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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거장의 말 속에 내포된 의미를 몸으로 실천하고 있는 선수. 두산 유희관이다. 135㎞의 '느린 강속구'와 절묘한 컨트롤. 그리고 정확한 포크볼과 두 가지 구종의 싱커와 커브(105㎞, 70㎞대) 등 6가지 구질로 올해 프로야구계의 '반란'을 일으키고 있다. '140㎞ 이하의 패스트볼로는 성공할 수 없다'는 프로야구계의 통념을 확실히 깨뜨린 주인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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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몸쪽 제구력이 정말 좋더라. (농담임을 강조하며) 얼굴을 보면 완전 개그맨인데 투구할 때 얼굴 덜 보이게 모자 좀 눌러 쓸 생각은 없어?(삼성 조동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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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까지 2군에서 많이 만났다. 그때도 지금처럼 느린 공을 던지는 모습 등 패턴이 비슷했다. 그때 많이 당혹스러웠는데 1군에서 똑같이 던지는 걸 보고 놀랐다. 왜 그때와 같은 패턴인지 궁금해.(NC 김종호, SK 진해수, 한화 이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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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야구할 때 승부욕이 강하냐, 아니면 다른 게임들, 예를 들면 당구칠 때 승부욕이 강하냐. 너 가끔 당구치고 지면 표정 재미있는 거 알지.(두산 노경은)
─많은 타자들이 까다롭게 느낀다. 그런데 너도 마운드에서 까다롭게 느껴지는 타자가 있을 것 같은데.(LG 김용의)
(시원하게 밝힌다. 거침이 없다) 일단 LG에서는 정성훈 선배요. 그리고 넥센 (강)정호도 무섭고. 스윙이 무섭게 느껴져요. 최근 가장 고민은 롯데 정 훈이에요. 올해 첫 피홈런도 맞았고. 원래 세트 모션에서 던지는데, 한번 맞고 나서 와인드 업 자세로 바꾸면서 변화를 줬어요. 그런데도 안타를 치더라고요. 안타맞고 나서 웃음이 났어요. (그리고 비장의 무기를 얘기한다) 다음에 만나면 사이드로 던져봐야지.
─두산 타자들 중에 '같은 팀이라 정말 다행'이라고 느껴지는 선수가 있는지(LG 손주인)
일단 (김)현수요. 가장 잘 치는 타자니까. 근데 정말 킬러는 (양)의지 형이에요. 전지훈련가서 청백전하면 제 볼을 제일 잘 쳐요. 그래서 (양)의지 형은 항상 '완전 내 밥인데. 희관이 볼이 이렇게 쉬운데 왜 못 치는 지 모르겠다'고 항상 놀려요.
─지난 7월13일 잠실에서 너한테 4타수 무안타로 당했다. 올해 내 워스트 경기였다. 정말 끔찍했다. 130㎞ 공이 한복판으로 와도 꼼짝 못하겠더라. 무슨 똥배짱으로 그 공을 한복판으로 던지냐.(KIA 나지완)
(나지완은 대학 때 대표팀을 같이 해서 친하다. 1년 선배다) 일단 홈구장(잠실)이 커요. 수비수를 믿고. 그리고 형하고는 친한데, 아무래도 아는 사람이 나오면 더욱 신경써서 던져요. 다음날 만났을 때 놀림 안 받으려고.
─이제 상대타자들이 연구를 많이 하고 나올텐데, 대처법을 마련할 생각은 있어? 130㎞ 패스트볼이나 70㎞ 커브가 특이하지만, 미리 준비하면 타자들에게 쉽게 공략당할 수도 있을텐데.(KIA 신종길)
(인터뷰 도중 항상 싱글벙글하던 얼굴이 갑자기 진지해진다) 너무 좋은 질문을 주신 것 같아요. 한계가 부딪칠 때가 있을 텐데, 더 노력하고 연구를 많이 해야할 것 같아요. 안타를 맞았으면 왜 그런지 연구도 하고. 한계에 부딪치면 변화구 구종도 하나 더 추가할 생각도 있구요.(여기에서 또 다시 장난기가 발동한다) 정 안되면 너클볼이라도 익혀서 던져야죠 뭐. (부연설명이 필요했다. 신종길이 이렇게 질문한 이유가 있었다. 유희관은 6월26일 KIA전에 선발출전, 신종길과 맞대결에서 2안타를 내줬다. 하지만 신종길은 4회 유희관의 슬로커브에 체크스윙, 투수 앞 땅볼로 허망하게 아웃. 신종길은 유희관의 공에 대해 많은 연구를 했고, 지난 13일 맞대결에서 3안타 1볼넷을 얻어냈다. 당시 유희관은 8이닝 무실점의 완벽한 피칭을 했지만, 신종길에게는 매우 약했다. 이 얘기를 들려주자) 그러셨구나. 너무 잘 친다고 생각했어요. 타이밍을 잘 맞추신다고. 다음 게임에서는 변화를 줘야겠네요. 약점도 생각해보고.
