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말 문화를 빛낸 역사적 인물에 마상무예를 집대성한 조선의 왕 정조대왕이 가장 존경받는 인물로 꼽혔다. KRA 한국마사회(회장 현명관)가 갑오년 말띠해를 맞이해 관련 박물관들의 관장, 말 문화 연구총서 저자 등 전문가들의 의견을 모아 우리나라의 말 문화를 빛낸 12인의 주역들을 선정 발표했다.
문화예술계의 다양한 전문가들이 참여한 결과 기마민족의 나라 고구려의 시조 동명성왕, 마상무예를 집대성한 조선의 왕 정조대왕, '유하백마도'로 유명한 화가 윤두서, 독립군 기병대 교관을 지낸 초대 국무총리 이범석, 뛰어난 침술로 어의가 된 마의 백광현, 나라에 대량의 말을 바쳐 환란극복을 도운 공신 김만일, 한국전쟁에서 포탄을 나른 경주마 '아침해' 등이 그 주인공이다.
전문가들로부터 가장 많은 지지를 받은 인물은 조선 후기 가장 유능한 왕으로 평가받는 군주 정조대왕(1776~1800년 재위)이다. 말 문화를 빛낸 열두 명의 위인 가운데 정조대왕을 첫 번째로 선정한 배경에는 그가 편찬한 '무예도보통지'라는 무예서가 있다. 이 책이 편찬되지 않았더라면 오늘날 마상무예는 추측과 상상에만 의존하여 원형과 다르게 재현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일제강점기에 우리 민족의 마상무예는 맥이 끊겼는데, 광복 후 수십 년이 흐른 1990년대에 들어서야 학자와 한민족전통마상무예격구협회, KRA 한국마사회 등의 협력에 의해 복원됐다. 정조대왕이 편찬한 '무예도보통지'가 이 복원작업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전문가들은 이 책에 수록된 그림과 설명을 통해 전통의 마상무예를 원형 그대로 복원해낼 수 있었다.
정조대왕은 왕실학문기관인 규장각의 학자 이덕무, 박제가와 왕실호위군대인 장용영의 무관 백동수에 명해 종합무예서인 '무예도보통지'를 편찬했다. 이 책은 임진왜란으로 병력양성이 중요시된 1598년(선조 31)에 편찬된 '무예제보'와 1759년(영조 35) 사도세자의 주도 하에 편찬됐다는 '무예신보'를 집대성하고 보완한 것으로 24가지의 무예를 그림과 함께 설명하고 있다.
'무예도보통지'에는 마상무예로 기병 중심의 정예병을 체계적으로 양성하고자 했던 정조대왕의 의도가 잘 드러나 있다. 이전 무예서에서 발견할 수 없는 6가지 내용이 모두 마상무예인 점이 특히 그렇다. 말을 타고 창을 쓰는 기창, 말을 타고 쌍검을 쓰는 마상쌍검, 말을 타고 초승달 모양의 킨 칼을 쓰는 마상월도, 말을 타고 도리깨모양의 무기를 쓰는 마상편곤의 4가지 전투기술 및 말을 타고 장시(杖匙)라는 끝이 둥근 채로 공을 치는 놀이이자 훈련인 격구, 말 위에서 다양한 재주를 부리는 마상재 2가지를 합해 6가지가 추가되었다. 이로써 마상무예가 체계화돼 정예기병을 양성할 수 있는 교재가 마련된 셈이다.
4권 4책으로 1790년(정조 14)에 완간된 '무예도보통지'는 당시의 무예서들이 전략과 전술 이론을 위주로 저술된 것에 비해 전투기술을 중심으로 한 실전 훈련서로 편찬됐다. 어떤 무예서 보다 많은 내용을 담고 있어, 당시의 무예와 병기에 관해 종합적으로 조감할 수 있게 하는 중요한 가치를 지닌 서적이다.
서울경마공원 내 말박물관은 매달 선정된 인물 관련 전시물을 준비해 전시하고 관련된 이야기를 소개한다. 정월의 '말' 문화 인물인 정조대왕을 시작으로 매달 다른 인물들이 역사 속의 재밌는 말 이야기를 가지고 관람객을 맞을 예정이다.
나성률 기자 nas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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