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승희(22·화성시청)가 13일(한국시각) 러시아 소치의 아이스버그 스케이팅 팰리스에서 벌어진 2014년 소치동계올림픽 쇼트트랙 여자 500m 결선에서 54초207로 동메달을 차지했다.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500m 이상화(25·서울시청)에 이어 한국 선수단에 두 번째 메달을 선물했다.
그러나 통한의 동메달이었다. 준결선에 가장 빨리 결승선을 통과한 박승희는 1번에 위치했다. 500m는 자리싸움이 첫 번째 승부처다.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다. 그러나 시련이 기다렸다. 부정 출발로 무겁게 첫 발을 뗐지만 선두를 꿰찼다. 하지만 두 번째 코너를 돌다 넘어졌다. 엘리스(영국)와 폰타나(이탈리아)가 자리다툼을 하다 엘리스가 박승희를 쓰러뜨렸다. 펜스에 강하게 부딪힌 그는 일어나 레이스를 이어가려다 또 넘어졌다. 마음이 바빴다. 되돌릴 수 없었다. 단거리라 회복되지 않았다. 4명 중 맨 마지막으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엘리스가 실격을 당하면서 동메달이 돌아갔지만 아픔이 큰 일전이었다. 리지안러우(중국)의 금메달, 폰타나의 은메달은 변하지 않았다.
여자 쇼트트랙 대표팀을 이끄는 최광복 코치는 눈물을 흘리며 공동취재구역으로 나오는 박승희를 보자 다시 어깨를 감싸며 "괜찮아, 잘했어"라고 위로했다. 여자 500m에선 16년 전에 마지막이자 유일한 메달을 목에 걸었다. 전이경(38)이 1998년 나가노대회(일본)에서 여자 500m 동메달을 차지했다. 그러나 어부지리였다. 당시 전이경은 결선에 오르지 못했다. 그런데 결선 출전 4명 중 3, 4위가 실격을 당하며 행운이 찾아왔다. 전이경은 순위 결정전에서 1위를 차지해 운좋게 시상대에 올랐다. 박승희가 정상 절차를 그친 사실상 첫 500m 메달리스트다.
최 코치는 "박승희의 컨디션이 최고조였다. 얼음 상태가 좋지 않았지만, 개인 기록을 계속 줄이고 있어 전망이 괜찮다고 생각했다"며 "승희가 새 역사를 쓰는 줄 알았다"며 아쉬움을 토로한 후 "그래도 결승에 제대로 오른 건 최초니까 이미 역사의 한 페이지를 썼다"며 미소 지었다. 그리고 "쇼트트랙에서는 많은 선수가 넘어진다. 언제든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 왈가왈부하지 않겠다. 하늘에서 주신 게 동메달이라면 감사하게 받고 다음 경기를 위해 선수들을 다독이겠다"고 밝혔다.
소치(러시아)=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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