─인맥이 상당하다고 알고 있어요. 형은 그 많은 인맥을 도대체 어떻게 관리해요. 특별한 비책이 있어요?(두산 김현수)
인간관계를 상당히 중요시 해. 한번 스쳐도 인연이라고, 식사자리에서 연락처 받으면 연락을 한번씩 드려. 서로 도움도 주고받고.
─그 몸매를 유지하는 비결이 뭐냐. ㅋㅋㅋ(두산 오현택)
(간단하지만 파괴력 넘치는 질문. 몸매를 보면 배가 살짝 나왔다. 옆에서 기자가 질문의 의도를 정확히 얘기해줬다. 살짝 당황했지만, 이내 평정심을 유지한다) 아 현택이 형도 참. 워낙 잘 먹어서 그래요. 편식하는 게 없어요. 요즘같이 더울 때 운동해도 몸매 유지가 자알~ 되죠. 살이 찌면 마운드에서 둔해지는게 사실인데, 지금 몸이 투구할 때 힘도 생기고 최적인 것 같아요.(긍정적이다)
─경기 때 껌을 씹는 표정이 압권이다. 왜 그렇게 껌을 씹어.(두산 오현택)
(평소 경기 때 껌을 씹을 때 입을 살짝 비틀어 질겅질겅 씹는다. 좀 특이하다. 오현택의 짖궂은 질문에도 신나게 대답한다. 역시 긍정적이다) 음~ 자신감의 표현? 평상시에 좀 그렇게 씹는 편인데, 마운드에서는 그 속도가 더 빨라져요. 그래서 항상 (김)현수가 '저 형 또 긴장한다'고 농담을 해요.
─퓨처스 때부터 니 볼은 잘 치지 못했어. 정말 그 자신감은 어디에서 나오는지.(넥센 박병호)
넌 우리나라 최고의 타자니까 더욱 자신감을 가져야지. 넌 워낙 잘 치는 타자니까, (갑자기 도발 모드로 바뀐다) 연구많이 했다. 니 약점을 알고 있다. ㅋㅋㅋ
─투심이 체인지업처럼 위력적인데 언제 완전히 자기 것으로 만들었어?(삼성 배영섭·대학시절 대표팀 동기)
장충고 3학년 때 던지기 시작했고, 완전히 소화한 건 중앙대 2학년때. 대학교 때 경기를 하면서 많이 늘었어.
─전병호 선배와 스타일이 비슷하다고들 얘기하는데 본인 생각은 어떤가(롯데 김성배)
사실 제가 전병호 선배님이 던지는 걸 많이 보진 않았어요. 그래서 구체적으로 비교할 순 없는데, 비슷한 것 같아요.
─구속이 빨라지면 더 무서워질 것 같은데. 구속에 대한 욕심은 없나(롯데 김승회)
항상 욕심은 있어요. 근데 잘 안되더라구요. 지금 상황에서 최선은 정확히 던지고 변화구를 많이 쓰는게 더 위력적이라고 생각해요.
─보통 구속을 올리기 위해 여러가지 많은 훈련을 하는데, 형은 정반대에요. 지금처럼 던지기 위해서 하는 특별한 훈련이 있나요. 패턴이 달라서 투수코치님들이 가르치는 패턴도 다를 것 같은데(NC 이재학)
똑같아. 근데 남들보다 밸런스 운동이나 러닝은 더 많이 하는 것 같다. 타자들에 대한 연구나 전력분석도 많이 하고. 덕아웃에서도 타자들 단점 찾으려 유심히 보고.
─도대체 어떻게 던져야 그렇게 컨트롤이 좋아지냐.(SK 전유수·동기)
항상 집중해. 예를 들어 캐치볼을 할 때도 글러브를 고정시켜 거기에 넣는 연습도 하고. (또다시 장난기가 발동한다) 근데 너는 빠른 공이 있잖아. 너하고 나하고 반반씩 합쳤어야 되는데.
