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가 먼저 테이프를 끊었습니다.
어느덧 지울 수 없는 존재가 됐습니다. '여전히 라이벌이다', '더 이상 비교대상이 아니다'는 논쟁이 현주소인 것 같습니다. 그녀는 김연아(24)의 동갑내기 '라이벌' 아사다 마오(24)입니다. 아사다는 6일(한국시각) 소치 아들레르 공항에 도착했습니다.
김연아는 12일 한국에서 출발합니다. 아사다가 일주일 가까이 먼저 입성한 이유는 뭘까요. 소치 대회부터 피겨 단체전이 새롭게 생겼습니다. 아사다는 동료들과 함께 9일부터 열리는 단체전에 출전하기 위해 소치 땅을 먼저 밟았습니다.
아사다의 소치 입성, 대단한 볼거리였습니다. 아사다는 비행기가 활주로에 터치한 후 입국과 선수 등록 절차를 거치느라 1시간 뒤 모습을 보였습니다. 이미 한국과 일본의 취재진이 100여명이 진을 치고 있었습니다. 아사다의 얼굴을 담아야 하는 양국 카메라 기자들이 뒤엉켰습니다.
일본 취재진을 위한 '꼼수'도 있었습니다. 공항 기자회견은 숨바꼭질이었습니다. 장소는 수차례 바뀌었습니다. 그리고 알려진 인터뷰 장소와 아사다가 향한 곳은 달랐습니다. 그녀는 입국장에서 한 층을 더 올라가 출국장으로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그런데 그곳에 일본 기자들이 이미 포진해 있었습니다.
'성동격서'식 대응에 놀아났다고나 할까요. 한국 취재진으로선 '돌발 변수'였습니다. 자리 다툼은 상상을 초월했습니다. 고성과 몸싸움에 공항은 '사각의 링'과 흡사했습니다. '취재 한-일전'이었습니다.
'도떼기 시장'같은 상황에서 유일하게 입가에 미소가 떠나지 않은 이가 있었습니다. 아사다였습니다. 4년 전과는 또 달랐습니다. 긴장된 빛은 전혀 찾아 볼 수 없었습니다. 표정이 너무 화사해 오히려 기자가 놀랐습니다. 인터뷰에선 간절함이 묻어 있었습니다. 아사다는 "밴쿠버올림픽과 똑같이 두근두근 거린다. 밴쿠버 대회 후 올림픽에서 한 번의 연기를 더하고 싶었는데 소치에서 기회가 왔다"며 말문을 열었습니다.
추억도 들춰내며 이미지 트레이닝을 하는 듯 했습니다. 아사다는 2012년 12월 소치에서 열린 2012~2013시즌 국제빙상경기연맹(ISU) 그랑프리 파이널에서 우승했습니다. "소치에서 그랑프리 파이널을 치를 때 몸 상태가 좋았다. 늘 좋은 이미지를 갖고 있다. 이제 막 도착했지만 공항은 그 때와 변한 것이 없다. 기분이 좋다."
아사다도 김연아와 마찬가지로 소치올림픽을 끝으로 은퇴합니다. 그녀는 "드디어 올림픽이 왔구나하는 생각이 든다. 훈련은 끝났다. 현지 적응과 좋은 이미지 트레이닝으로 연기에 임할 것이다. 컨디션은 좋다. 4년간 올림픽을 준비했고, 마지막 올림픽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 마지막에는 웃는 얼굴로 끝내고 싶다"며 입술을 깨물었습니다.
김연아와 아사다, 동시대의 피겨 스타입니다. 아사다에게는 악연이지만, 김연아에게는 인연입니다. 둘은 소치에서 마지막 대결을 벌입니다.
이제 김연아의 등장이 관심입니다. 가슴에 일장기가 박힌 회색 재킷을 입은 아사다에 공항은 마비가 됐습니다. 김연아는 더했으면 더했지, 덜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김연아의 소치 입성이 벌써 기대가 됩니다.
소치(러시아)=스포츠 2팀기자 news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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