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소치동계올림픽 피겨스테이팅의 대미를 장식한 갈라쇼의 주연은 '은메달리스트' 김연아였습니다.
팝가수 존 레넌이 1971년 베트남 전쟁 당시 반전의 메시지를 담아 발표한 '이매진'의 선율이 흐르자 인류의 영원한 꿈인 평화를 노래하는 전령사로 변신했습니다. 은반 위는 그녀의 매력으로 가득했습니다. 몸짓 하나, 하나에 탄성과 박수과 쏟아졌습니다.
갈라쇼의 대미도 그녀가 장식했습니다. 피날레 무대였습니다. 모든 참가자들이 사이에서 김연아가 링크 반대편으로 빠져나오자 스포트라이트가 그녀를 비췄습니다. 소치올림픽 로고 옆으로 2018년 평창올림픽의 로고가 선명히 드러났습니다. 대한민국의 딸이었습니다. 여자 싱글 '금메달리스트'가 갈라쇼의 '히로인'입니다. 하지만 아델리나 소트니코바는 존재가치가 없었습니다.
김연아는 '평화'를 기도했습니다. 하지만 소치는 충격의 나날입니다. 김연아를 바라보는 눈들이 애처롭습니다. 미디어센터에선 여기도 '유나', 저기도 '유나'를 놓고 열띤 토론이 벌어집니다. '유나(Yu Na)'는 김연아의 영어 발음입니다. 러시아 기자들을 제외하고 석연찮은 판정에 공감대가 형성돼 있습니다.
여자 싱글의 편파 판정 논란이 대회 막판 최대 이슈였습니다. 개막 전에는 준비 부족과 테러 위협으로 시끄러웠습니다. 중간에는 더워도 너무 더운 이상 기온으로 말이 많았습니다. 마지막에는 우려했던 것이 터졌습니다. 러시아 선수에게 '금메달 몰아주기', 깨끗해야 할 스포츠 무대에 상식밖의 의혹이 불거졌습니다. 최대 피해자가 완벽한 '클린 연기'를 펼친 김연아입니다.
하지만 정작 김연아는 곤혹스러워하고 있는 듯 합니다. 갈라쇼에서 자신의 무대를 마친 후 질문이 다시 나왔습니다. 미국 기자들이 도마에 올렸습니다. 아쉬워 할 법도 하지만 흔들림이 없었습니다. "일단 경기가 끝났고, 판정을 돌이켜 생각해 본적이 없습니다. 결과가 잘 끝나 만족스럽습니다. 의견을 낸다고 해서 결과가 바뀔 것 같지는 않을 것 같구요. 속상한 것도 없어요." 재차 질문이 이어졌습니다. '유나, 당신이 금메달리스트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돌아온 대답은 똑같았습니다. "결과에 대해서 되새긴 적이 없습니다. 나보다 주변에서 더 속상해하는데 전 그런 적이 없습니다."
불필요한 해석도 경계했습니다. 프리스케이팅이 끝난 후 몰래 눈물을 흘린 것은 판정과는 무관하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100% 솔직하게 억울하거나 속상한 것과 전혀 상관없어요. 아마 금메달을 따도 울었을 겁니다. 그동안 너무 힘들었기 때문에 맺혀온 것이 한 번에 터지는 의미의 눈물이었습니다. '괜찮은 척' 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은데 정말 끝난 것으로 만족해요. 대회 전에도 그랬듯이 금메달 욕심은 없었고 마지막으로 대회를 잘했다는 것에 만족합니다."
하지만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러시아는 공공의 적이 됐습니다. 선수들도 마찬가지 인식인 것 같습니다. 김연아의 인터뷰 도중 아이스댄스에서 은메달을 차지한 캐나다의 스콧 모이어가 공연을 끝내고 지나갔습니다. "연아, 네가 넘버 원이야." 목소리가 얼마나 우렁찬지, 김연아도 웃고, 취재진도 웃었습니다.
그렇게 올림픽은 막을 내렸습니다. 러시아는 환호했지만 그 외의 세상은 차갑기만 합니다. 소치의 아픈 두 얼굴이었습니다. <끝>
소치(러시아)=스포츠 2팀 기자 news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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