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자이언츠의 우완 투수 김사율(33)은 2012시즌 팀 역사를 새로 썼다. 시즌 풀타임 마무리로 34세이브를 올렸다. 롯데 구단 역사에서 최다 구원 기록을 세웠다. 2011시즌 20세이브를 했고, 지난해엔 더욱 안정된 클로저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1999년 신인 2차 지명 1라운드 1순위로 롯데 유니폼을 입은 김사율은 마무리를 하기 전까지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다. 2003년까지 선발을 하다 실패했다. 그리고 군대를 갔다 왔고 중간 불펜으로 던졌다. 2000년대 후반은 김사율에게 암흑기 같은 시기였다.
마무리로 성공한 후 그의 야구 인생에 새로운 장이 열릴 것만 같았다. 김사율의 올해 연봉은 1억9000만원. 10년 가까이 얇았던 지갑은 이제서야 제법 두툼해졌다. 하지만 2013시즌, 김사율은 다시 선수 인생에서 위기를 맞았다.
시범경기까지 마무리 경쟁을 했다. 정대현과 경합하다 밀렸다. 김사율은 자진해서 중간 불펜을 선택했다. 하지만 그는 불펜에서 버텨주지 못했다. 2군으로 내려갔다고 올라왔다. 또 흔들렸다. 설 자리가 없었다. 2군으로 다시 내려갔다가는 이번 시즌이 끝날 것만 같았다. 롯데 구단으로도 김사율을 어떻게든 활용하고 싶었다. 김시진 롯데 감독의 선택은 선발 전환이었다.
롯데는 유먼, 옥스프링, 송승준 이렇게 1~3선발까지는 로테이션을 잘 지키며 원활하게 돌아갔다. 하지만 4~5선발이 문제였다. 젊은 투수들인 고원준 이재곤 김수완 등에게 맡겨봤지만 신통치 않았다. 이 때문에 연승을 이어가면서 상위권으로 치고 올라갈 수가 없었다.
선택은 감독이 했지만 마운드에 올라가 던져야 하는 것은 선수의 몫이다. 김사율에겐 쉽지 않는 모험이었다. 그의 올해 나이는 33세다. 김사율이 마지막으로 선발 등판한 게 2003년 9월 27일이었다. 약 10년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는 지난 7월 27일 사직 SK전에서 시즌 첫 선발 등판해 4이닝 1실점, 승패를 기록하지 않았다. 그리고 지난 10일 인천 SK전에서 두번째 선발 등판, 4이닝 3실점으로 패전 투수가 됐다.
김사율은 프로무대에서 10년 이상 버틴 베테랑이다. 하지만 새로운 보직에 단박에 몸을 맞춘다는 게 쉽지 않았다. 그래도 마냥 기다릴 수 없었다. 팀은 4강 경쟁에서 고전하고 있다. 연패에 늪에 빠져 허우적거리고 있었다. 그는 이번 시즌 팀을 위해 제대로 보여준게 없었다.
그는 "이번이 아니면 안 된다는 생각으로 준비했다"고 말했다. 김사율은 17일 사직 NC전에서 6이닝 4안타 4탈삼진으로 1실점, 팀의 5대3 승리를 이끌었다. 그는 지난 2002년 9월 19일 잠실 두산전 선발 승리 이후 약 11년(3985일) 만에 선발 승을 따냈다. 롯데는 6연패 뒤 2연승을 달리며 멀어져간 4강 경쟁에 불씨를 살렸다. 김사율은 이번 시즌 거둔 3승(2번은 구원승)을 모두 NC를 상대로 올렸다.
김사율은 이전 두 번의 선발 등판 실패를 거울삼았다. 안 맞기 위해 피하다 보면 볼넷이 많아 스스로 위기를 자초했다. 결정구까지 잘 통하지 않아 금방 투구수가 많아졌다. 그래서 김사율은 칠테면 쳐보라는 식으로 공격적으로 나갔다. 빨리 빨리 승부를 걸었다. 직구 비율을 끌어올렸다. 그는 투구수 82개로 6이닝을 버텼다.
그는 "오랜만의 선발 승이지만 특별한 의미는 없다. 올해 팀에 보탬이 되지 않아 많이 미안했다"면서 "아직 늦지 않았다. 우리 롯데는 지난 5년 동안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다. 노하우와 경험을 갖고 있다"고 했다.
최근 롯데는 조성환(37) 장성호(36) 등 베테랑들이 위기에서 팀을 구해주고 있다. 마운드에선 김사율이 그 일을 하기 시작했다.
부산=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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