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각 팀엔 '빅마우스'가 있다. 솔직담백한 화법으로 재치 넘치는 얘기들을 늘어놔 소위 '빵' 터뜨리는 선수들을 말한다. 입담으로 유명한 두산 홍성흔이나 SK 이호준 등이 대표적이다.
이제 롯데 손아섭도 주목해야 할 듯 하다. 24일 서울 이화여자대학교에서 열린 2014 프로야구 미디어데이&팬페스트에선 손아섭의 톡톡 튀는 답변이 현장을 들썩이게 했다. 미디어데이의 '골든마우스'로 꼽을 만했다.
손아섭은 각 구단 대표선수들이 각오를 밝히는 자리에서 "프로에 입단한 뒤로 단 한 번도 가을에 쉬어본 적이 없다. 그런데 작년엔 다른 팀들이 경기하는 걸 TV로 보면서 속으로 많이 울었다"고 말해 롯데 팬들의 호응을 얻었다. 이어 "올시즌에는 이 한 몸 바쳐 롯데가 한국시리즈에 올라갈 수 있도록 하겠다. 밀어주십쇼"라고 했다.
손아섭의 입담은 본행사 전 진행된 사전 인터뷰에서도 돋보였다. 아직 군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기에 아시안게임 대표팀 발탁에 대한 질문이 쏟아지는 상황. 손아섭은 "하늘에 맡길 문제"라며 정석에 가까운 답변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내 동기인 김광현과 양현종을 국내 투수 중 최고의 경계대상으로 꼽으며 "광현이와 현종이가 현재 대한민국 최고의 투수인 것 같다. 올시즌 잘 부탁합니다"라고 말해 취재진을 실망시키지 않았다.
손아섭은 김광현, 양현종과 88년생 동갑내기 친구다. 세 명 모두 아시안게임 대표팀 승선이 유력한데, 손아섭은 둘과는 처지가 다르다. 김광현과 양현종은 이미 2008 베이징 올림픽과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으로 병역 혜택을 받았다. 나이가 차고 있는 손아섭 입장에서는 대표팀 승선이 급할 수밖에 없었다.
손아섭은 "올해 나한테는 살살 해줬으면 좋겠다. 둘은 큰 문제(병역)를 해결했는데 난 애가 탄다. 잘 부탁한다고 꼭 전해달라"며 웃었다.
선수들끼리 질문을 주고 받는 시간에도 손아섭은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지난 2009년 손광민에서 개명한 손아섭은 한현희의 "나도 야구가 안 되면 개명하고 싶다. 개명한다면 어떤 이름이 어울릴 것 같나"라는 질문에 "이름을 바꾸게 된 결정적인 이유는 '성공하고 싶어서'였다. 야구선수로 최고가 되고 싶었다. 그때 당시엔 더이상 떨어질 곳이 없어 밑져야 본전이라는 생각으로 이름을 바꿨다. 권유해준 어머니께 감사드린다"고 솔직하게 답했다.
이어진 답변이 압권이었다. 손아섭은 "현희는 어린 나이지만, 떨어질 곳이 많은 것 같다. 굳이 무리수를 둘 필요는 없을 것 같다"며 현장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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