게 됐다.
이들 세 레전드는 현역시절 '해태 왕조'를 합작해냈던 인물들이다. 그런 인물들의 재결성은 당시의 영광을 재현하려는 의지로 볼 수 있다. KIA는 선 감독과 이 수석코치 체재로 처음 치른 2012시즌에 포스트시즌에도 오르지 못하는 수모를 당했다. 이런 치욕을 씻기 위해서 한 감독까지 영입했다. 옛 '해태'의 DNA를 보다 강하게 이식하려는 시도다. 과연 레전드가 총집결한 KIA는 2013년에 명예회복을 할 것인지도 흥미로운 볼거리다.
삼성의 독주, 과연 누가 막을까
8·90년대 프로야구의 맹주가 해태였다면 2000년대 중반 이후의 제왕은 단연 삼성이다. 2000년 이후 삼성은 무려 5차례(2002, 2005, 2006, 2011, 2012)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다. 특히 2011시즌과 2012시즌은 타의 추종을 불허할 만큼 압도적인 전력의 우위를 자랑하며 '독주 우승'을 해냈다. 이렇게 한 팀의 독주가 길어지게 되면 리그 전체의 흥미도가 떨어질 위험성이 있다. 더 흥미로워지기 위해서는 삼성의 독주를 견제해줄 수 있는 '카운터 파트너'가 나타나야 한다. 2년 연속 한국시리즈 맞상대였던 SK나 전통의 라이벌 KIA가 일단은 가장 강력한 경쟁 상대로 손꼽힌다. 그러나 다른 팀들의 견제도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 관건은 어떤 팀이 됐든지, 삼성과 건강한 라이벌 구도를 형성해줄 수 있는 팀이 나타나야만 한다는 것이다.
윤석민, 오승환 '제2의 류현진' 될수 있나
2012년 한국프로야구 최대의 화제는 단연 류현진의 메이저리그 입성이라고 할 수 있다. 역대 최초로 한국 프로야구에서 메이저리그로 직행한 케이스였고, 그 과정에서 포스팅 금액과 연봉을 합쳐 총 6700만 달러의 천문학적 액수를 받으며 가치를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류현진의 메이저리그 진출로 인해 한국에서 '최고'의 칭호를 받았던 다른 투수들 역시 가슴속 꿈에 불이 당겨졌다. 2011시즌 투수 4관왕을 차지하며 해외 구단의 뜨거운 관심을 받았던 KIA 에이스 윤석민과 아시아투수 한 시즌 최다 세이브 기록을 갖고 있는 '아시아 최고 마무리' 삼성 오승환이 그에 해당한다. 이들은 2013시즌을 마치면 FA자격을 얻는다. 류현진보다 해외진출에 더 용이한 신분이라는 뜻이다. 따라서 2013시즌 성적 여하에 따라 이들 역시 해외 무대로 화려하게 날아갈 수도 있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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