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애니메이션 '겨울왕국'이 지난 주말 117만 관객을 동원하며 800만 관객을 눈앞에 두게 됐다. 10일까지 누적 관객수 790만 7104명(영진위 통합전산망)을 기록해 11일 중 800만 돌파를 기록할 전망. 하지만 거칠것 없는 흥행질주를 하고 있는 '겨울왕국'도 거품이 있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어 눈길을 끈다.
가장 눈에 띄는 약점은 역시 빈약한 스토리 라인이다. 애니메이션이라고는 하지만, 안나가 한스와 사랑에 빠지는 과정이나 크리스토프가 안나와 사랑에 빠지는 과정, 한스가 배신하는 과정이 짧은 러닝타임을 감안하더라도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평이 많다. 게다가 엘사가 안나로 인해 세상과 등진 상황 그리고 다시 돌아오는 상황까지 작위적이라는 느낌이 강하다. 특히 얼음궁전에서 엘사가 만들어낸 눈괴물은 선뜻 이해가 되지 않는다. 동생 안나를 위해 세상까지 등졌던 엘사가 동생을 해하려고 쉽게 괴물을 만들어냈으니 말이다.
게다가 여러 캐릭터가 등장하지만 대부분의 캐릭터가 엘사 안나 자매를 위해 소모품으로 사용됐다는 것도 아쉬움으로 남는다. 극에 활기를 더해주는 눈사람 올라프는 행동이나 말투가 관객들에게 웃음을 주지만 그것 이외에 활용방도가 마땅치 않다. 위즐턴 공작 역시 악역으로 등장하지만 대사를 빼곤 특별히 나쁜 짓을 하지 않는 캐릭터다. 결정적으로 주연급인 크리스토프는 끝내 '개밥의 도토리'로 남고 만다.
800만 관객에 가까운 영화를 혹평하기는 쉽지 않다. 그래서 호평 일색이지만 몇몇 영화 관계자들은 "국내에서는 '아직 그것 안봤어?'라는, 마치 뒤쳐지는 것 같은 분위기의 문화가 아직 존재한다. 이로 인해 '겨울왕국'을 관람하는 경우도 많다"며 "골든글로브를 수상하고 아카데미에 노미네이트 됐지만 아쉬운 부분이 없는 것은 아니다"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처럼 흥행몰이를 하는 이유에는 작품의 완성도도 있지만 OST의 힘 그리고 타이밍을 꼽는 이들도 많다. '렛잇고(let it go)'라는 명곡의 인기로 인해 작품까지 덩달아 상승세를 타고 있다는 말이다. 실제로 국내 방송 어디에서도 '렛잇고'를 쉽게 들을 수 있다. 하다못해 소치 올림픽 예고에서도 등장할 정도라 '겨울왕국'을 보지 않은 사람들의 귀에도 '렛잇고'는 꽤 익숙하다.
게다가 겨울방항 봄방학이라는 시즌도 '겨울왕국' 흥행에 큰 역할을 담당했다. 관객 중 초등학생 관람객이 꽤 많은 수를 차지하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물론 화려한 볼거리와 이제 거의 실사에 가까운 그래픽, 귀에 쏙속 들어오는 디즈니 특유의 음악, 반전에 가까운 '진정한 사랑의 행동(Act of True Love)' 등은 그동안 선보였던 애니메이션을 한단계 뛰어넘었다는 평가를 받을 만 하다. 이같은 장점으로 '겨울왕국'은 개봉 5주차에도 흥행 전선에 이상이 없다. 하지만 무조건 '남들이 봐서' 보는 영화가 아니라 '내가 보고 싶어서' 보는 '겨울왕국'이 됐다면 더 높은 평가를 받지 않았을까.
고재완 기자 star7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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