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의 올 시즌 마운드 구상이 선수들의 부상으로 인해 벌써 휘청이고 있다. 올해 명가 재건을 꿈꾸는 KIA로서는 악재다. 하지만 다른 관점에서 생각하면 차라리 현 시점에 문제가 발생한 편이 그나마 낫다. 아직은 문제점을 근본적으로 뜯어고칠 수 있는 시간적이 여유가 있기 때문이다.
KIA가 당면한 문제. 바로 '필승 불펜의 부실화'다. 최근 수 년간 KIA 마운드는 뒤로 갈수록 약해지는 모습을 보였다. 선발진은 어느 정도 경쟁력을 갖췄던 적도 있지만, 불펜과 마무리로 이어지는 연결 체계가 단단하지 못했다. 그래서 자주 역전패를 당해야 했다.
당연히 이번 스프링캠프에서의 목표도 '필승 불펜조의 완성'에 맞춰져 있었다. 전문 마무리 투수인 어센시오를 영입했지만, 어센시오의 앞에서 승기를 확실히 굳혀줄 수 있는 불펜진이 부실하다면 마무리 투수가 아무리 강해도 무용지물이다. 등판 기회를 얻지 못할 가능성이 크고, 그러다보면 어센시오를 조기 투입하는 악수로 이어질 수 있다.
그래서 선동열 감독은 군제대 선수인 곽정철과 2차 드래프트로 영입한 김태영에게 큰 기대를 걸었다. 경험과 구위 등에서 필승조가 되기에 충분한 선수들이라고 판단했기 때문. 사실 이 판단 자체는 합리적이다. 단지 '부상'이라는 변수를 예측하지 못한 게 옥에 티다.
곽정철과 김태영 모두 몸상태가 좋지 않다. 그나마 김태영은 당장에는 몸상태가 좋지 못하더라도 수술 이후 몸을 회복해나가는 과정에 있어서 좀 나은 편이다. 하지만 곽정철의 부상 재발은 치명적이다. 이미 두 차례나 수술을 한 무릎에 또 칼을 댔다. 복귀 시점이 불투명한 상황이다. 10~12주 정도 재활 프로그램을 소화해야 하고, 또 이후 6~7주에 걸쳐 단계적 투구 프로그램을 수행한 뒤에나 복귀할 수 있다. 최소 16주, 약 4개월이 걸리는 일정이다. 시즌 전반기는 거의 못 뛰게될 가능성이 크다.
어차피 벌어진 일이다. KIA가 이런 악재를 최소화하려면 대책을 빠르고 확실하게 수립해야 한다. 방법은 두 가지다. 하나는 기존에 있는 선수들을 적극 활용하거나 보직 변경을 통해 불펜을 강화하는 것. 현재 캠프에는 베테랑 유동훈을 필두로 좌완투수 심동섭과 우완투수 박성호, 한승혁 등이 필승조 후보들이다. 모두 불펜 투수들인데, 이들 중 확실한 필승카드를 찾는 게 급선무다. 또 선발 경쟁 중인 선수 중에서도 필승조 전환이 가능한 선수를 찾을 수도 있다. 현재 KIA 선발은 넘친다. 외국인 선수 데니스 홀튼과 김진우, 좌완 양현종 등은 확정이고 우완 송은범도 선발 진입이 유력하다. 남은 한 자리를 놓고 베테랑 서재응과 좌완 박경태, 임준섭 등이 경쟁 중이다. 이들 중에서 한 두 명 정도는 불펜 전환을 다시 고려해볼 수 있다.
또 다른 방법은 적극적인 트레이드를 고려해보는 것이다. 물론 어느 팀이든 불펜 필승조는 여간해서는 시즌 중에 트레이드 하지 않는다. 결국 이 방법은 KIA가 쓸 수 있는 최후의 카드다. 팀을 강하게 만들 수 있는 불펜 투수를 영입하려면 일정부분의 출혈도 감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도 트레이드를 통해 잃는 것보다 얻는 게 많다면 과감히 시도하는 것도 방법일 수 있다. 과연 KIA는 눈앞에 벌어진 불펜 부실화 문제에 어떤 해법을 내놓게 될까.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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