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멧 앞부분이 뜯어져도, 봅슬레이가 뒤집히는 아찔한 상황이 찾아와도 그들에게 방해가 되지 않았다. 더 빠르게, 100분의 1초라도 줄이려는 욕심은 꿈이었다. '쿨러닝의 후예' 자메이카 봅슬레이 대표팀의 혼신의 레이스가 또 다시 감동을 일으켰다.
윈스턴 와트(파일럿)-마빈 딕슨(브레이크맨)으로 구성된 자메이카 봅슬레이팀은 17일(한국시각) 열린 2014년 소치동계올림픽 봅슬레이 남자 2인승 1, 2차 레이스 합계 1분57초23을 기록했다. 총 30개 팀 가운데 1, 2차 레이스 모두 가장 늦게 결승선을 통과했다. 1, 2차 레이스를 마친 뒤 1위 러시아 A팀(1분52초82)보다 4초41이나 늦었다. 12년 만에 밟은 올림픽 무대에서 세계의 높은 벽을 실감해야 했다.
하지만 이들에게 메달보다 중요한 것은 도전, 그 자체였다. 자메이카 봅슬레이팀의 올림픽 복귀는 대회 전부터 화제였다. 눈이 내리지 않는 나라임에도 1988년 캘거리 대회에 첫 출전, 봅슬레이에 대한 열정을 전 세계에 알렸다. 이를 바탕으로 영화 '쿨러닝'이 제작됐다.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 대회 이후 올림픽에 나가지 못했던 자메이카는 12년 만에 올림픽 출전권을 따냈다.
복귀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장비구매, 경비 등 금전적인 어려움이 따랐다. 그래서 세계 각지의 후원으로 자금을 모았다. 그러나 전지훈련을 마치고 소치로 건너오다가 장비를 분실하는 등 악재가 계속됐다. 최악의 경우, 다른 나라의 장비를 대여해 참가하겠다고 했지만 다행히도 귀국 다음 날 잃어버린 장비가 도착해 가슴을 쓸어내렸다.
우여곡절 끝에 선 경기장에서도 해프닝은 이어졌다. 2차 레이스 때 바람을 막아주는 역할을 하는 파일럿 와트의 헬멧 앞부분이 뜯어졌다. 그러나 개의치 않았다. 힘차게 출발했다. 또 한 번의 고비가 찾아왔다. 25초를 질주한 뒤 봅슬레이가 전복될 뻔한 상황이 연출됐다. 이내 안정을 되찾안 이들은 끝까지 역주했다.
비록 기록은 꼴찌였다. 그러나 이들의 도전정신은 1등감이었다. 관중들의 환호는 그 어느 팀보다 컸다.
김진회기자 manu35@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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