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정은 아니지만 긍정적으로 검토 중이다."
어디선가 많이 들어본 듯한 말이다. 바로 각종 캐스팅 기사가 났을 때 연예인 측에서 내놓는 답변이다. 열이면 아홉은 이런 답을 내놓는다.
그런데 팬들 입장에선 답답한 부분이 있다. "어차피 그 작품에 출연할 거면서 왜 '캐스팅이 확정됐다'고 확실히 얘길 하지 않느냐"는 것. 소속사들이 이렇게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일 수밖에 없는 이유가 뭘까?
한 연예계 관계자는 "도장을 아직 안 찍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어 "도장을 찍기 전에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르기 때문에 조심스러운 답을 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 작품에 출연할 확률이 99%라고 하더라도 혹시나 일이 틀어질 가능성 1%가 있기 때문에 조심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이 작품에 누구누구가 출연한다"고 발표를 했다가 출연료 등에 이견이 생겨 캐스팅이 취소될 경우 드라마 측도, 연예인 측도 상황을 수습하기가 만만치 않게 된다.
드라마 측에선 그 배우를 대신해 해당 역할을 맡아줄 연예인을 섭외하는 일이 골칫거리다. 이미 다른 배우를 캐스팅하려다 일이 틀어진 사실이 알려진 상황이기 때문에 새로운 배우를 섭외하기가 쉽지 않다. 배우 측에선 '누구누구의 대타'란 인상을 풍기며 작품에 들어가는 것을 기피하는 게 당연한 일. "대타를 구하는 게 급한 제작진의 어쩔 수 없는 선택이 아니었나"라는 말까지 들을 수 있다.
이 때문에 협상 과정에서 드라마 제작사 측이 배우 측에 "도장을 찍기 전까진 캐스팅 사실이 알려지지 않게 조심해달라"는 요청을 하는 경우가 많다.
매니지먼트 관계자는 "우리 입장에선 그 말을 지킬 수밖에 없다. 우리가 아니더라도 그 배역에 캐스팅될 수 있는 수많은 배우들이 있다. 매끄럽게 협상 과정을 마무리하고 그 작품에 출연하려면 캐스팅 사실을 제작사가 요청하는 시점까지 외부에 알리지 말아야 한다. 제작사가 갑이고 우리가 을의 입장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캐스팅은 곧 드라마의 이미지나 시청률과 직결되기 때문에 제작사 입장에선 모든 게 세팅된 뒤 자신들이 원하는 시기에 캐스팅과 관련된 공식 발표를 하길 원한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실제로 제작사 측의 말을 어기고 협상 과정에서 캐스팅 사실을 발표했다가 드라마 캐스팅이 취소된 연예인들도 있었다.
캐스팅이 갑자기 취소되면 배우 입장에서도 타격이 크다. 해당 작품에 출연하지 못하는 것 자체도 문제지만, 그 후의 상황을 수습하는 것도 쉽지 않다. 관계자는 "캐스팅이 됐다고 발표를 했다가 갑자기 취소됐기 때문에 배우의 이미지에 타격을 입을 수도 있고 다음 작품을 고르는데 문제가 될 수도 있다"며 "드라마나 영화에 출연한다고 발표를 했는데 그게 취소됐을 경우 '출연한다고 해놓고 왜 안 하느냐'는 팬들의 항의 전화에 시달리기도 한다"고 했다.
팬들의 입장에선 내가 좋아하는 연예인이 어떤 작품에 출연할지 궁금할 수밖에 없다. 열렬한 팬이라면 누구나 자신이 좋아하는 스타의 차기작 소식을 하루라도 빨리 듣고 싶어할 터. 하지만 캐스팅 협상 과정에서의 이런 현실적인 문제들을 생각한다면 조금은 느긋하게 캐스팅 발표를 기다려줘야 할 듯하다.
정해욱 기자 amorr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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