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신의 역투였다. 오직 팀 승리만을 생각하고 이를 악물고 던졌다. 새 구장의 첫 승리투수는 양현종이었다.
KIA 타이거즈 양현종이 1일 광주-기아 챔피언스 필드에서 열린 NC와의 홈 개막전에서 8이닝 무실점 역투로 첫 승을 올렸다. 그냥 1승이 아니었다. 새 구장 챔피언스 필드의 역사에 이름을 남길 승리였다. 그것도 자신의 역투를 발판으로 만든 짜릿한 1대0 승리였다.
초반엔 위기도 있었다. 1회초 선두타자 박민우에게 3루타를 맞으며 불안하게 출발했다. 하지만 김종호, 이종욱을 연속 삼진으로 돌려 세운 데 이어 이호준마저 투수 앞 땅볼로 잡았다. 무사 3루에서 1점도 내주지 않은 것이다.
2회에도 테임즈와 나성범에게 연속 안타를 맞아 무사 1,2루 위기를 맞았지만, 이후 세 타자를 모두 잡아내며 실점하지 않았다. 4회엔 2사 1,2루서 포수 차일목의 견제 플레이로 1루주자 나성범을 잡았다. 양현종-차일목 배터리의 재치가 빛난 장면이었다.
양현종은 이날 8이닝을 책임졌다. 7회까지 투구수가 109개나 됐지만, 8회에도 다시 스파이크 끈을 조여 매고 마운드로 향했다. 5회부터는 퍼펙트 행진이었다. 공을 던질수록 안정감을 찾았다.
1회 이종욱 삼진으로 잡아낸 커브는 양현종의 올시즌 새 무기다. 기존의 직구 체인지업 슬라이더에 확실한 레퍼토리를 하나 더 추가했다. 상대의 타이밍을 뺏을 뿐만 아니라, 스트라이크존 낮게 뚝 떨어져 상대의 헛스윙을 유도하기 좋다.
KIA가 양현종에게 갖는 기대치는 크다. 윤석민이 미국으로 떠난 상황에서 토종 에이스가 필요하다. 좌완 양현종은 그 적임자다. 지난해 전반기에만 9승을 올렸으나, 불의의 옆구리 부상으로 더이상 승수를 추가하지 못했다. 생애 첫 다승왕의 꿈도 물거품이 됐다. 팀도 자신의 부상과 함께 추락해 8위에 머물렀다.
경기 후 양현종은 8회 등판 상황이 자신이 자원했음을 밝혔다. 그는 "코치님이 물어보셨는데 첫 승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아 나가겠다고 자원했다"고 했다.
이어 "새 구장에서 첫 경기는 우리 팀이 반드시 이겨야 한다고 생각했다. 첫 승리투수가 돼 영광으로 생각한다"며 "오늘 긴장도 많이 하고 부담도 커 초반에 흔들렸는데 일목이형이 차분하게 하라고 조언해줘 마음을 가다듬고 던져 게임이 잘 풀린 것 같다"고 덧붙였다.
양현종의 122구 투구는 지난 2010년 7월 21일 광주 삼성전 133개 이후 두번째로 많은 기록이다. 2010년 9월 14일 광주 두산전 투구수 122개와 타이기록이다. 양현종은 이에 대해 "오늘 공을 많이 던졌지만, 일요일에 선발등판하는 데 문제 없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광주=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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