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도 눈길을 주지 않았다.
해체와 결합이 반복됐다. 신민성(36)과 이현정(36)이 그 자리를 지켰다. 그러나 컬링은 둘이 할 수 없다. 정영섭 감독은 새로운 피를 수혈했다. 김지선(27)은 어학연수를 위해 간 중국에서도 눈칫밥을 먹어가며 컬링에 대한 끈을 놓지 않았다. 이슬비(26)는 전 소속팀과의 불화로 브러시를 놓고 유치원 보조교사를 하고 있었다. 김은지(24)는 대학에 진학했지만 특기자로 인정받지 못해 학비를 대지 못하고 휴학 중이었다. 이들을 설득했고, 2009년 '공포의 외인구단'이 탄생했다. 올림픽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이현정이 둘째 임신으로 팀을 떠나면서 엄민지(23)가 가세했다.
신세계와 KB국민은행, 현재는 후원사가 생겼다. 그러나 예전에는 모든 것이 부족했다. 전용 연습장이 없어 쇼트트랙과 스피드스케이팅이 훈련하는 곳에서 컬링 연습을 했다. 주변의 시선은 차가웠다. 눈칫밥을 먹은 것이 하루 이틀이 아니다.
2012년 3월 캐나다 세계여자컬링선수권대회이 전환점이었다. 4강 기적을 일궈냈고, 올림픽 출전 티켓을 거머쥐었다. 2014년 소치동계올림픽은 한국 여자 컬링사에 첫 장이었다. 하지만 겨울스포츠의 '우생순 신화'는 첫 막을 내렸다.
4강 진출이 사실상 좌절됐다. 여자 컬링 대표팀은 16일(힌국시각) 러시아 소치 아이스큐브 컬링센터에서 벌어진 덴마크와 7차전에서 3대7로 패했다. 2승5패를 기록한 한국은 9위로 떨어졌다. 남은 미국과 캐나다와의 경기에서 모두 이겨도 4위까지 주어지는 결선 토너먼트 진출에 오를 가능성은 희박하다. 상대가 모조리 패해야 플레이오프에 진출할 수 있지만 확률상 1%도 안된다.
덴마크전 후 선수들의 눈가는 촉촉이 젖었다. 소치올림픽에 출전한 10개국 가운데 국제컬링연맹(WCF) 세계랭킹은 한국(10위)이 가장 낮다. 하지만 4강 추억에 내심 첫 메달도 기대했다. 그 꿈은 허공으로 날아갔다.
스킵(주장) 김지선은 냉정하게 현실을 인정했다. "올림픽에 와서 경기해 보니 '강팀은 강팀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많은 준비를 하고 투자를 받은 세계적인 팀과의 차이를 느꼈다." 첫 무대에서 일본(9위)을 꺾었지만 이어 열린 스위스(4위)와 스웨덴(1위)의 벽을 넘지 못했다. 개최국 러시아(8위)를 꺾고 불씨를 다시 살렸지만, 중국(5위)에 패하며 사실상 엔진이 멈췄다. 세계랭킹 6위 덴마크에 또 다시 눈물을 흘렸다.
김지선은 "스위스와의 2차전에서 흔들렸지만 이후로는 최선을 다했다. 하지만 실력의 차이가 있었다. 실력보다 욕심을 부린 것 같다. 이제 욕심보다 실력을 키워야 할 때"라고 고백했다. 물론 경기는 남았다. 올림픽 첫 출전에, 첫 메달의 꿈은 좌절됐지만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할 계획이다.
절망대신 희망이다. 소치는 끝이지만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이 시작된다. "강팀들과 경기하면서도 못하겠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종이 한 장의 차이가 크긴 하지만, 조금만 더 하면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끝까지 응원해주셨는데 아쉽게 성적을 내지 못해 죄송하다. 그러나 이제 시작이다. 우리가 한국 컬링 역사의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다음 번에는 꼭 기대에 부응하겠다." 김지선의 새로운 출사표였다.
컬링은 두 팀이 빙판 위에 그려진 표적판(하우스)에 약 20㎏ 무게의 스톤을 누가 더 가깝게 붙이느냐를 겨루는 종목이다. 한국이 소치올림픽을 통해 컬링을 알았다. '우생순 신화'는 이제 2막이 열렸다.
소치(러시아)=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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