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현수(29)가 '황제의 귀환'을 알렸다. 그러나 그의 국적은 한국이 아닌 러시아였고, 금메달 주인공의 이름도 안현수가 아닌 빅토르 안이었다.
빅토르 안이 15일(한구시각) 러시아 소치 아이스버그 스케이팅 팰리스에서 열린 남자 쇼트트랙 1000m에서 금메달을 차지했다. 1500m에서 동메달을 차지한 빅토르 안은 1000m에서 1분24초102로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하며 러시아에 올림픽 역사상 첫 쇼트트랙 금메달을 선사했다. 2위도 러시아의 차지였다. 블라디미르 그리고레프가 빅토르 안에 이어 두 번째로 피니시 라인을 넘었다.
우여곡절 인생이다. 빅토르 안은 한국 국적으로 출전한 2006년 토리노동계올림픽에서 남자 1000m와 1500m, 5000m 계주를 제패하며 대한민국에 금메달 3개를 선물했다. 한국 쇼트트랙의 간판이 됐다. 당시 500m에서도 동메달을 따내 쇼트트랙 사상 최초로 올림픽 전 종목에서 시상대에 오른 주인공이 됐다. 그러나 2008년 무릎 부상으로 연승 행진에 제동이 걸린 뒤 2010년 밴쿠버올림픽에도 출전하지 못했다. 악재도 겹쳤다. 대한빙상경기연맹과의 갈등, 소속팀의 해체 등이 겹쳐 선수 생활에 갈림길에 섰다. 그의 선택은 '명예회복'을 위한 귀화였다. 주변의 비난을 각오하고 러시아로 귀화해 소치올림픽을 준비했다.
귀화 이후 적응에 어려움을 겪으며 부진이 이어졌지만 최근 유럽선수권대회에서 4관왕에 오르며 정상 궤도를 되찾았다. 4차례 월드컵에서도 금메달 2개, 은메달 4개, 동메달 2개을 따냈다. 소치는 명예회복의 무대였다. 첫 출전한 1500m에서 동메달을 따내며 건재함을 과시했다. 이어 1000m에서 압도적인 레이스로 정상에 서며 '황제의 귀환'을 알렸다. 빅토르 안은 러시아 국기를 들고 트랙을 달렸다. 경기장을 가득 채운 러시아 홈팬들은 기립박수로 화답했다.
하성룡 기자 jackiech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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