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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첫 우승] 17년만의 우승은 한 편의 드라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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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단 후 17년이 걸렸다. LG가 드디어 가장 높은 자리에 섰다. 창단 첫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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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는 프로농구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팀 중 하나다. 97년 창단 때부터 줄곧 경남 창원을 연고로 해 충성심 높은 팬들을 갖고 있다. 올시즌에는 KBL 역대 최초로 누적 관중 200만명을 돌파한 팀이 됐다.

하지만 LG 팬들에겐 풀리지 않은 갈증이 있었다. 바로 우승이다. LG는 프로농구에 뛰어든 97~98시즌부터 지난 시즌까지 정규리그 2위가 최고 성적이었다. 창단 첫 시즌이었던 97~98시즌과 2000~2001시즌, 2002~2003시즌, 2006~2007시즌까지 총 네 차례나 정규리그 준우승에 머물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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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우승 역시 좋은 성적이다. 하지만 팬들은 우승을 원한다. 게다가 2위로 플레이오프에 올라가서 좋은 성적을 내지 못했다. 2000~2001시즌에 챔피언결정전에 올라 준우승을 차지한 게 전부다. 나머지 시즌은 4강에 직행하고도 챔프전 무대를 밟지도 못했다.

LG는 지난 시즌부터 팀 체질 개선에 나섰다. 고참 선수들을 정리하며 선수단 평균연령을 확 낮췄다. 당시 LG엔 30대 선수가 단 2명(송창무 백인선)에 불과했다. 장기적인 관점으로 리빌딩을 들어간 듯 했지만, 이는 LG의 '숨고르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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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는 지난 시즌 도중 모비스와 외국인선수를 맞바꾸는 트레이드를 진행했다. 모비스는 이 트레이드로 최고 수준의 외국인선수인 로드 벤슨을 얻었고, 리카르도 라틀리프와의 강력한 조합으로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차지했다.

당시 시즌이 진행중이라 발표는 안 됐지만, 사실 이 트레이드의 목적은 따로 있었다. LG는 벤슨을 보내는 대가로 전체 1순위 신인 가드 김시래를 받기로 했다. 재능 있는 가드가 필요했던 LG는 김시래를 중심으로 선수단을 재편하기로 했다.

5일 고양체육관에서 남자프로농구 고양오리온스와 창원LG의 경기가 열렸다. LG 김시래가 골밑 돌파 후 동료에게 어시스트를 시도하고 있다.고양=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14.01.05
LG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비시즌 쉴 새 없이 드라이브를 걸었다. FA 문태종에게 1년간 6억8000만원이라는 파격적인 조건을 베팅해 품에 안았다. 4쿼터의 사나이, 혹은 타짜로 불리는 문태종은 확실한 해결사였다. 어느 팀에서든 주득점원으로 뛸 수 있을 능력을 갖고 있었고, 무엇보다 승부처에서 엄청난 파괴력을 갖고 있었다.

외국인선수 드래프트와 신인드래프트에선 운이 따랐다. 외국인선수는 2순위 지명권을 얻어 러시아리그 득점왕 출신 데이본 제퍼슨을 지명했다. 제퍼슨은 트라이아웃 현장에서 가장 좋은 평가를 받아 대부분의 팀들이 1순위로 군침을 흘렸던 선수. 1순위를 뽑은 동부가 허버트 힐을 지명한 덕에 LG가 제퍼슨을 품에 안을 수 있었다.

신인드래프트에선 1순위 지명권을 따냈다. LG의 선택은 대학 최고 센터 김종규였다. 제퍼슨의 위력을 극대화시키려면 수준급의 토종 빅맨이 필요했다. 화룡점정과도 같았다.

김종규까지 가세하면서 LG는 완전히 다른 팀이 됐다. 지난 시즌 팀에 없던 4총사가 주전이 됐다. 그리고 직전 시즌 가능성을 보였던 젊은 선수들이 힘을 보탰다. 주전 외에 식스맨까지 순식간에 두터운 전력을 자랑하는 팀이 됐다.

