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광주 KIA-LG 전. 4-7로 뒤진 3회말 KIA 공격 때 보기 드문 장면이 나왔다.
무사 만루에서 KIA 김상현이 친 2구째 라인드라이브 타구에 LG 3루수 정성훈이 몸을 날렸다. 믿기지 않는 순발력. 공은 글러브 안으로 빨려 들어가는 듯 했다. 직선타를 본 3명의 주자들은 화들짝 놀라 귀루했다. 하지만 정성훈이 땅을 짚는 과정에서 공이 글러브에서 빠졌다. 직선타 아웃이 땅볼로 변하는 순간. 바뀐 상황에 맞는 새로운 플레이가 필요했다.
그라운드에 구른 공을 주운 정성훈은 2루로 송구했다. 2루수 손주인이 2루를 찍어 1루로 귀루했던 1루주자 안치홍 포스아웃. 2루수 손주인은 곧바로 홈으로 던졌다. 뒤늦게 홈을 향해 스타트한 3루주자 홍재호 태그아웃. 1루주자가 이미 포스아웃됐으니 태그가 필요했다. 무사 1루수가 땅볼을 잡은 1루수가 먼저 1루 베이스를 찍어 타자주자를 아웃시킨 뒤 2루에 던지면 1루주자를 태그해야 아웃되는 리버스 더블플레이를 연상하면 된다.
포수 현재윤은 다시 2루를 향해 송구했다. 2루 베이스 위에 떡 버티고 서있는 최희섭과 뒤늦게 2루로 달려온 안치홍이 겹쳤다. 상황 수습이 안된 LG 2루수 손주인은 안치홍을 다시 태그했지만 불필요한 수비 동작이었다. 그는 이전 상황에서 이미 죽은 주자였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2루에 버티고 서있던 최희섭은 어떻게 살아남은 것일까. 만루서 땅볼이 나오면 2루주자는 무조건 3루로 뛰어야 한다. 공을 잡은 야수가 2루 주자에 앞서 3루베이스를 터치하면 포스아웃된다. 하지만 1루주자가 먼저 2루서 포스아웃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무사 1,2루에서 유격수 앞 땅볼 타구를 내야수들이 병살 플레이 할 때 3루로 향하던 2루주자가 느닷없이 2루로 되돌아왔다고 생각하면 된다. 있을 수 없는 일이지만 선행 베이스로 돌아갔다고 해도 당연히 아웃은 아니다.
정리되지 않은 어수선한 상황. 양 측 벤치가 나섰다. KIA 선동열, LG 김기태 감독이 동시에 뛰쳐나왔다. LG 김기태 감독은 2루쪽으로 가 3중살 여부를 체크했다. KIA 선동열 감독은 더블플레이를 확인한 뒤 벤치로 돌아갔다. 공격하는 주자와 수비수에 양측 벤치를 모두 헷갈리게 만든 기묘한 플레이. 얼핏 복잡해보이지만 정리하자면 이렇다. 무사 만루 → 3루 땅볼 → 1루주자 2루에서 먼저 포스아웃 → 3루주자 홈에서 태그아웃 (더블아웃)→ 2사 1,2루. 얼떨결에 재치있는 수비로 상황을 더 유리하게 만든 정성훈은 이닝 교대 후 벤치로 돌아와 동료들과 하이파이브를 나누며 기쁨을 만끽했다.
광주=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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