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 클래식은 축구팬들을 위한 잔치다. 그 어떠한 요소도 잔치를 방해하면 안된다. 팬들은 경기를 온전하게 즐길 권리가 있다. 하지만 최근 K-리그 클래식 경기장에는 팬들의 권리를 방해하려는 불청객들이 몰리고 있다. 6·4 지방선거를 앞둔 예비후보들이다.
수원과 상주의 경기를 하루 앞둔 15일. 수원 삼성 사무국은 밀려드는 전화로 홍역을 치렀다. 대부분 예비후보들 사무실에서 온 전화였다. 요청사항은 다양했다. 경기장 앞 광장에서 자신의 명함을 돌려도 되냐는 문의는 애교수준이었다. 어떤 예비후보는 시축에 나서고 싶다고 했다. 또 다른 예비후보는 VIP석에 자리를 내어달라고 했다. 수원 관계자가 "VIP석은 아무나 갈 수 없다"고 말하자 "VIP티켓을 사겠다"며 떼를 쓰기도 했다. 결국 'VIP티켓은 따로 팔지 않는다'는 말을 듣고서야 고집을 꺾었다. 수원 관계자는 "지방선거를 앞두고 골머리를 앓고 있다. 저런 행동들이 오히려 자신의 이미지를 갉아먹는다는 사실을 왜 알지 못하는 지 모르겠다"고 반문했다.
다른 구단에서도 촌극이 벌어졌다. 구단주가 홈경기 후 기자회견에 예고도 없이 나섰다. 그는 기자들에게 팀 재정 조달 계획 등을 일방적으로 얘기하며 '자화자찬'했다. 언론을 통해 자신의 성과를 알리겠다는 의도가 짙었다. 원래 프로연맹 규정에 따르면 경기 후 기자회견에는 '양 팀 감독과 미디어가 요청한 선수'만이 나설 수 있다. 그 외에 다른 사람들이 기자회견에 나서려면 미디어의 요청 혹은 동의가 있어야 한다. 이런 절차는 없었다. 경기장에 티켓을 사고 들어온 뒤 관중들에게 명함을 나눠주는 예비후보들도 많이 있다. 한 사람이라도 더 만나야하는 예비후보들에게 최소 5000명에서 최대 2만명이 모이는 축구장은 최적의 홍보 장소다.
이는 명백한 국제축구협회(FIFA) 규정 위반이다. FIFA는 '경기장 내에서 정치적 상업적 종교적 행동을 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프로연맹 역시 이같은 규정을 따르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일선 구단으로서는 규정을 확실하게 적용하기가 어렵다. 후폭풍 때문이다. 기업구단이든 시민구단이든 지역 정치권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만약 적극적으로 규제했다가 그 예비후보가 당선된다면 '미운 털'이 박힐 수도 있다. 한 관계자는 "괜히 나섰다가 그 예비후보가 당선된다면 머리가 아파진다. 현실적으로 적당한 차원에서 타협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연맹도 고심 중이다. 각 구단에 '기자회견 참석자에 대한 협조 요청' 공문을 보낼 예정이다. 이 공문은 감독과 선수 외에 다른 사람들이 기자회견장에 나서려고 할 때 불가 방침의 근거가 될 수 있다. 또 '지방 선거를 앞두고 입장객 관리 규정을 확실하게 적용하라'는 내용의 공문도 각 구단에 발송할 예정이다.
이 건 기자 bbadagu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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