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롯데 자이언츠에선 '우승 후보'란 말이 금기어 처럼 돼 있다. 롯데는 겨우내 리빌딩을 잘 해서 전력이 탄탄하다. 몇몇 전문가들이 롯데를 우승 후보로 꼽는다. 하지만 롯데 구단은 그런 예상과 팬들의 기대치가 올라가는 걸 무척 부담스러워한다. 그래서 우승 후보란 말 대신 '4강 후보' 정도로 봐달라고 한다.
롯데는 두 차례 NC 다이노스와의 시범경기에서 완승을 거뒀다. 8일엔 5대1로, 9일엔 14대6으로 승리했다. 투타의 밸런스가 아주 좋았다. 특히 9일 맞대결에선 홈런 4방을 포함 장단 16안타를 집중시켜 14점을 뽑았다. 시범경기라는 걸 감안하더라도 롯데의 화력은 괜찮은 평가를 받을 만했다. 롯데 야구는 지난해 이 정도의 집중력을 보여준 적이 없었다.
두 경기에서 나온 경기력이 롯데의 진짜 모습이라고 속단하기는 이르다. 시범경기는 시범경기일 뿐일 가능성이 높다.
롯데가 마지막으로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한 게 지난 1992년이었다. 무려 22년전이다. 그해 시범경기에서 롯데는 1위를 했었다. 이후 롯데는 총 8번(1995년, 1997년, 1999년, 2000년, 2005년, 2009년, 2010년, 2011년) 시범경기 1위를 했다. 하지만 정작 정규시즌과 한국시리즈에선 우승과 인연이 없었다.
부산팬들의 기억에도 롯데의 우승 추억은 아련하게 남아 있다. 롯데가 챔피언이 될 때 태어난 부산 남녀가 벌써 처녀 총각이 돼 버릴 정도로 시간이 많이 흘렀다. 롯데 구단 관계자들은 우승을 간절하게 바란다. 하지만 이 우승이 어떤 맛과 느낌인지를 잘 모른다. 배재후 단장 정도만 알고 있다. 선수 중에는 당시 우승 멤버는 있을 수도 없다.
김시진 롯데 감독은 이번 시즌을 준비하면서 끝장을 보고 싶다고 했다. 부산팬들이 납득할 수 있는 성적을 내야 한다고 했다. 그 납득할 수 있는 성적의 정도는 한국시리즈 진출이다.
롯데 구단은 2014시즌을 준비하면서 창단 이래 가장 많은 돈을 투자했다. 강민호 최준석 강영식을 잡는데 총 127억원을 투입했다. 국내 최고 포수라는 강민호를 눌러 앉힌 건 전력에 플러스 요인이다. 강민호가 타 구단으로 갔다면 분명 전력 누수가 생겼을 것이다.
최준석에 대한 평가는 일단 유보하는 게 좋겠다. 전문가들은 의견이 엇갈린다. 이미 검증이 된 타자라는 쪽과 지난해 포스트시즌 성적만 갖고는 모른다는 쪽으로 갈린다. 최준석이 롯데 4번 타자라는 부담을 이겨낼 지는 아직 미지수다. 성공하면 전력에 도움이 될 것이고, 적응에 실패하면 롯데 타선을 혼란에 빠질 수 있다. 공들여 뽑은 외국인 타자 루이스 히메네스도 마찬가지다. 다른 경쟁팀들도 한 명씩 외국인 타자를 뽑았기 때문에 똑같은 처지다. 어느 팀도 아직 외국인 타자를 놓고 전력의 플러스와 마이너스를 논하기는 이른 감이 있다. 일부 팀들은 이미 지금의 외국인 타자가 실패했을 경우를 대비해 다음 카드를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
좌완 스페셜리스트 강영식을 붙잡은 건 전력에 보탬이 된다. 또 다른 좌완 이명우 혼자로는 시즌 전체를 커버할 수 없다. 제구력이 좋은 이명우는 지난 2년 연속으로 74경기에 등판, 50이닝 이상을 던졌다. 만약 이명우가 이번 시즌 다친다면 롯데 불펜은 큰 위기를 맞을 수 있다. 롯데는 즉시 전력감인 좌완이 이 두 명뿐이다. 그래서 김시진 감독은 이명우의 건강 상태를 잘 체크할 필요가 있다. 이명우가 없을 경우 강영식 혼자로는 버티기 어렵다. 좌완 불펜 투수는 무척 귀할 뿐만 아니라 키워내는 게 어렵다. 그런데 시즌을 운영하다보면 꼭 좌완이 나가서 상대 좌타자를 막아내야 할 경우가 자주 생긴다. 이때 쓸만한 좌완 카드가 부족하다면 낭패다.
상대팀들이 롯데를 강팀으로 꼽는 이유는 좌완 선발 장원준과 백업 포수 장성우의 가세 때문이다. 장원준은 검증을 마친 선발 카드다. 아프지만 않으면 선발 10승이 보장된 선수다. 장성우도 지금 당장 다른 팀에 가도 주전 포수가 될 수 있는 선수다. 더이상 강민호에 의존할 필요가 없다. 강민호가 좀 아프면 장성우가 바로 나가면 된다. 야구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하는 배터리가 동시에 강해졌다.
롯데를 강력한 우승 후보로 꼽기 어렵게 만드는 불안 요소도 있다. 김성배와 최대성 두명의 스토퍼로 갈 클로저, 박기혁이 손가락을 다쳐 두달 자리를 비울 유격수, 타팀과의 경쟁력에서 밀리는 2루수와 3루수 그리고 좌익수가 취약점이다. 이곳에서 구멍이 생기지 않게 잘 메워준다면 롯데는 1차 목표인 4강을 넘어 그 다음 한국시리즈 그리고 최종 목표인 우승에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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