─경찰청 소속으로 퓨처스 게임을 할 때부터 꼭 성공할 선수로 봤다. 당시 구속을 높이기 위해 애쓰는 모습을 봤는데, 어떤 노력을 했었는지. 그리고 무명으로 긴 시간 2군에 있었는데, 보통 정신력으로 버티지 쉽지 않았을거야. 지금의 기회를 잡기 위해 어떤 마음으로 버텼는지 궁금해. (넥센 손승락)
근력을 늘리기 위해 웨이트도 많이 하고, 멀리 던지기도 많이 했어요. 단거리도 뛰어보고. 근데 잘 안되더라구요. 그래도 돌이켜보면 죽기살기로 하진 않은 것 같아요. 사실 군대 가기 전에 좀 힘들긴 했는데, 상무를 간 게 터닝포인트가 된 것 같아요. 힘들 때 군대 안 가고 2군에 있었으면 좌절감이 심했을텐데.
─최근 많은 이닝을 소화하는데 특별한 몸관리 방법이 있는지요. 음식조절은?(한화 조지훈)
따로 먹는 보약같은 건 없어. 차려주는대로 먹고, 훈련 열심히 하고.
질문자=이대수 조지훈(이상 한화) 손주인 김용의(이상 LG) 박병호 손승락(이상 넥센) 김현수 오현택 노경은(이상 두산) 신종길 나지완(이상 KIA) 진해수 전유수(이상 SK) 조동찬 배영섭(이상 삼성) 김성배 김승회(이상 롯데) 김종호 이재학(이상 NC)
많은 선수들이 좋은 질문을 해줬다. 그러나 여전히 유희관에 대해 궁금한 점이 많았다. 그래서 직접 질문을 했다.
"다시 태어나면 150㎞ 빠른 공에 제구력이 좋지 않은 선수와 지금처럼 130㎞에 제구력 좋은 선수 중 누구를 택할 건가"라고 물었다.
그러자 유희관은 빙긋이 웃으며 "사실 150㎞ 던질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라고 많이 생각해봤어요. 그런데 지금 상황에서 많은 분들이 좋아해주는 걸 보고 제 모습에 만족해요. 그리고 아마추어 야구선수들 중에 공이 느린 것에 대해 고민하는 선수들이 있을거에요. 그런 선수들에게 그래도 어느 정도 해법을 제시할 수 있을 것 같아서 그런 점도 기분좋고"라고 했다.
그는 제구력이 좋지만, 공을 던질 때 고개를 숙인다. LG 신정락이 눈을 감는 것과 마찬가지. 그런데도 컨트롤이 최정상급인 것은 약간 미스테리하다. 거기에 대해 묻자 "그냥 예전부터 그랬어요. 습관이 됐고, 투구 밸런스를 잡는 부분도 있고. 그렇게 던져도 숙달이 돼서 그런지 별다른 문제는 없었어요"라고 했다.
질문의 수위를 좀 더 높혔다. 시즌 초반 유희관이 호투하자, '느린 공때문에 패턴이 파악되면 타자들에게 공략당할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다. 유희관도 그런 평가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그는 "그렇게 예상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요즘 전력분석을 워낙 꼼꼼하게 하니까요. 약간의 오기도 있었어요. 그런 평가를 바꿔야겠다는 생각. 그런데 어려운 시기가 올 수 있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계속 연구하고 노력할거니까요"라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진갑용 선배에게 다시 슬로커브를 던지겠냐"고 물었다. 지난 7일 두산-삼성 전에서 유희관은 팀이 4-1로 앞선 7회 2사 주자없는 상황에서 진갑용을 상대로 0B 1S 상황에서 79㎞ 느린 커브를 던졌다. 평소 종종 슬로커브를 던지는 유희관이지만, 당시 공은 컨트롤이 제대로 되지 않으며 매우 높게 형성됐다. 진갑용은 잠시 타석에서 유희관을 노려봤고, 충분히 오해받을 수 있는 상황이었다. '슬로커브 논란'은 양팀 감독의 설명과 배려로 원만하게 넘어갔다.
진갑용은 베테랑답게 말을 아꼈고, 유희관은 간접적으로 사과의 뜻을 표했다. 그는 "충분히 오해하실 수 있는 상황이었어요. 이상한 의도는 정말 전혀 없었습니다. 그러나 앞으로 또 만나면 그래도 던져야죠. 게임 흐름에 맞춰서요. 제가 잘할 수 있는 게 그거니까요. 다른 선배님들에게도 마찬가지입니다"라고 했다.목동=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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