우승 전력을 만드는 건 구단 프런트와 코칭스태프가 한마음이 됐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두 시즌 연속 6강 플레이오프에서 탈락했지만, LG는 인내심을 갖고 3년 계약을 한 김 진 감독을 기다려줬다. 조급해하지 않고 차근차근 팀을 만들어갔다.

15일 오후 서울 잠실학생체육관에서 2013-2014 프로농구 LG와 SK의 경기가 열렸다. LG 김진 감독이 선수들에게 작전 지시를 내리고 있다.잠실학생체=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 2014.01.15.
우승까지 가는 길이 순탄했던 건 아니다. 김종규는 1라운드 마지막 경기가 돼서야 팀에 합류했다. 새로 호흡을 맞춘 선수단은 전력이 올라오는데 시간이 걸렸다. 경기력의 기복도 심했다. 하지만 점차 경기력은 안정돼 갔고, 한 번 상위권으로 올라온 뒤 좀처럼 떨어지지 않았다. '빅3'의 한 축으로 시즌 막판까지 순위싸움에 긴장감을 불어넣었다.

체력이 떨어지고 집중력이 흐트러질 시즌 막판, LG는 더욱 매서워졌다. 시즌 막판 13연승을 달리며 극적인 역전 우승을 일궈냈다. SK와 모비스를 차례로 격파하며 최고의 자리로 올라섰다.

김 진 감독은 "6라운드 마지막 경기는 모두 중요했다. 매경기 결과에 따라 순위가 갈리는 상황이었다. 단 한 경기도 쉽게 갈 수 있는 경기가 없었다. 집중력을 놓으면 안 됐다"며 시즌 막판 상황을 떠올렸다.

그는 이런 상황에서 큰 역할을 한 선수로 문태종을 꼽았다. 문태종은 자칫 쉽게 흔들릴 수 있는 젊은 선수들 사이에서 팀의 중심을 잡았다. 문태종은 강력한 MVP 후보다. 기록 이상의 가치를 선보이며 LG의 우승을 이끌었다.

공동 선두를 달리고 있는 서울 SK와 창원 LG의 2013-2014 프로농구 경기가 26일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렸다. LG 문태종이 2쿼터 승부를 뒤집는 3점슛을 성공한 후 기뻐하고 있다.잠실학생=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4.01.26/
김 감독은 "사실 시즌이 시작되기 전에 주변에서 다크호스지만 경험면에서 걱정스러운 부분이 있다고 했다. 나 역시도 그랬다. 하지만 슬기롭게 넘어갈 수 있다고 자신한 건 문태종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팀 성적도 긍정적이지만, 선수들이 성장하는 데 정말 큰 역할을 했다. 어린 선수들이 평정심을 찾고 자신감을 갖게 도왔다"며 문태종의 MVP 가치를 역설했다.

LG는 MVP 뿐만 아니라, 신인왕 역시 가져갈 가능성이 높다. 김종규는 기록을 뛰어넘는 팀 공헌도를 보였다. LG의 전력구성상 토종 빅맨 김종규가 없었다면, 우승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김 감독은 LG가 준우승만 4번 했다는 사실을 몰랐다고 했다. 그는 "그 정도로 절박했다. 선수들 역시 절박함이 있어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 구성원 모두가 고생한 만큼, 거기 보답하고 싶었다"고 했다.

결국 LG가 그 소원을 풀었다. 선수단과 코칭스태프, 구단 프런트 모두 하나가 된 결과였다. 9일 창원에서 열린 KT와의 시즌 최종전에서 95대85로 승리하며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이날은 LG 구단 역사상 최다 관중인 8734명이 창원실내체육관을 가득 채웠다. 입석까지 모두 팔려 통로에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였다. 자력으로 만들어낸 역전 우승, LG는 홈팬들 앞에서 당당히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창원=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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