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샛볕'의 바람이 심상찮다.
그녀가 등장하기 전 소치의 대세는 이견이 없었다. '피겨여왕' 김연아(24)였다. 한국을 향한 외신기자들의 궁금증도 김연아였다. "김연아가 언제 오느냐", "기자회견은 언제하느냐", "선수촌에 입촌하느냐" 등등이었다.
하지만 피겨 단체전 이후 미묘한 기류가 흐르고 있다. 16세 신예 율리야 리프니츠카야가 강력한 경쟁자로 떠오른 분위기다. 리프니츠카야는 9일(이하 한국시각)과 10일 러시아 소치 아이스버그 스케이팅 팰리스에서 열린 2014년 소치동계올림픽 피겨 단체전 여자 싱글 쇼트프로그램과 프리스케이팅에 모두 출전, 1위를 차지했다. 아사다 마오(일본)가 쇼트프로그램(64.07점·3위)만 소화한 것과 달랐다. 리프니츠카야는 쇼트프로그램에서 72.90점, 프리스케이팅에서 141.51점을 받았다. 두 종목을 합치면 200점대인 214.42점이었다. 자신감이 넘치고 있다. 20일과 21일 열리는 여자 싱글을 예행 연습하며 분위기를 익힌 것도 호재다. 개최국 프리미엄을 앞세운 홈텃새도 대단했다. 그녀가 등장할 때마다 "러시아", "러시아"를 연호하는 함성은 귀가 아플 정도였다. 김연아는 웬만해선 흔들리지 않는 '강심장'이지만 부담이 될 수 있는 환경이다.
전세계의 눈도 '여왕'과 '샛별'의 대결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물론 김연아의 아성을 침범하고 있지는 않지만 금메달을 충분히 위협할 수 있는 다크호스라는 데는 의견이 일치하고 있다. 피겨계의 평가는 호평 일색이다. 미국 NBC 해설자로 소치에 온 '피겨스케이팅 싱글 최연소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타라 리핀스키는 "소녀의 몸에, 40대의 고민을 담은 것 같은 치열하고 강렬한 연기를 펼친다"고 극찬했다. 일찌감치 김연아의 우승을 점친 미셸 콴(미국)은 "팬들의 관심을 즐기는 무서운 선수"라고 평가했다.
단체전에서 함께 경쟁한 선수들도 마찬가지다. 아사다는 "러시아의 어린 선수가 현재 정말 좋은 상태다. 나도 내가 납득할만한 연기를 펼쳐야 한다"며 조심스럽게 말했다. 애슐리 와그너(미국)는 "벌써 완성된 선수의 분위기가 풍긴다"고 했다. 단체전에서 함께 호흡한 러시아의 예브게니 플류셴코는 "젊은 천재가 등장했다"며 환호했다.
김연아는 4년전 밴쿠버에서 쇼트프로그램(78.50점)과 프리스케이팅(150.06점) 모두 역대 최고점 기록을 경신하며 총점 228.56점의 세계 신기록으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후 쉼표가 있었다. 은퇴와 현역생활 연장의 기로에 섰다. 현역을 선택했다. 김연아는 소치에서 선수 인생의 마지막 꽃을 피우겠다는 새로운 목표와 함께 2012년 7월 은반으로 돌아왔다. 지난해 세계선수권 복귀전에서는 218.31점으로 우승하며 건재를 과시했다. 리프니츠카야와는 첫 경쟁이다. 그녀는 이미 "김연아를 만나고 싶다"고 했다.
김연아는 "많은 분들이 2연패, 금메달을 이야기한다. 그러나 개인적으로는 2연패에 중점을 전혀 두지 않는다. 어떤 결과를 얻어도 만족스럽고 후회없이 마무리하고 싶다"고 했다. 하지만 지구촌은 둘의 처음이자 마지막 대결에 뜨거운 관심을 보이고 있다. 아사다는 현재 명함도 내밀지 못하고 있다. 둘은 훈련도 같은 조에 배정돼 있다. 김연아는 13일 소치에 입성한다.
소치(러시아)=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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