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은 축구장의 '12번째 선수'다.
그라운드를 누비는 선수들을 춤추게 한다. 바람을 탄 패스가 길을 잃기도 하고, 때로는 엉뚱한 골이 나오기도 한다. 때문에 종종 바람의 방향을 이용한 변칙 전술이 나오기도 한다.
남도의 봄바람이 오랜만에 재회한 포스코 형제들을 웃고 울렸다. 전남과 포항은 6일 광양축구전용구장서 가진 2014년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6라운드에서 2대2로 비겼다. 전후반 90분 내내 불어닥친 변화무쌍한 바람에 양 팀 벤치가 들썩였다. 탄성과 한숨이 바람을 타고 경기장을 휘감았다.
홈팀 전남이 먼저 웃었다. 전반전 바람을 등지고 나선 '동생' 전남은 '형님' 포항을 괴롭혔다. 선제골도 행운의 바람이 만들어냈다. 수비수 현영민이 포항 진영 왼쪽에서 높게 찬 코너킥이 바람을 타고 급격하게 휘더니 포항 골문 구석으로 빨려 들어갔다. 공중볼이 뜰 때마다 착지점을 못 찾아 애를 먹었던 포항에겐 재앙이었다. 진영이 바뀐 후반전은 포항 천하였다. 후반 시작 7분 만에 김재성이 동점골을 만들어내더니, 후반 31분에는 이명주의 헤딩슛이 전남 골망을 갈랐다. 포항을 지치게 만들었던 바람은 그렇게 마음을 바꾸는 듯 했다. 하지만 불과 3분 뒤 전남이 이종호의 골로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승부는 2대2 무승부로 마무리 됐다. 리그 3경기에서 무패(2승1무·전남)와 연승(포항)을 달렸던 두 팀은 사이좋게 승점 1점씩을 나눠 가졌다.
하석주 전남 감독은 "전반전은 뒷바람의 영향도 있었지만 우리가 경기를 주도하고 골까지 얻었다. 박기동 등 새로 투입된 선수들이 제 몫을 다 해줬다"고 평가했다. 황선홍 포항 감독은 "정상적으로 준비를 하긴 어려운 여건이었다. 선제골 실점도 바람이 원인"이라며 "후반전 바람을 등지고 싸우게 되면 좀 더 나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것 같았다. 선수들이 잘 해줬지만, 결국 실점을 하면서 아쉽게 마무리를 했다"고 평했다.
광양=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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