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그의 발전과 팀의 성숙은 별개인 모양이다.
포항이 할 말을 잃었다. 안하무인으로 일관한 산둥 루넝(중국) 때문이다. 산둥은 18일 포항 스틸야드에서 가진 포항과의 2014년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본선 조별리그 E조 3차전에서 2대2로 비겼다. 전반전 페널티킥으로만 2골을 얻으면서 손쉽게 승리를 가져가는 듯 했다. 그러나 포항의 파상공세에 밀려 전후반 각각 실점하면서 원정 승점 1을 챙기는데 만족해야 했다. 다 잡았던 포항전 승리를 놓친 게 적잖이 속쓰릴 만했다.
쿠카 감독은 경기 후 두문불출 했다. ACL 규정에 따라 먼저 진행되어야 하는 원정팀 기자회견은 건너뛰는 모양새였다. 때문에 대회 미디어 담당관은 먼저 대기하고 있던 황선홍 포항 감독에게 먼저 기회를 부여했다. 뒤늦게 나타난 쿠카 감독은 불만부터 털어놓았다. 그는 "(황 감독의 기자회견이 진행되는 동안) 20분 동안 바깥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경기 운영이 왜 이런지 모르겠다"면서 "이 자리(기자회견)에 참가하게 되어 참 영광스럽다"고 소리를 질렀다. 이에 대해 포항 구단 관계자는 "ACL 규정에 따라 원정팀 감독에게 먼저 인터뷰를 요청했다. 하지만 6~7차례 요청에도 기자회견장에 나타나지 않아 결국 매치 코디네이터를 대동하고 산둥 라커룸에 찾아갔다. 그제서야 모습을 드러냈다"며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20분을 기다려 참석한 기자회견은 건성으로 넘겼다. 브라질어가 가능한 중국인 통역만 대동한 채 기자회견에 나섰다. ACL 규정성 모든 인터뷰는 공통어인 영어로 통역을 해야 하지만, 쿠카 감독의 인터뷰는 중국어로만 진행됐다. 이에 대해 포항 구단 관계자는 "산둥 구단 측에 영어 통역을 요청했지만, 거절 했다"고 털어놓았다. 중국어로 진행된 기자회견 조차 무성의로 일관했다. 취재진의 질문에 "호흡이 안 맞았다" "모르겠다"는 투로 대답을 한 뒤 서둘러 자리를 떴다.
황선홍 포항 감독 기자회견에선 중국 취재진이 들고 일어났다. 중국어가 아닌 영어 통역이 나섰다는 이유로 "왜 중국어를 할 줄 아는 통역이 없느냐"고 불만을 터뜨렸다. ACL 규정상 영어 통역 외에 홈 팀 재량에 따라 해당팀 언어가 제공됨에도 불구하고 아랑곳하지 않았다. 기자회견이 끝난 뒤에는 '포항이 중국어 통역을 제공하지 않았으니, 산둥도 포항 원정시 한국어 통역을 지원하지 않을 것'이라는 쪽지를 남긴 뒤 집단으로 퇴장했다. 원정팀 다운 예의나 배려는 찾아볼 수 없었다.
중국 슈퍼리그는 자본을 앞세워 K-리그, J-리그의 아성에 도전하고 있다. 광저우 헝다의 2013년 ACL 우승으로 발판은 마련됐다. 하지만 포항전에서 드러난 중국 축구의 자화상은 격이 떨어져도 한참 떨어졌다.
포항=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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