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으로 쇄도하는 주자, 그리고 외야에서 타구를 낚아 챈 외야수의 빨랫줄 같은 송구. 홈에서 일어나는 접전은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장면 중 하나다.
이 장면엔 수많은 변수가 존재한다. 일단 홈을 향해 뛰고 있는 주자의 주력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올 것이다. 발이 빠르냐, 느리냐에 따라 홈에서 살고 죽는 게 결정될 수 있다. 두번째로 눈에 들어오는 건 외야수의 어깨다. 얼마나 빠르고, 정확하게 송구하느냐에 따라 결과는 달라질 수 있다.
물론 이외에도 많은 변수가 있다. 홈에서 송구를 받는 포수의 위치, 그리고 태그 동작도 중요하다. 주자는 포수의 방해를 피해 홈을 터치해야 한다.
'보살'은 외야수가 보여줄 수 있는 수비의 꽃과 같다. 야수가 송구로 주자를 잡는 데 도움을 주는 플레이를 보살이라 칭한다. 보살은 상대방의 득점 혹은 추가 진루를 막아내면서 아웃카운트까지 늘릴 수 있다. 강한 어깨를 가진 외야수들이 선호되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하다.
하지만 어깨만 강하다고 보살에 능한 건 아니다. 포수 출신인 NC 김경문 감독은 "자세히 보면, 어깨가 강하다고 보살 개수가 많은 건 아니다. 홈 송구를 했을 때 포수가 잡기 쉽게 던지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밝혔다.
김 감독은 말로 표현하기 힘든 부분이지만, 바운드를 적절하게 조절한 송구가 최고라고 했다. 포수 입장에선 잡는 동작에서 불필요한 동작을 최소화해야 주자를 잡을 확률이 높아진다. 태그까지 이어지는 동작이 부드럽게 진행돼야 한다.
이를 위해선 송구가 높거나 낮아선 안된다. 정확한 태그를 위해 잡은 자세에서 가슴 높이 정도로 공이 들어와줘야 한다.
만약 송구가 너무 강하면 원바운드된 공이 너무 높게 튈 수 있다. 이 경우 포수가 일어서거나 점프한 자세에서 태그 동작을 이어가야 하기 때문에 동작이 커진다. 반대로 원바운드된 송구의 힘이 죽어도 안 된다. 공이 포수까지 도달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고, 심지어 몇 차례 더 튀길 수도 있다.
김 감독은 투수 출신인 NC 외야수 나성범의 예를 들었다. 그는 "성범이가 어깨는 강하지만, 아직 포수가 잡기 편한 송구를 하는 단계는 아니다. 공에 회전이 걸려 바운드된 공이 너무 빠르거나 높게 튀어 오르고, 혹은 송구가 휘어져 나가는 경우가 있다"며 "포수가 잡기 좋은 송구를 하기 위해선 시간이 필요하다. 오랜 연습으로 스스로 감을 잡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흔히 투수에서 야수로 전업할 경우, 외야수 포지션을 맡는 경우가 많다. 내야수에 비해 상대적으로 수비를 익히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고, 투수 출신으로 강한 어깨를 활용하기 좋기 때문이다. 텍사스 레인저스의 추신수를 비롯해, NC 나성범이나 최근 시범경기에서 혜성처럼 떠오른 넥센 강지광이 투수에서 외야수로 전향한 케이스다.
다만 투수 출신의 경우, 송구시 다른 외야수들과 달리 공에 회전이 걸릴 가능성이 있다. 정확하게 멀리 던지는 것보다는 투수로서 타자를 향해 공을 던지는데 익숙하기에 나오는 현상이다.
하지만 훈련과 실전을 통해 감을 잡는다면, 추신수처럼 보살에 능한 외야수가 될 수도 있다. 김 감독은 현역 외야수 중 추신수를 비롯해 삼성 박한이, LG 이진영 임재철, 두산 김현수 등을 보살에 능한 선수로 꼽았다.
그는 "현수를 봐라. 어깨가 강한 편이 아닌데도 보살을 잘 한다. 포수 입장에서 받기 좋은 송구를 해주는 것"이라며 "넘치지도, 약하지도 않은 적당한 힘으로 던지는 건 아무리 말로 설명해도 안 된다. 경험을 통해 익히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외야에 보살에 능한 야수가 있을 경우, 상대방은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 추가 진루나 홈 득점이 달려있을 때, 주루 코치는 고민에 빠진다. 0.1초를 다투는 승부에서 상대를 멈칫 거리게 만드는 것만 해도 큰 영향을 미친다.
또한 보살을 비롯한 '좋은 수비'는 순식간에 경기 흐름을 바꿀 수 있다. 김 감독은 "좋은 수비는 지고 있는 경기도 이길 수 있는 힘을 만들어준다. 오히려 상대가 부담을 느끼게 된다. 그날 경기에 지더라도 투수들을 좀더 끌어내면 다음 경기에 힘이 된다. 그게 야구"라며 웃었다.
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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