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상황이 오면 해보는 것도 고려해봄직 하다."
야구로 산전수전 다 겪은 롯데 김시진 감독에게도 새로운 것이 있었다. 김 감독은 25일 부산 SK전에 앞서 취재진과 대화를 나누는 도중 이날 열린 뉴욕 메츠-LA 다저스전에 대해 얘기를 꺼냈다. 김 감독이 주목한 것은 연장 10회말 다저스의 수비였다.
3-3 동점에서 1사 2,3루서 다저스는 만루작전을 폈다. 그리고 왼손타자 조다니 발데스핀의 타석 때 좌익수인 칼 크로포드를 빼고 루이스 크루즈를 기용했다. 크루즈는 내야수. 외야로 가지 않고 3루로 갔다. 3루수가 유격수 자리에 서고, 유격수는 2루 쪽에 섰다. 내야에 5명의 야수가 서게 된 것. 외야엔 2명만이 남겨져 있었다. '내야수 5명 수비 시프트'였다. 땅볼 타구가 올 때 병살 플레이를 하거나 최소한 3루주자의 홈 쇄도만은 아웃시키겠다는 뜻. 아쉽게도 이 시프트는 효과를 보지 못했다. 발데스핀이 우측 담장을 넘어가는 끝내기 만루홈런을 터뜨렸기 때문.
그러나 김 감독은 수비 시프트에 대해 큰 관심을 보였다. "예전 현대 코치시절 플로리다 브래든턴에서 스프링캠프를 할 때 같은 구장을 썼던 피츠버그 코치들로부터 이 시프트에 대해 들은적이 있다"는 김 감독은 "실제로 쓰는 것을 본 것이 이번이 세번째"라고 했다. 김 감독은 "1점을 무조건 막아야하는 상황에서 투수가 땅볼을 유도할 수 있는 싱커 등을 잘 던진다면 해볼만한 수비 전술인 것 같다"고 했다. 2루 근처에 수비수가 한명 더 있기 때문에 좌측이나 우측으로 땅볼이 갈 때 병살을 쉽게 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반면 뜬 공이 나올 때는 1점을 헌납할 확률이 더 높아진다. 따라서 투수가 땅볼을 유도할 수 있는 구종을 잘 던져야 하고 타자도 땅볼을 많이 치는 스타일일 때 쓸 수 있는 시프트다.
이 시프트는 SK 이만수 감독이 올시즌 두차례 시도한 바 있었다. 넥센과의 시범경기서 9회말 1사 만루 때 중견수 김강민이 유격수와 2루수 사이에 서서 수비를 했었으나 당시엔 밀어내기 볼넷으로 경기가 끝났고, 지난 14일 창원 NC전서는 NC 박으뜸이 스퀴즈번트를 성공시킨바 있다. 이 감독도 "한국 타자들은 퍼올리는 스타일보다는 다운 스윙을 하는 타자들이 많아 해볼만 하다"고 했다. '내야수 5명 수비 시프트'가 성공하는 진기한 장면을 올시즌에 볼 수 있을까.
부산=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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